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국인이 없었다면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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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7-04 17:38 조회4,8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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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사망한 故 강대원 박사
1960년 개발한 모스펫반도체가 소형 컴퓨터 제작의 기반 돼
플래시메모리의 기초도 만들어… 美선 에디슨급, 한국에선 홀대

애플이 휴대용 소형 컴퓨터인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출시한 지 80일 만에 30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본지 6월 24일

한국 IT 산업이 애플 열풍에 주춤하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MP3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만든 한국엔 한때 수십개에 달하는 제조업체가 있었지만, 애플 아이팟 등장 이후 씨가 말랐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한 명만 있었어도 한국의 IT 위상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 한국인 과학자가 없었다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도 있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1992년 61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동맥류 파열로 미국에서 사망한 고(故) 강대원 박사다. 강 박사는 전 세계 전자공학자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와 반도체 관련 논문에 빠짐없이 인용되는 과학자다.

그가 1960년 미(美) 벨연구소 연구원 시절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스펫(MOSFET) 반도체는 진공관→트랜지스터→집적회로(IC)의 진화에 이은 것이다. 표면에 절연층과 금속 전극을 만들어 전력 소비를 크게 줄였다.

강 박사가 만든 반도체는 집채만 한 컴퓨터를 A4 용지만 한 크기로 줄일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강 박사가 모스펫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PC를 비롯해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거의 모든 IT기기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연구진과 IC를 개발한 사람은 차례로 노벨 물리학상을 탔다. 강 박사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그들에 이어 노벨상을 탔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7년 뒤인 1967년 강 박사는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전원을 꺼도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반도체 기억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오늘날 보편화된 플래시 메모리의 기초다.

이처럼 반도체로 만든 기억장치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소니 워크맨 등 테이프형 휴대 녹음기와 필름 카메라는 종말을 맞았다. 한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을 제친 것도 따지고 보면 강 박사의 연구성과를 발 빠르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패드 핵심부품 중에 강대원 박사 덕을 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디지털카메라와 노트북의 메모리카드도 마찬가지다. 강 박사가 없었다면 오늘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었을까. / AP연합

인류를 디지털 사회로 성큼 다가서게 한 그를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그가 미국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이다. 193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다.

6·25전쟁 때 해병대에서 복무한 뒤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땄다. 당시 세계 최고였던 벨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29세에 모스펫을 개발해 32세 때 특허를 냈다.

30년 가까이 벨연구소에 몸담은 그는 고국의 지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미국으로 떠난 탓에 그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사도 드물었다. 고국에선 그를 알아주는 이가 없었지만 미국에서의 명성은 대단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전기전자기술인협회(IEEE)와 벨연구소 펠로를 지냈고 오하이오 대학의 '탁월한 졸업생상'을 탔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프랭클린 인스티튜트의 스튜어트 발랜틴 메달도 수상했다.

작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에디슨, 벨, 라이트 형제, 노벨 같은 발명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미국 특허청은 IC 개발 50주년을 기념해 연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강 박사의 모스펫 개발로 반도체 산업이 지금같은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하게 됐다!" 한국에선 강 박사를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미흡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기리기 위해 재작년에 처음 마련한 '반도체의 날'기념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 박사는 1988년 벨연구소를 떠난 뒤 컴퓨터와 통신기술 기초연구를 위해 만든 NEC 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이후 전자공학 학회지 등을 통해 앞선 기술과 학문을 국내에도 소개했고 관련 기업에 조언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력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외면을 당한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와 인연을 맺었던 회사들이 현재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국내 굴지의 회사와 경쟁관계였던 점 때문에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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