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의 대부 임창빈 (上)

페이지 정보

관리자 작성일09-11-03 11:02 조회7,044회 댓글0건

본문

“이런 한심한…. 너 혼자 살아보고 정신 좀 차려봐라. 당장 미국으로 보따리 싸.”

1958년 서울. 극장과 음악다방에서 여학생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다 고교 3년을 허송한 스무살 청년에게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미국 유학을 간다고 하면 신문지상 작은 지면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시절. 청년은 유복했던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생활은 쓰레기통 청소와 접시닦이로 시작됐다. 51년이 지난 지금, 청년은 연간 매출이 1억 달러(약 1191억원)에 달하는 기업의 CEO가 됐다. 카페트회사 ‘창텍스(Changtex) 트레이딩’ 임창빈(72)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아메리칸드림의 ‘대부’이자, 전세계 한민족 CEO들의 축제인 ‘세계한상대회’의 창립 멤버다. 최근 제8회 세계한상대회 참석차 고국을 찾은 임 회장을 만났다.

◆유복했던 문제아의 No English, No money 미국생활

대개 이민자들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떠난 것과 달리 1950년대 임창빈 회장의 집안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아버지와 삼촌은 서울 명보극장을 운영했다. 상공부장관과 국회의장을 역임한 고 이재형씨가 외삼촌이다. 집안 어른 중 군 장성들의 별을 모두 합하면 11개나 됐다.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명보극장과 세시봉 돌체 등 음악다방을 드나드는 문제아였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둘째아들을 쫓아내듯 친척이 살고 있는 미국 미주리로 보냈다.

미국 대학 교실에서 첫 강의를 들었는데 제대로 알아들을 리 없었다. 중고교시절 워낙 공부를 안 한 탓이었다. 고국의 모습이 아른거렸지만 쫓겨 온 터라 돌아갈 수도 없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고 독하게 공부했다.

“지문이 긴 과목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수학, 화학, 물리 같이 가급적 수식으로 된 과목들을 집중 공략했어요. 역사 과목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갈고닦은 ‘커닝’ 실력으로 해결했죠.”

1년 후 4과목 중 역사만 C를 받고 나머지를 모두 A로 장식해 우등 장학금을 받게 됐다. 인생에서 겪어본 첫 성취에 도취된 그는 호기롭게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우등생도 됐으니 학비를 보내지 마세요. 자립해보겠습니다.’

내심 ‘당분간은 보내주시겠지’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그날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보내오지 않았다. 후회막급이었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캄캄했다. 하루에 2시간씩 학교 기숙사 식당에서 쓰레기통 닦는 일자리를 잡았다. 다음 학기에는 접시를 닦았다. 여름방학 때는 호텔과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6년간 미주리대에서 학사(수학, 화학 전공)와 석사(통계학 전공) 과정을 마쳤다. 학업을 마쳤을 때 통장에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000달러가 저축돼있었다. 유학생활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세계한상대회' 로고를 가리키며 자랑스러워하는 이 대회 창시자 임창빈 회장
◆인종차별 극심한 조지아주에 첫 둥지

1964년 그는 일자리를 구하러 LA에 갔다. 공항 근처에서 화학전공자를 구한다는 광고지를 보고 관계자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카페트 고무풀 제조회사 입사를 제안받았다. 근무지는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조지아주 달톤(Dalton). 달톤은 미국 카페트의 80%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카페트 생산지다.

“‘금은보석도 귀하니까 금은보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요. 동양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달톤으로 떠났죠.”

임 회장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당시 미국의 카페트 업체들은 아시아 시장에 대해 무지했다. 1968년, 그는 사장을 설득해 일본 현지 공장과의 기술 제휴를 주도했다. 결과는 대성공. 2년 만에 이 회사 제품이 일본 카페트시장의 50%를 점유하게 됐다. 이후 달톤의 여러 회사에서 아시아 시장의 판로 개척을 위해 업계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그를 찾아왔다.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1973년 회사를 나와 ‘창텍스’라는 무역회사를 차렸다. 달톤의 카페트를 한국, 일본에 수출하고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 아시아산 물품을 수입해 미국에 팔았다. 사우디 건설 붐이 일었던 1978년에는 현지 한국 건설업체에 물건을 대량 공급해 일약 백만장자의 대열에 올랐다. 화학회사도 차려 현재까지 달톤 지역의 270여개 카페트 공장에 원료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손난로의 인기가 치솟자 아예 동남아에 공장을 차려 억만장자가 됐다.

