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남북(南北)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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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0-23 16:37 조회4,9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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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대화 움직임에 與黨서 건의,
李대통령 "OK"… 공개되자 "모른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3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남측 관계자 간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접촉에 이어) 남북 간의 추가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보다"라고 부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을 수행 중이던 김 수석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눈길을 끄는 점은 김 수석이 앞서 나온 '김양건과 남측 관계자의 정상회담 관련 제3국 접촉' 보도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추가 접촉' 여부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양건·남측 인사 접촉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접촉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반응이었다.
실제 이날 서울에서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김양건·남측 인사 접촉 문제에 대해 "원래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하려 했는데 지금은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익지 않은 사과", "5장(章) 시나리오 중 이제 겨우 1~2장" 등의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국가정보원·통일부 등 안보부서 당국자들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나는 모른다", "이런 건 극소수만 안다"고 했을 뿐 강한 부인은 하지 않았다. 결국 남북 간에 누가, 어디서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제3국에서의 '비밀 회동' 자체는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북 간의 정상회담은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일까.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미북 간의 양자 접촉에 시동이 걸리는 분위기가 남북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당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핵 협상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모양새가 돼선 곤란하다. 남북 간 채널을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대통령도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11일 필립 크롤리(Crowley) 미 국무부 차관보가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북 양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혔을 때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간에도 뭔가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미 국방부 윌러스 그렉슨(Gregson) 차관보가 게이츠(Gates)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동행 기자들에게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고 브리핑했을 때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 때 원자바오 총리가 전한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를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그렉슨 차관보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보 소식통은 “당시 청와대가 화를 낸 것은 한·중·일 정상회담 때 얘기를 미국이 오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밀하게 이뤄지고 있던 남북 정상회담 추진 문제의 ‘천기(天機)’를 누설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극비가 요구되는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흘러나가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란 얘기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한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렉슨 차관보는 국방부에서 한반도가 포함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담당하고 있어 남북한 문제에 비교적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남북 현안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우리측은 사전 접촉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를 추진하되 안 되면 제1의제로라도 다룬다는 약속을 북한이 발표해야 한다’는 것과 ‘회담 장소가 더 이상 평양은 안 되고 서울이나 최소한 판문점으로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지만 북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두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우리측은 북한에 절실한 대규모 식량·비료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으로선 김정일의 신변 안전 때문에 남쪽으로 오는 것은 곤란하고, 핵 문제는 미·북 회담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변수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고려해야 하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의 시선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자”는 논리다. 일부에선 “정상회담은 철저한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데 남북 접촉을 담당하는 공식라인과 별도로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북측에 접근하다 혼선이 빚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처럼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데다, 조기에 그 진행상황이 공개됨에 따라 당분간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반면 한 북한문제 소식통은 “지금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 및 경제 지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등 3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것 같다”며 “김정일이 ‘통 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원자바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대통령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렵게 찾아온 정상회담 모멘텀을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김 수석이 앞서 나온 '김양건과 남측 관계자의 정상회담 관련 제3국 접촉' 보도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추가 접촉' 여부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양건·남측 인사 접촉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추가 접촉은 이제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반응이었다.
실제 이날 서울에서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김양건·남측 인사 접촉 문제에 대해 "원래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하려 했는데 지금은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익지 않은 사과", "5장(章) 시나리오 중 이제 겨우 1~2장" 등의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국가정보원·통일부 등 안보부서 당국자들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접촉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나는 모른다", "이런 건 극소수만 안다"고 했을 뿐 강한 부인은 하지 않았다. 결국 남북 간에 누가, 어디서 만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제3국에서의 '비밀 회동' 자체는 시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북 간의 정상회담은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일까.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미북 간의 양자 접촉에 시동이 걸리는 분위기가 남북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당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핵 협상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모양새가 돼선 곤란하다. 남북 간 채널을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대통령도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11일 필립 크롤리(Crowley) 미 국무부 차관보가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북 양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혔을 때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간에도 뭔가 '큰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미 국방부 윌러스 그렉슨(Gregson) 차관보가 게이츠(Gates)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동행 기자들에게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고 브리핑했을 때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 때 원자바오 총리가 전한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를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그렉슨 차관보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보 소식통은 “당시 청와대가 화를 낸 것은 한·중·일 정상회담 때 얘기를 미국이 오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밀하게 이뤄지고 있던 남북 정상회담 추진 문제의 ‘천기(天機)’를 누설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극비가 요구되는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흘러나가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란 얘기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한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렉슨 차관보는 국방부에서 한반도가 포함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담당하고 있어 남북한 문제에 비교적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남북 현안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우리측은 사전 접촉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를 추진하되 안 되면 제1의제로라도 다룬다는 약속을 북한이 발표해야 한다’는 것과 ‘회담 장소가 더 이상 평양은 안 되고 서울이나 최소한 판문점으로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지만 북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두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우리측은 북한에 절실한 대규모 식량·비료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으로선 김정일의 신변 안전 때문에 남쪽으로 오는 것은 곤란하고, 핵 문제는 미·북 회담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변수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고려해야 하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의 시선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자”는 논리다. 일부에선 “정상회담은 철저한 보안을 요하는 사안인데 남북 접촉을 담당하는 공식라인과 별도로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북측에 접근하다 혼선이 빚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처럼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데다, 조기에 그 진행상황이 공개됨에 따라 당분간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반면 한 북한문제 소식통은 “지금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북관계 개선 및 경제 지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등 3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것 같다”며 “김정일이 ‘통 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원자바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대통령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렵게 찾아온 정상회담 모멘텀을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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