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에 2억2000만원, 짠 江에서 보석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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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2-19 11:18 조회1,98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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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70~80%를 소비하는 일본. 소위 몸값깨나 나간다는 대표 참치들이 한데 모이는 도쿄 쓰키지(築地) 어시장에서도 유독 애지중지 귀한 대접을 받는 참치가 있으니 오마(大間) 참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1세기 들어 kg당 100만원, 총 2억2000만원이라는 경이적인 가격으로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참치. 스시 요리사들이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재료로 일말의 망설임 없이 꼽는 참치. 참치계의 ‘고베규(神戶牛)’라 불리며 미식가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참치. 일본 본토 최북단의 작은 어촌 오마(大間) 앞바다에서 잡은 이 참치를 가리켜 사람들은 ‘검은 다이아몬드’라 칭한다. 겨울 찬바람이 서서히 파도를 높이는 시기가 도래하면 오마의 어부들은 바다의 보석을 캐기 위해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거친 바다로 향한다.
외줄낚시로 잡는 세계 최고 품질의 참치
그물을 사용하는 대형 선단과 달리 외줄낚시로 단판승부를 노리는 오마 어부들은 참치 무리의 선두를 따라잡는 일에 목숨을 건다. 빠른 속력으로 바다를 헤쳐나가는 참치의 습성상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미끼를 던져야 어획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 년 365일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력 때문에 참치 뒤꽁무니 따라잡기도 버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들쑤시며 돌아다니는 어선들의 풍경에는 비장함마저 흐른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겨울바다가 은근히 신경이 쓰인 듯 허 화백이 엔진 과부하를 걱정하니 하마하타(濱端) 선장이 “이 정도 파도면 축복”이라며 오히려 출력을 높인다. 주변 30여 척의 배들 역시 길목을 선점하기 위해 신출귀몰하는 이순신의 함대마냥 잔뜩 성난 파도를 배경으로 합종연횡을 시도한다. 음파탐지기와 감각에 의지해 배를 움직이고 다시 낚시 던지기를 반복하던 선장이 잠시 숨을 고르며 일행에게 오마 참치 예찬을 시작한다.
선장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마 참치의 매력은 첫 번째 그 맛에 있다. 참치는 지방이 중요한데 일본 본토와 홋카이도를 가르는 쓰가루(津輕)해협에는 오징어, 새우, 고등어 등 먹이가 풍부해 북태평양에서 남하한 참치들이 오래 머물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 바다는 강처럼 물살이 빨라 ‘짠강’이라 불릴 정도로 거칠다. 자연 참치 육질의 탄력과 강도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물잡이의 경우 참치들끼리 상처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아 내부 온도가 상승해 육질이 떨어지지만 외줄낚시는 한 마리씩 잡아 30분 정도 떨어진 작업장으로 신속히 이동해 내장과 피를 빼서 냉장보관을 할 수 있다. 냉동과 해동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냉장의 매력에는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 년에 1500마리 정도 잡히는 희소성에 있다. 오마에 소속된 배가 500여 척으로 한 배당 일 년에 고작 2~3마리 정도의 참치를 잡는 것이다. 올해도 어획량은 비슷할 거라며 자신을 비롯해 아직 손맛을 못 본 어부들이 허다하다며 선장이 먼바다를 응시한다. 분위기도 바꿀 겸 선장의 최대어를 물어보니 260kg, kg당 5000엔에 팔렸던 참치라며 기억을 더듬는다. 총 130만 엔으로 20년 전의 일이니 만만한 가격이 아닌 것이다.
이만하면 그 맛이 궁금할 터. 허 화백의 질문에 40여 년 참치와 함께 잔뼈가 굵은 어부의 입에서 너무 비싸서 제대로 맛을 본 적이 없다는 의외의 답이 나온다. “항구에는 참치축제가 한창인데 오마 사람들이 참치를 먹고 싶어서 궁여지책으로 개최한 것”이라며 농담도 건넨다.
그 사이 배 한 척이 무리에서 떨어져 전속력으로 항구로 향한다. ‘검은 다이아몬드’를 캐낸 것이다. 오후 일정 내내 함께한 선장은 허탕이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니 “지난 수십 년 동안 10마리도 못 잡은 어부도 있는데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매일같이 쉽게 잡으면 그게 무슨 바다의 보석이냐는 의미다.
눈도 입도 즐거운 참치 해체쇼
참치 축제가 한창인 항구로 돌아온 허 화백이 바다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참치 해체쇼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냉장 참치 해체는 일본 내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장면이다. 200kg에 육박하는 참치를 톱과 대형 칼로 머리, 등살, 속살, 뱃살 등의 부위로 분리하는 광경은 마치 쇠고기 정형과도 같은 긴장감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장정 두 사람이 달라붙어 두부 자르듯 뚝뚝 떼어내는 오마 참치의 선홍빛 육색과 윤기가 나는 신선한 지방은 황홀함 그 자체다.
