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근 인종갈등 크게 늘어… 위기 맞은 '멜팅 포트(Melting Pot: 인종과 문화 등이 융합·동화되는 것) 神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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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4-04-29 13:48 조회4,6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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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용 유니폼 거꾸로 입은 채 국가 불러… 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선수들이 27일(현지 시각) 오클랜드에서 열린 NBA 서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경기 시작 전에 연습용 유니폼을 거꾸로 입은 채 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클리퍼스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유니폼을 거꾸로 착용했다. /AP 뉴시스




NBA 구단주, 여자 친구에게 "흑인과 경기장 오지 마라"
격앙한 선수들, 유니폼 던지고 경기 땐 검은색 양말 등 착용
특정인종 '증오그룹' 1000개 넘어…
흑인 대통령 탄생이 인종차별 노골화 계기된 듯

출신 국가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결국에는 '미국인으로 통합된다'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정신이 깨지기 직전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 선수들은 27일(현지 시각) 지역 플레이오프전(戰)에서 구단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연습용 유니폼도 거꾸로 입어 구단 이름을 숨겼다. 경기 때는 양말과 손목, 팔 보호대 색깔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80)이 자신의 혼혈 모델 여자친구에게 "내 경기에 흑인과 함께 오지 마라" "(전 NBA 흑인 스타) 매직 존슨과 찍은 사진을 지우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일부에서는 NBA 선수들의 이런 행동이 1968년 멕시코올림픽 육상 200m 시상식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당시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던 미국의 흑인 선수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치켜들었다.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無言)의 항의였다.

스털링의 인종차별 발언은 한 연예 매체가 음성 파일을 통째로 공개하면서 미국 전체를 들끓게 했다. 말레이시아를 순방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식한 사람은 꼭 무식을 광고하고 싶어 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역겹다"고 한 뒤 "미국은 인종차별의 유산에 대항해 끊임없이 싸워왔고, 매일 벌어지는 그 흔적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BA 측에서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진상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 시상식에서 토미 스미스(가운데·금메달)와 존 카를로스(오른쪽·동메달)가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고개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뻗고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 시상식에서 토미 스미스(가운데·금메달)와 존 카를로스(오른쪽·동메달)가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고개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뻗고 있다.
미국 내 인종차별 사건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네바다주(州)의 목장주인 클리브 번디는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흑인은 노예 때가 더 형편이 좋았다"고 발언해 많은 흑인을 분노케 했다. 그는 1993년부터 국유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자신의 가축들을 방목한 것과 관련해 민병대까지 동원해 주 정부와 맞섰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전국적 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인종 관련 증오 발언 때문에 그를 지지했던 공화당 측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시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쿠 클럭스 클랜) 간부 출신이 유대인 센터에 총기를 난사해 3명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도 한동안 잠잠했던 인종차별적 행태가 한층 노골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 시절 200개 이하였던 이른바 '애국그룹'이 오바마 대통령 집권 후 1000개 넘게 늘어났다.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를 공공연하게 표출하는 '증오 그룹'은 2000년 602개에서 2012년 1007개로 급증했다. "대통령까지 나왔는데, 무슨 흑인이 소수냐"는 주장을 내걸고 반(反)오바마 그룹이 결집하는 것이다.

미국 증오집단 숫자 추이 그래프

최근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 폐지가 위헌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백인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예전에는 소수 인종에 대한 혜택 축소는 꺼내기 쉽지 않은 주제였다. 하지만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더는 소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구성에서도 점점 입지가 줄어드는 백인들의 불안감이 은연중에 인종차별이나 인종증오적 행태로 드러난 게 최근의 사태라는 분석이다.

아직 다수의 미국인은 인종 갈등 문제에 대해 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다. 목장주 번디를 영웅시했던 일부 공화당 관계자도 번디의 '니그로' 발언 이후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인종 갈등이 심각한 미국에서 자칫 '국가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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