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넛지』 읽은 이명박 대통령 올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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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8-05 12:21 조회4,2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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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길 대통령의 가방엔 어떤 책이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 별장에서 책을 읽는 대통령. 생각만 해도 멋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휴가는 편히 쉬는 휴가(休暇)만은 아니다. 난마처럼 얽힌 크고 작은 각종 이슈와 국정운영의 현안에서 잠시 벗어나 취하는 잠깐의 휴식이다. 휴가지로 떠나면서 책과 서류를 한 보따리 안고 가는 역대 대통령의 모습이 낯익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 몇권의 책을 갖고 간다. 7·28 재·보선 이후 정국 운영,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개각 등 난제가 유난히 많아 휴식과 구상을 겸해 ‘짧고 굵게’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땐『넛지(Nudge)』 등 4권의 책을 가져갔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의 ‘넛지’라는 제목의 책은 작은 변화로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감성적 리더십을 담고 있다. 

책 속에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국민이 바라는 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곧장 의회도서관으로 달려가 군사전략서를 보고, 남북전쟁 와중에 책을 잠시도 놓지 않은 이유도 거기 있다. ‘링컨 독서법’이 따로 나올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그는 “지도자는 아무리 바빠도 책 속에서 진리와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전쟁터의 욕조와 화장실에서조차 책장을 넘겼다. 그러고 보면 나폴레옹·케네디·클린턴 등 성공한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가장 바쁜 재임 중에 책을 많이 읽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통령들은 어떠한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8명의 전·현직 대통령은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었고 독서 스타일은 리더십 스타일과 매우 유사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대통령의 애독서와 독서 스타일은 정책·인사(人事) 등 국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쁘게 살아온 CEO 출신답게 달리는 차 속에서 30여 분 만에 책 한 권을 뚝딱 해치우는 속독파다. 필요한 때 필요한 책만 골라 읽는 실용 독서가다.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읽고 그를 “전쟁영웅이 아닌 도로망과 수로 개발에 성공한 국가 경영자”라고 평가할 정도로 경제 마인드가 강한 이 대통령은 잭 웰치나 피터 드러커가 쓴 경영서적을 읽으면서도 『쉽게 읽는 백범일지』 『로마인 이야기』 같은 교양서적을 즐긴다.

책을 현실 정치에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5년 동안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50여 권의 책을 추천하고 저자를 정부 요직에 중용해 ‘독서 정치’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예컨대 『정부혁신의 비전과 전략』의 저자(윤성식 교수)를 감사원장에 이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에 임명했고, 『드골 리더십과 지도자론』의 저자(이주흠)를 청와대 리더십비서관으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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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기질이 강했던 노 전 대통령은 20대 초반에 『간호원 연가』 『희망도 없이 떠도는 노가다들의 삶과 애환』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고, 요트·볼링·요가 서적까지 두루 섭렵했던 자유분방한 다독파로서 청설모·바닷게와 같은 낯선 주제가 튀어나와도 대화를 주도할 만큼 박학다식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에는 참여정부의 모토였던 ‘혁신’ 관련 서적들을 편식했다.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휴양소에서 보낸 여름휴가 때는 IBM의 기업혁신 과정을 다룬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와 진보학자가 지은『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독파했다.『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대한민국 개조론』과 같은 혁신 서적을 주위에 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서광답게 여름휴가 중에도 바다낚시 등 간단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휴가지로 ‘바다의 청남대’라는 뜻에서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는 남해안의 한 섬을 즐겨 찾았는데, 2000년 여름휴가 때는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지식경영자』와 『맹자』 등 4권을 읽었다고 한다. 무려 2만여 권의 책을 소장했던 그는 과거 6년여 투옥 중일 때 일주일에 평균 10권이 넘는 책을 독파하면서 부인과 자식들에게 보내는 옥중 서신의 90% 이상을 독후감으로 채웠다. 

그는 감옥에서 아널드 토인비의 14권짜리 대작 『역사의 연구』를 탐독하고 세상을 도전과 응전의 연속으로 보는 역사의식을 갖고 온갖 고통을 감내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독방에서 거미를 관찰하면서 익힌 이른바 관찰독서법을 통해 책을 읽을 때는 꼼꼼하게 밑줄 치고 메모하면서 정독했다. 그가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맨 처음 했던 일이 관저 2층 서재를 늘리는 작업이었다. 정치 외에 『대중경제론』과 같은 경제서, 남북관계 서적을 두루 집필할 정도로 지적 영역이 넓었던 그는 아무리 유명한 책의 저자라고 해도 직접 만나 토론해본 뒤 ‘아니다’ 싶으면 발탁을 과감히 포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방한 성격답게 책을 꼼꼼히 읽기보다 중요한 대목만 발췌해 읽거나 참모들이 요약해준 책 내용을 곧장 현장에 써먹는 이른바 ‘알맹이 독서법’에 능했다. 경남중 3학년 때 책상 머리맡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놓은 후부터 정치 관련 서적만 읽었다.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정치 관련 책만 읽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책을 안 읽는다는 소문은 5공 신군부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여론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지로 청남대를 애용했는데, 1996년 여름휴가 때는 『미래의 결단』이라는 책을 갖고 갔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삶과 정치에도 책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주요 인물을 발탁할 때 독서 여부를 따져 묻기도 했다. 예컨대 어느 군 출신 인사는 “너무 책을 안 읽는다”는 이유로 배제했고, 노신영 전 총리에게는 “바쁜 와중에 독서를 많이 한다”고 칭찬하며 7년 동안 중용했다. 2년1개월 동안의 백담사 생활 기간에 그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 책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는 불경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군사정보대·방첩부대·보안부대 등에 복무하며 군사심리 서적을 탐독했다. 그런 영향 탓인지 처세술과 이미지 메이킹에 능했다. 그는 군가를 여러 곡 작사·작곡했을 정도로 음악 실력이 뛰어났다. 또 홍사용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즐겨 암송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이 좋아하는 위인전을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숙독(熟讀)과 함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좌뇌형 독서법을 선호했다. 구미보통학교 6학년 때 둘째형 상희의 공부방에서 처음 발견한 『나폴레옹 전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훗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종종 꺼내들었다. 

사범학교 시절에 탐독한 『이순신 전기』는 훗날 집권 이후 광화문 네거리에 이순신 동상을 세우는 등 이순신 성역화 작업의 심리적 배경이 되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5·16 직후 언론인과 교수 10여 명으로 구성된 일종의 독서토론모임인 ‘근대화 연구회’를 통해 경제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형성했고 이는 청와대 입성 이후 특보제도로 제도화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열적인 학구파였다. 6년여 투옥 중에 국내 최초의 영한사전을 집필해 3분의 1 정도 마쳤으나 러일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중단했다. 그는 감옥에서 선교사들이 차입해준 책 523권으로 옥중 도서관을 개설해 죄수들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최진 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청와대 정책비서실 국장과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정책홍보실장을 지내고, 현재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과 경희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대통령 리더십 총론』 『MB리더십의 성공 조건』 『참모론』 등의 책을 낸 데 이어 최근 역대 대통령의 독서습관을 분석한 『대통령의 독서법』(지식의 숲)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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