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신드롬 그의 웃음엔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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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1-26 11:20 조회2,162회 댓글0건본문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버라이어티 최고의 MC로 불린다. 두 사람은 연말 연예시상식에서 대상을 서로 나눠 가지고 있다. 최근 그 기류에 미세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 하차를 발표하고 추가 프로그램 진행 없이 활동 폭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즈음 강호동이 이끄는 ‘1박2일’은 2주 연속 4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국민예능’이란 별칭이 아깝지 않은 인기를 이어갔다.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와 시청률로만 두 사람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요즘 강호동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만하다. 강호동은 ‘1박2일’을 제외하더라도 ‘무릎팍도사’ ‘스타킹’ ‘강심장’이 모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초강세다. 이에 비해 유재석은 ‘무한도전’은 여전히 강하나 ‘놀러와’와 ‘해피투게더3’는 다소 노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유재석이 약화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강호동의 진행 방식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강호동의 인기는 일시적인 단계를 넘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으며 그의 진행 스타일은 이 시대 리더십의 한 유형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프로그램 선택에도 치밀한 전략이
강호동이 예능 MC로 성공한 데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프로그램을 맡는 것부터가 다르다. 지상파 3사에서 차별화가 가장 잘 돼 있는 예능 MC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그가 진행하는 4개의 프로그램은 모두 개성과 특성이 다르다. ‘무릎팍도사’는 토크쇼를 요즘 스타일에 맞도록 변형시킨 토크 버라이어티이고, ‘강심장’은 집단 토크에 개인기와 몸개그 등을 가미한 종합선물세트형 예능이다. ‘1박2일’은 예능의 대세이자 트렌드인 성장형 버라이어티(리얼 버라이어티)다. 또 ‘스타킹’은 강호동이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을 상대로 그들의 매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은 기획 때부터 프로그램의 속성과 트렌드를 대중의 기호와 맞춰보고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를 따진 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일단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강호동이 처음부터 능수능란한 진행자였던 건 아니다. 다양한 성격의 예능을 진행해가며 발전해나간 것이다. 실전을 통해 때로는 깨지기도 하면서 단점을 보강하고 성장해나갔다.
사실 강호동은 예능프로그램의 톱 MC가 되기 힘든 조건을 지녔다. 강한 경상도 악센트에 소리를 지르는 듯한 발성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야 하는 MC로서는 중대한 결격사유다. 하지만 이제 경상도 사투리와 큰 목소리는 강호동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변하지 않은 듯 변하는 ‘리노베이션형’
강호동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도 있다. 실제 MC 초기만 해도 큰 덩치로 참가한 연예인들을 괴롭히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콘셉트를 구사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쭉 이어갔다면 단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호동은 눈치를 채지 못하게 조금씩 콘셉트를 바꿔 시청자들의 비판과 편견을 피해갔다. 가끔 겁을 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은근히 당해주고 적절히 면박 받을 만한 꼬투리를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강호동은 ‘시골사람’ 이미지를 참 잘 활용한다. 유재석이 하면 민망할 모습도 강호동이 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강호동은 아무리 민망한 구애를 해도 용납된다.
‘스타킹’을 보면 강호동은 일반인 출연자들을 상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진행을 펼친다. 이것은 대부분 의도된 행동이다. 무대가 낯선 일반인 출연자들이 재주를 최대한 뽐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1박2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맏형’ 이미지로 다섯 동생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웃음과 인간미를 보여주는데, 후배들에게 역할 분담의 기회를 골고루 제공함으로써 팀플레이를 이끌어간다.
이처럼 강호동은 자신의 전부를 개혁하는 ‘재건축’형이 아니라 자신의 특징은 그대로 살린 채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리노베이션’형이다. 자신의 것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 만드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보다 원형인 뼈대는 그대로 두고 스타일과 감각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키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예능MC로서 강호동의 최대 강점은 친화력이다. 강호동 수준에 오르게 되면 진행 테크닉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게 아니다. 열심히, 그리고 잘한다고 해서 최고나 본좌가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예능MC로서 강호동의 매력은 가장 짧은 시간에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무릎팍도사’에 나온 게스트들은 강호동 앞에서 긴장을 제거한 채 술술 풀어내고 만다. 이 친화력은 멤버들끼리 친해지며 성장을 이뤄내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특히 큰 힘을 발휘한다.
후배를 대하는 법
강호동은 상대를 배려하면서 안정된 정통형 진행을 구사하는 유재석식 진행과는 달리 리듬과 긴장감을 준다. ‘1박2일’에서 야단법석을 떨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고 다니고 때로는 우기기까지 해도 친화력만큼은 강호동을 따라갈 수 없다.