◆고속도로에서 눈 감고 싶은 적 많아

미국 한인사회 최고의 거부가 된 임창빈 회장에게도 크고 작은 시련은 있었다. 1995년 당시 그는 150여 개 카페트회사에 원료를 납품하고 있었다. 임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원료를 받은 몇몇 거래처들이 서로 짜고 편법으로 자산규모를 부풀린 후 일제히 파산보호(Chaper11)를 신청했다. 순식간에 수천만 달러의 자금이 돌지 않았다. 은행에서 전화가 빗발쳤고 미 국세청(IRS)에서 조사가 들어왔다. 법규상 그 회사에 독촉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정신이 없어 동시에 운영하던 10여 개의 다른 사업에도 막대한 지장이 왔다.

비슷한 시기, 손난로 수입 판매의 중책을 맡은 사원이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후 물건을 빼돌려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성심을 다해 키웠던 사업 파트너가 하루아침에 돈 때문에 변심해 국세청에 고발하겠다고 공갈협박을 한 적도 있다.

“애틀란타 공항에서 달톤의 집으로 돌아오는 I-75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는데 ‘눈을 감고 뜨지 말아야지’하는 유혹이 끊임없이 밀려왔어요. 나도 몇 번은 죽고 싶었죠. 큰 사업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말아요. 그만큼 고민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하)편에서 계속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Korea in US Articles 목록

