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林高手를 찾아서] "살아있다는 희열, 온몸으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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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8-15 15:23 조회4,8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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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진 가라테 김도건 한국 지부장이 도장이 떠나갈 듯 기합을 내지르며 샌드백을 강타하고 있다. 그는“지상 최강을 향해 한 단계씩 정진하는 것이 극진 가라테의 정신”이라고 했다. 

극진 가라테 김도건
최배달이 창시한지 49년… 2006년 日 공식인가 때 최고 강자로 지부장에…
짧게 끊는 일격이 중요, 수십명 대련해야 有段

1950년 일본 지바현에도 패전(敗戰)의 상흔이 짙었다. 그 황폐한 땅에서 한 사내가 황소와 맞섰다. 한민족의 핏줄 앞에 버틴 황소 수는 52마리였다. 26마리의 뿔이 처참하게 으깨졌고 3마리는 그의 일격에 즉사했다.

일본의 쇼호치쿠(松竹) 영화사가 당시 모습을 20분짜리 필름에 담았다. 필름이 퍼지며 그의 이름이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최배달, 훗날 극진(極眞) 가라테를 창시한 '전설의 파이터' 고 최영의 총재(1922~ 1994)였다.

소를 때려잡는 무술의 탄생

최영의는 192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최배달'이라는 이름은 성(姓)에 일본명 오오야마 마쓰다쓰(大山 培達) 가운데 배달을 합한 것이다. 그는 9세 때 무술 남권(南拳)을 배우며 무도의 길에 들어섰다.

최영의는 16세에 일본으로 가 가라테에 입문했다. 20세에 4단에 올라 군부대 사범이 됐다. 24세 때 도쿄에서 열린 전후 첫 무도대회 가라테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방인으로 설움을 딛고 뼈를 깎는 노력을 더한 결과였다.

최영의는 이듬해 입산 수련(入山 修鍊)을 떠났다.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최고의 자리를 박찬 문명과 단절된 고행이었다. 바위와 거목을 때리고 야생동물과 싸웠다.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서 좌선하며 심신을 단련했다.

그러길 18개월, 최영의는 가라테에 실전(實戰)무술을 접목한 자신만의 무예를 완성했다. 이후 그는 일본 전역을 돌며 이름난 고수들을 차례로 격파했다. 그에겐 '열도 최강'이란 평가가 내려졌다.

1952년부터는 세계로 진출했다. 3월부터 8개월간 미국에서 최고의 프로복서와 프로레슬러를 한방에 보냈다. 1954년 동남아 순방에선 '블랙 코브라'라는 당시 최고의 킥복서의 턱을 3분 만에 으스러뜨렸다.

최영의는 1961년 극진회를 설립하고 1994년 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의 무술에 매료된 국가만 150여개국, 약 1000만명의 회원들이 지금도 최영의가 만든 극진 가라테를 수련하고 있다.

20대1 대련을 뚫고

마포구 서교동 극진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는 김도건(41) 사범은 한국의 공인(公認) 최고수다. 일본 본관이 2006년 7월 한국 극진 가라테를 공식 인가할 때 김 사범은 당시 최고 선배이자 실력자로 지부장이 됐다.

성수중·용산공고 시절 5년간 복싱을 했던 김 사범은 2002년 극진 가라테를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화장품 도매회사에 취직했다가 갑갑함에 두 달 만에 뛰쳐나왔다. 이후 식당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다.

연예기획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가수 리아, 플라워 등도 키워냈지만 삶은 지루하기만 했다. 신인가수 음반을 제작했다가 쫄딱 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난 극진 가라테에 그는 흠뻑 빠졌다.

맨몸으로 실제 싸움같이 치고받는 치열함이 그를 잡아당겼다. 하루 5~6시간 훈련은 기본이었다. "흠씬 얻어터지고도 배시시 웃는 느낌을 아세요?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분출하고 '살아 있다'는 희열을 느끼는 겁니다."

그는 2004년 1단을 따내고 상계동에 도장을 차렸다. 고수가 되는 길은 험했다. 2단이 되려면 40가지 동작 시범, 물구나무로 12m 이동하기 등 10가지 테스트에 유단(有段)자 20명과 20번의 일대일 대련을 하루에 모두 통과해야 했다.

2006년 잠실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2단에 오르던 날 바로 앞의 도전자가 20대1 대련에서 앞니가 부러졌다. 그는 "내 차례가 되자 컴컴한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무섭고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분씩 이어지는 20명과의 연속 대련에서 무조건 공격을 퍼부었다. 녹초로 펼친 20분의 싸움. 승단 심사위원들이 통과를 선언했다. 김 사범은 올가을이나 내년 초쯤 3단에 도전한다. 이번엔 30명과 싸워야 한다.

피부 밑 2㎝를 일격하라

김 사범이 말하는 극진 가라테는 '일격(一擊)' 이다. "한방에 상대를 눕히는 게 아닙니다. 싸움에선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그때 상대를 쓰러뜨릴 한방을 날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극진 가라테의 '일격'은 찌르는 듯 강하게 끊어친다. 주먹을 쥐었을 때 검지와 중지가 손등과 이어지는 부분의 뼈, 즉 정권으로 상대 피부 밑 2㎝를 강하게 때리고 빼는 감각이라고 한다.

'팡'하고 짧게 끊어치는 복싱과 쭉 밀어 때리는 태권도의 정권 찌르기의 중간 정도다. 발끝으로 차는 공격도 마찬가지다. 김 사범은 "상대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타법이다. 제대로 맞으면 누구도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김 사범에게 '이종격투기 챔피언 표도르와 싸우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김 사범은 "세계에서 제일 센 사람한테 내가 이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며 설명했다.

"무도에선 얼마나 더 강해지느냐가 관심입니다. 표도르는 삼보를 통해 세계 최고가 됐습니다. 그보다 약한 사람도 무도를 통해 껍질을 하나씩 깨 나가듯 점점 강해지는 것입니다."

중국무술 '南拳'이 원조

가라테의 '가라'는 비어 있다(空), '테'는 ‘손(手)’을 뜻한다. 맨손 무술이라는 의미로, 한국말로 풀면 공수도(空手道)이다. 공수도의 기원은 분명치 않다. 다만 수기(手技) 위주였던 중국 무술 남권(南拳)이 14세기 일본의 오키나와로 전해져 토착 무술과 합쳐졌다는 설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오키나와 테'라는 무술로 발전했다가 메이지시대에 일본 본토에서 발전해 가라테가 됐다고 한다.

극진 가라테는 '실전주의 가라테'이다. 기존 가라테의 대련이 주먹이나 발을 상대방 바로 앞에서 멈췄던 것과 달리 극진 가라데는 안면과 음낭을 제외하곤 어느 부위든지 맨손으로 가격할 수 있게 변형됐다.

수련도 기본기를 익히고 곧바로 대련을 통해 실력을 쌓는 방식이다. 한국인 최영의에 의해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엔 공수도라는 이름으로 해방 후부터 들어왔으며, 극진 가라테 일본 본관이 한국에 정식 지부를 인정한 것은 2006년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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