‘1박2일’에서 ‘버라이어티 정신’이라는 미명하에 멤버들을 얼음물 속에 집어넣는 것도 후배들과 친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진다면 보는 이에게 거부감을 주는 건 물론이고 강호동도 ‘밉상’ 소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전국을 돌며 만나는 시골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바로 친구와 자식처럼 행동해도 어색하지 않다. 연예인이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예능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데, 강호동이 ‘스타킹’에서 출연자들과 이뤄내는 친화력과 유대감은 최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유재석은 상대에 대해 예의를 잘 지키는데 강호동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1박2일’에서 MC몽 등 후배들에게 너무 함부로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강호동식의 후배 대하기일 뿐이다. 다른 MC라면 어색한 과정을 거쳐 사람들과 친해지지만 강호동은 다섯 멤버들과 이미 정서적 공감대를 지닌 ‘맏형’임을 알 수 있다. 막내 이승기를 잘 챙기고(때로는 지나치게 챙기지만) 1년간 말을 잘 못해 ‘병풍수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힘들어 포기 일보 직전에 놓여있던 이수근을 적응하도록 도와 준 사람도 강호동이었다.
오랜기간 강호동과 ‘1박2일’을 함께 하고 있는 은지원은 “만약 ‘1박2일’이 사적인 행사라면 호동이 형이 까나리액젓에 더 독한 것을 탈 정도로 복불복을 훨씬 더 심하게 할 사람이다. 방송이니까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호동이 형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만들어내는 남자”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호동이 형은 프라이드가 강하고 절대 얕잡아볼 수 없는 사람이다”라면서 “평소에는 방송 얘기가 아닌 인생 덕담을 많이 해준다. 큰형임에도 열심히 하는 호동 형은 멤버들이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 앞에 서면 왜 솔직해지나
강호동의 역할에 대해 ‘해피선데이’ 이명한 PD는 “‘복불복’ 게임을 할 때는 그냥 진행자, 현지인들을 만날 때는 리포터 등 캐릭터가 신마다 달라진다. 강호동이 메인MC라는 느낌이 안 들어야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연결된다. 축구로 따지면 강호동은 링커를 살리고 게임메이커 역할까지 하는 원톱”이라면서 “6명의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후배들의 능력을 높여주고 그것을 방송용으로 사람 냄새 나게 요리할 줄 안다”고 설명한다. ‘1박2일’의 나영석 PD도 “강호동은 시종 같은 모습이다. 멤버를 끌고 가는 에너자이저다. 전체를 생각하고 힘을 5명의 멤버에게 골고루 분배한다”고 말한다.
경남 진양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강호동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씨름을 위해 합숙생활을 했다. 프로팀인 일양약품에 입단해 백전노장 이만기 선수를 눌러 열아홉 살에 천하장사가 됐지만 바로 은퇴 하고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입문, ‘강호동의 천생연분’ ‘연애편지’ ‘X맨’ ‘야심만만’ 등에서 예능 MC로서의 자리를 잡아갔다.
강호동에게 예능 MC로서 성공할 줄 알았냐고 물어봤다. “지금이야 욕심도 내지만 당시는 별로 기대를 안 했다. 예능 MC를 16년 정도 해보니까 진행하는 데에 자신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을 지려고 하니까 나름 욕심도 내고 PD와 상의도 하며 타협하고 설득도 한다. 하여튼 시작은 미약했다.”
강호동은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나눠줄 줄 알고 후배들을 관찰해 개개인의 특성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이 아니다.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승기야!” “몽아!” 하며 부르는 것은 호칭이 아니라 일종의 연기다. 후배들이 부각될 수 있는 지점과 상황을 찾아주는 과정이다. 다섯 명의 후배들에게 업무와 권한도 적절히 위임하고 있다. 그런 강호동에게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는 “이승기 같은 젊은 후배들이 내 얘기를 받아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후배들이 대화가 안 통해 나를 멀리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 두렵다. 나이 드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감각이 떨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도 겁이 날 때가 있다
강호동은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이런 고민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선배들은 무섭지 않은데 계속 치고 들어오는 나이 어린 후배들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강호동을 보며 예능MC의 정상 자리가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강호동은 겉모습과 달리 섬세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강호동은 실제 자신의 성격을 “크고 우둔해 보이지만 섬세하다”면서 “생긴 대로 안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말한 바 있다.
덩치가 크고 장군 같지만 후배(멤버와 게스트)들로부터 미세한 캐릭터를 끄집어내야 하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이 투박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인터뷰 방식은 ‘상냥한 집착’이다. 이를 두고 임정아 PD는 “이솝우화를 보면 행인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햇빛이라는 말이 있듯이 강호동씨가 예의를 바르게 갖추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착이 게스트로부터 다른 토크쇼와는 차별화된 신선한 내용을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현장소장’형 리더십의 승리
사회에서 강호동 같은 스타일은 현장소장형 팀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전은 엄연히 다르기 마련인데, 강호동은 실전을 중시한다. 군대 고참처럼 다섯 명의 후배를 대할 때도 있지만, 후배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 큰형이다. 강호동이 ‘1박2일’에서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망가지는 등 야단법석을 떨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걸 보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현장소장’ 같기도 하다.
‘조조와 유비의 난세 리더십’을 쓴 나채훈씨는 “리더십에는 자신의 능력만이 경쟁 우위를 좌우하는 전문가형 리더십이 있고, 각 개인의 성장과 개발을 북돋움으로써 조직에 확실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인적자원형 리더십이 있다”고 말한다. 강호동은 초기에는 전문가형 리더십에 매진했지만 예능MC로서 정상을 밟은 후에는 인적자원형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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