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젊은층과 6·25 참전용사 이어주는 그들의 공식 손녀

한국전 알리려는 용사들 의욕은 있지만 방법 몰라
학생들, 증언 듣고 싶어도 참전용사 찾기 어려워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6·25 전쟁 휴전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성조기를 조기(弔旗)로 게양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재미교포 한나 김(Kim)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김씨는 최근 6·25 전쟁의 의미와 교훈을 적극 알리기 위한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참전용사들이 많이 사는 텍사스주에 등록했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회(KWVA) 회원 등 10여명이 이사로 참가한 이 재단의 이름은 '한국전쟁 유산(Legacy of Korea War)'. 6·25로 인해 형성된 한미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은 6·25 전쟁의 의미를 젊은 세대에게 알리려는 의욕은 있지만 연로하셔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또 미국의 초·중·고교와 단체들은 6·25에 대해서 생생한 증언을 들으려 해도 참전용사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 재단을 통해 서로를 이어주고, 체계적인 6·25 전쟁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김씨는 한국전 참전용사회가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텔 아메리카(Tell America)' 프로그램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재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참전용사들이 60년 전의 경험을 회고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어린 학생들이 지루해하고 관심을 못 갖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전용사들을 미국의 각 학교·단체와 연결시키고, 이들의 6·25 강연을 도울 30분짜리 표준교재도 만들 계획이다. "10분은 6·25 전쟁 비디오 관람, 10분은 참전용사들 증언, 10분은 질문·답변으로 만들어 표준화시키면 훨씬 효과 있을 겁니다." 김씨는 또 지역별로 한인단체와 참전용사 조직 간의 자매결연을 돕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김씨가 6·25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2006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다. 사고 전에는 미국의 외교관이 되려는 꿈을 갖고 있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인생이 길지 않은데 뭔가 더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서울대에서 2년간 공부할 때 제 또래 젊은 대학생들이 6·25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도 거꾸로 영향을 미쳤지요."

6살 때 이민,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김씨는 2008년 워싱턴 DC에서 '리멤버 7·27'을 만들어 1년 넘게 활동했다. 미 하원의원 435명의 사무실을 모두 방문하며 적극적으로 의회와 행정부를 설득한 끝에 휴전기념일에 미국 전역에 성조기가 게양되고 '한국전 참전용사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6·25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겔(Rangel) 미 연방 하원 세입위원장은 "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큰 성과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리멤버 7·27'의 성공적인 활동 이후, 한국전 참전용사회의 '공식 손녀(official adopted granddaughter)'가 됐다. 김씨는 "미국인들은 피 흘리며 도운 나라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이 보은(報恩) 활동에 나서 감동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한인사회가 6·25 60주년을 맞는 올해 더욱 적극 나서면 한국의 이미지도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