[사설] 외국 두뇌·결혼이민자·입양아에 복수 국적 날개 달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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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1-12 11:55 조회6,0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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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글로벌 우수 외국 인재, 해외로 입양돼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해 사는 외국인, 화교처럼 2대(代)가 한국에서 출생한 사람, 한국에서 낳아 국내에 20년 넘게 거주한 외국인에 대해 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의 동시 보유를 인정하는 국적법 개정안(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우수 외국 인재와 해외입양인에 국한해 복수 국적을 인정하겠다고 했으나 여론을 수렴해 그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 국적자가 우리 국적을 취득하면 6개월 이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복수 국적을 얻은 사람들은 국내에선 주민등록을 발급받고 국내 여권을 써야 하며 외국 국적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야 한다. 과거엔 이중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식의 '양다리 걸치기 식' 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있었다. 법무부는 "이중(二重) 국적자라는 말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어 '복수 국적자'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고 했다.

복수 국적 인정 범위는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 전기정보통신기술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러시아 출신 과학자 블라디미르 사벨리예프씨는 2000년 한국에 들어와 KIST 등에서 연구생활을 하다 한양대에 자리잡았다. 3D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인 그는 작년 연말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러시아 국적을 버렸다. 그의 자녀 3명은 독일·헝가리·호주 등에 흩어져 사는데 그 나라들에선 복수 국적을 인정해 자녀들은 러시아 국적을 가져도 아무 불편이 없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교수는 국적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느라 큰 고생을 해야 했다. 포스텍의 경우 1869명의 대학원생 가운데 중국·인도·베트남·이란 등 외국인 학생이 67명이다. 서울대 공대의 대학원생 1888명 중 203명이 외국인이다. 복수 국적이 허용된다면 블라디미르 교수처럼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우수 인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1.13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해 국내에 정착한 외국계 여성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해줘야 한다. 국내에 사는 결혼이민자가 12만5000명이나 된다. 동남아에선 자국 국적을 포기하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가하는 나라가 많은 점을 감안해 우리 국민과 결혼한 상대자가 자국(自國)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 그들과 그들 자녀에게 복수 국적의 날개를 달아줄 경우 그들 나라와 대한민국 사이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입양인연대라는 기구에서 해외로 입양 간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하는 경우가 93.4%나 됐다. 화교의 경우도 2~3대째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는데도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살아야 하고, 65세가 넘어도 지하철 요금을 내야 하며, 교육세를 내는데도 화교 학교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이들에게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개방적인 복수 국적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외국 동포가 700만명이나 된다. 꼭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비자나 영주권 제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해외동포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면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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