해체가 끝나면 시식 코너가 운영되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진행자가 허 화백에게 우선권을 준다. 비록 한 점이지만 지방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육질,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풍미가 예사롭지 않은 듯 허 화백이 잠시 동안 말이 없다. 참치 하면 일본 사람들은 혼마구로(本まぐろ), 즉 참다랑어를 꼽는데 여기에 오마 참치라는 이름값이 겹치니 제아무리 까다로운 미식가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참고로 참치 종류로는 참다랑어 외에 황다랑어, 백다랑어, 눈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가 있으며 통상 가장 맛있고 비싼 참치로 참다랑어를 꼽는다. 흔히 싼값에 리필이 가능하다는 참치는 황새치, 청새치, 돛새치의 새치류로 엄밀히 따지면 참치와 같은 부류는 아니다.
이호준 ‘식객’ 취재팀장 만화 허영만
외줄낚시로 잡는 세계 최고 품질의 참치
그물을 사용하는 대형 선단과 달리 외줄낚시로 단판승부를 노리는 오마 어부들은 참치 무리의 선두를 따라잡는 일에 목숨을 건다. 빠른 속력으로 바다를 헤쳐나가는 참치의 습성상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미끼를 던져야 어획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 년 365일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력 때문에 참치 뒤꽁무니 따라잡기도 버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쉴 새 없이 이곳저곳 들쑤시며 돌아다니는 어선들의 풍경에는 비장함마저 흐른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겨울바다가 은근히 신경이 쓰인 듯 허 화백이 엔진 과부하를 걱정하니 하마하타(濱端) 선장이 “이 정도 파도면 축복”이라며 오히려 출력을 높인다. 주변 30여 척의 배들 역시 길목을 선점하기 위해 신출귀몰하는 이순신의 함대마냥 잔뜩 성난 파도를 배경으로 합종연횡을 시도한다. 음파탐지기와 감각에 의지해 배를 움직이고 다시 낚시 던지기를 반복하던 선장이 잠시 숨을 고르며 일행에게 오마 참치 예찬을 시작한다.
선장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마 참치의 매력은 첫 번째 그 맛에 있다. 참치는 지방이 중요한데 일본 본토와 홋카이도를 가르는 쓰가루(津輕)해협에는 오징어, 새우, 고등어 등 먹이가 풍부해 북태평양에서 남하한 참치들이 오래 머물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 바다는 강처럼 물살이 빨라 ‘짠강’이라 불릴 정도로 거칠다. 자연 참치 육질의 탄력과 강도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그물잡이의 경우 참치들끼리 상처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아 내부 온도가 상승해 육질이 떨어지지만 외줄낚시는 한 마리씩 잡아 30분 정도 떨어진 작업장으로 신속히 이동해 내장과 피를 빼서 냉장보관을 할 수 있다. 냉동과 해동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냉장의 매력에는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일 년에 1500마리 정도 잡히는 희소성에 있다. 오마에 소속된 배가 500여 척으로 한 배당 일 년에 고작 2~3마리 정도의 참치를 잡는 것이다. 올해도 어획량은 비슷할 거라며 자신을 비롯해 아직 손맛을 못 본 어부들이 허다하다며 선장이 먼바다를 응시한다. 분위기도 바꿀 겸 선장의 최대어를 물어보니 260kg, kg당 5000엔에 팔렸던 참치라며 기억을 더듬는다. 총 130만 엔으로 20년 전의 일이니 만만한 가격이 아닌 것이다.
이만하면 그 맛이 궁금할 터. 허 화백의 질문에 40여 년 참치와 함께 잔뼈가 굵은 어부의 입에서 너무 비싸서 제대로 맛을 본 적이 없다는 의외의 답이 나온다. “항구에는 참치축제가 한창인데 오마 사람들이 참치를 먹고 싶어서 궁여지책으로 개최한 것”이라며 농담도 건넨다.
그 사이 배 한 척이 무리에서 떨어져 전속력으로 항구로 향한다. ‘검은 다이아몬드’를 캐낸 것이다. 오후 일정 내내 함께한 선장은 허탕이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니 “지난 수십 년 동안 10마리도 못 잡은 어부도 있는데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매일같이 쉽게 잡으면 그게 무슨 바다의 보석이냐는 의미다.
눈도 입도 즐거운 참치 해체쇼
참치 축제가 한창인 항구로 돌아온 허 화백이 바다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참치 해체쇼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냉장 참치 해체는 일본 내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장면이다. 200kg에 육박하는 참치를 톱과 대형 칼로 머리, 등살, 속살, 뱃살 등의 부위로 분리하는 광경은 마치 쇠고기 정형과도 같은 긴장감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장정 두 사람이 달라붙어 두부 자르듯 뚝뚝 떼어내는 오마 참치의 선홍빛 육색과 윤기가 나는 신선한 지방은 황홀함 그 자체다.
해체가 끝나면 시식 코너가 운영되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진행자가 허 화백에게 우선권을 준다. 비록 한 점이지만 지방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육질,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풍미가 예사롭지 않은 듯 허 화백이 잠시 동안 말이 없다. 참치 하면 일본 사람들은 혼마구로(本まぐろ), 즉 참다랑어를 꼽는데 여기에 오마 참치라는 이름값이 겹치니 제아무리 까다로운 미식가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참고로 참치 종류로는 참다랑어 외에 황다랑어, 백다랑어, 눈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가 있으며 통상 가장 맛있고 비싼 참치로 참다랑어를 꼽는다. 흔히 싼값에 리필이 가능하다는 참치는 황새치, 청새치, 돛새치의 새치류로 엄밀히 따지면 참치와 같은 부류는 아니다.
이호준 ‘식객’ 취재팀장 만화 허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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