Total 1,152건 54 페이지
Korea in US Articles 목록
  • 친일 귀속재산 1천억원 기금 조성  
  • 관리자   2009-12-14 08:33:18   2197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내년 6.25전쟁 60주년 행사 대규모로 거행경제악화 불구 보훈대상자 보상금↑.보금자리 물량↑보훈처, 내년도 주요업무계획 보고 1000억 원대 친일 귀속재산이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기금으로 조성된다.14일 국가보훈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년도 주요업…
  • 충돌테스트와 실제사고  
  • 관리자   2009-09-10 11:10:13   673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와 사망률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입니다.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부분에서 높은 성적을 보이는 것이죠.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교통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nb…
  • 조선 甲富 민영휘의 돈 모으는 법  
  • 관리자   2009-12-13 14:45:39   243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 조선 내 최대 갑부 중 한 사람으로서 일본의 2류 재벌과 비교되던 민영휘(閔永徽), 회풍은행 금고에 돈을 넣는 민영휘를 풍자한 '대한민보' 1909년 9월 25일자 만화.   1909. 8. 29.~1910. 8. 29.   …
  • 천재의 적(敵) 사춘기…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 관리자   2009-12-12 21:17:23   628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천재로 태어났지만 부담주지 말아야… 어른처럼 생각하는데 경험은 없어하고 싶은 공부해야 능력 발휘돼   천재는 지능지수(IQ) 150 이상인 영재(英才) 중 영재를 말한다. 그런 천재들이 왜 한순간 사라지는 걸까? 그 번득이던 능력은 어…
  • 여인의 악수에도 놀랐던 그들, 문명(文明)을 동경하다  
  • 관리자   2009-12-04 14:01:17   494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이승원 지음|휴머니스트|340쪽|1만6000원 "모든 문무고관들이 자기의 부녀를 거느리고 와서 각국인 남녀와 어울려 둘씩 둘씩 서로 껴안고 밤새도록 춤을 추었다. 그 광경은 비단 같은 꽃떨기 속에서 새와 짐승들이 떼 지어 희롱하는 것 …
  • 코너 몰린 - 꿈의 리더십  
  • 관리자   2009-11-30 10:21:55   2886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두바이 CEO' 셰이크 모하메드최대·최고 집착이 재앙 불러 뒤늦게 참모 경질… 쇄신나서 두바이 고속성장의 견인차였던 국영 투자지주회사 '두바이 월드'가 590억달러(약 65조원) 규모 채무에 대한 지불 유예를 요청하면서,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
  • 흔들리는 달러 그 이후의 세상은?  
  • 관리자   2009-11-29 14:30:48   476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달러 패권이 흔들리면서, 국제 통화 질서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갑자기 변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만이 아니라 유로화와 위안화가 일부 역할을 맡는 다기축통화 시대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 최초 - 암 백신 - 임플란트 쥐실험 성공  
  • 관리자   2009-11-27 10:25:47   2480회     추천    비추천
  •   플라스틱 임플란트를 피하조직 내에 삽입해 체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해서 죽이도록 하는 방법이 하버드대학 연구진에 의해 쥐실험에서 성공했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이는 최초의 ’암 백신’으로, 이 임플란트는 특정 면역세포들을 끌…
  • 두바이는 마피아가 세운 마천루 [Book Preview]  
  • 관리자   2009-11-27 10:18:06   523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 미샤 글레니 지음|이종인 옮김|책으로 보는 세상|560쪽|2만3000원 자본의 세계화가 글로벌 범죄 체인 키워'양성화' '규제 완화'가 효율적인 마피아 규제법   인도 뭄바이 지하세계의 대부 다웃 이브라힘(Daw…
  • 애틀랜타 한인변호사 이민법 위반 유죄 인정  
  • 관리자   2009-11-20 14:20:43   5564회     추천    비추천
  • 미국 애틀랜타에서 활동해온 한인 변호사가 허위서류로 한인들의 영주권 획득을 도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19일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인타운이 밀집한 덜루스시에서 변호사 영업을 해온 이모(63.여)씨는 전…
  • 미실의 말처럼 -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일까?  
  • 관리자   2009-11-17 12:23:16   2974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 사랑이다"   미실이 그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책에선가 읽었던 말이었다.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랑을 할 때마다 내내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어 떠올렸던 말이었는데, 아마도 선덕여왕 작가들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 막걸리 앞에 고개 숙인 와인 - 보졸레 누보  
  • 관리자   2009-11-16 10:39:15   5977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요즘 술 업계의 화두는 ‘막걸리 르네상스’입니다. 올들어 불기 시작한 막걸리 돌풍은 이달 들어 국산 햅쌀로 만든 ‘막걸리 누보(nouveau•새로운)’가 나오면서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11월 셋째주 목요일(올해는 19일)에 지구촌에 동시에 출시하는…
  • [사설] 외국 두뇌·결혼이민자·입양아에 복수 국적 날개 달아주라  
  • 관리자   2009-11-12 11:55:53   606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법무부가 글로벌 우수 외국 인재, 해외로 입양돼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해 사는 외국인, 화교처럼 2대(代)가 한국에서 출생한 사람, 한국에서 낳아 국내에 20년 넘게 거주한 외국인에 대해 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의 동시 보유를 인정하는 …
  • 수학전공자가 최고연봉자  
  • 관리자   2009-11-05 09:22:05   470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작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정답은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 대표다. 소득조사업체 ‘알파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사이먼스 대표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2조90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 아메리칸드림의 대부 임창빈 (上)  
  • 관리자   2009-11-03 11:02:40   704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이런 한심한…. 너 혼자 살아보고 정신 좀 차려봐라. 당장 미국으로 보따리 싸.”1958년 서울. 극장과 음악다방에서 여학생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다 고교 3년을 허송한 스무살 청년에게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미국 유학을 간다고 하면 신문지상 작은 지면에 이름이 오…
  • 알싸하고 향긋 … 몸 덥히는 천연 감기약  
  • 관리자   2009-10-31 12:48:44   234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30일 오후 충남 서산시 부석·팔봉·인지면 일대 들녘. 이맘때쯤이면 농촌에서는 가을걷이가 마무리돼 농한기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러나 이 지역 특산물인 생강은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유지한 채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양념재료나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생강은 이들 …
  • 헝클어진 남북(南北)정상회담  
  • 관리자   2009-10-23 16:37:14   4903회     추천    비추천
  • 美·北대화 움직임에 與黨서 건의, 李대통령 "OK"… 공개되자 "모른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3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남측 관계자 간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접촉에 이어) 남북 간의 추가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
게시물 검색
2024년 11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11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0 48,8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