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이유

페이지 정보

관리자 작성일09-09-10 10:48 조회3,873회 댓글0건

본문

우리나라만큼 일본과 특수한 감정을 가지는 나라도 드물다.
 
인접국이지만 36년간의 식민지배, 그래서 가깝고도 먼 나라.
 
그동안 민족주의적 감정에서 한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려고 노력해왔다.
 
특히 사회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할 사회학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딱히 유별난 반일감정은 없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과 비슷한 부분도 많기에, 이 곳 호주에 와서도 딱히 일본을 의식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일본과의 미묘한 경쟁의식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 곳 호주인들이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를 느끼니 더더욱 그렇다.
 
 
 
  나는 한국 고려대학교 - 호주 뉴캐슬 대학교 1년 교환학생이다.
 
이 곳 학교에서 얼마 전 교환학생 박람회를 연 적이 있다.
 
자기 학교 학생들에게 타국 교환학생들과의 만남을 도모하여 교환학생 대상교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다.
 
나는 고대 자리에 앉았고, 내 좌측에는 일본 나고야 대학생, 우측에는 세이조 대학생이 앉았다.
 
박람회가 시작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호주 학생들은 대체로 미국이나 유럽 쪽의 교환학생을 선호한다.
 
그나마 아시아에 관심을 보이는 몇몇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 내 양 옆의 일본대학교들 앞에 섰다.
 
아무런 호객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양 옆 일본 대학교 자리 앞엔 학생들이 북적였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도 좋다고 권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이는 드물었다.
 
서로간 대학순위가 어찌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우리 대학도 나쁘진 않은데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이 야속했다.
 
게다가 일본 대학교들은 모두 거금의 장학금까지 조건으로 걸고 있으니,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러는걸까. 은근히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묵묵히 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 호주 친구가 데려간 자그마한 술집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복수전공한다는 호주학생을 만났다.
 
'아시아에 관심많은 녀석인가보군'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어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도 궁, 커피프린스, 꽃보다 남자 등 한국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대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없기 때문이란다.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정말 배우고 싶었지만, 한국어는 유튜브에서 보는 한국드라마로 만족해야만 했다고.
 
호주 내 몇 학교에 한국어과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나 중국어 과정이 압도적으로 많다는건 장담할 수 있다.
 
그래. 그건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 이유에서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만, 한국어는 상대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시아 언어를 전공하면 중국어 혹은 일본어를 선택한다고.
 
학과 과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이유가 더 크다고 했다.
 
 
 
  나는 사실 민족주의에 심취한 사람도 아니고, 미칠듯한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열혈애국청년도 아니다.
 
민족주의나 맹목적 애국심이 주는 위험성은 잘 알고 있다.
 
사회학적 입장에서 이런 류의 감성은 객관성을 잃은 치기 어린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나는 몹시 속상했다.
 
교환학생 박람회에서 양 옆 일본 대학교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지만 배울 수도 없고,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우는게 더 낫다는 그 호주친구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88 올림픽, 2002 월드컵 개최국에다 OECD가입국이라는 자부심은 한국인들만의 것이었나.
 
 
 
2005년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머리를 스쳤다.
 
1위, 시위(Demonstration). 2위, 핵(Nuclear). 3위, 북한(North Korea).
 
같은 시기 미국인 대상 일본의 이미지 조사 결과는 1위, 사무라이. 2위, 전자제품, 3위, 애니메이션이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소소한 일들이겠지만,
 
언젠간 내 이 작은 날갯짓이 이 이미지들을 날려버리는 나비효과가 되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Korea in US Articles 목록

Total 1,152건 3 페이지
Korea in US Articles 목록
  • ‘탐나는 사극’이도다  
  • 관리자   2009-08-17 08:32:55   2199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탐나는 사극’이도다   공희정 /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채널사업팀장   판타지 사극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17세기 조선의 한 섬에서 일어난 이야기「탐나는도다」(MBC). 섬을 벗어나고 싶은 해녀 버진과 귀양 온 선비 박규, 그리고 일본…
  • 유시춘 `DJ는 뼛속 깊은 민주주의자`  
  • 관리자   2009-08-18 06:39:48   3010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박 전 대통령과 대화 못한 것 안타까워해`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 구술 작업에 참여한 소설가 유시춘(59) 씨는 18일 "김 전 대통령은 뼛속 깊은 민주주의자"라며 고인을 회고했다.유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상이 과격하다거나 좌경 용공이라는 식의 …
  • 김동길 “DJ 추종자, 추태 부리는 일 없길”  
  • 관리자   2009-08-20 08:51:38   3897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김대중 전 대통령 생존 당시 '북한에 돈 준 사람은 투신자살해야 한다'고 비난했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19일 김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인생무상을 느낍니다'라는 제목…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일기, 인터넷 추모홈페이지에 공개  
  • 관리자   2009-08-20 22:08:38   401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남긴 일기가 21일 일부 공개됐다.김 전 대통령의 유족측은 21일 인터넷 추모 홈페이지에 김 전 대통령이 쓴 일기를 올렸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제목의 이번 일기는 총 42페이지로, 올 1월1일부터 6월2일까지&n…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왕 선덕여왕  
  • 관리자   2009-08-27 07:25:32   2189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남자 후보 제치고 일찌감치 낙점, 여성의 당당한 승리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선덕여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며 동양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선덕여왕이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 [그때 오늘] 온 식구 얼어붙게 만든 - 전설 따라 삼천리  
  • 관리자   2009-09-06 14:18:16   2598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1960년대 라디오 드라마 ‘전설 따라 삼천리’ 제작 현장에서 한 여자 아나운서가 기절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대목을 녹음하고 있을 때 옆 부스에서 지켜보다가 겁에 질려 그만 쓰러져버린 것이다. 시그널 음악인 드뷔시의 ‘조각배(En Bateau)’만 들어도 간이 졸아들던…
  • 여성이 섹스하는 이유? 알면 실망할걸  
  • 관리자   2009-09-08 11:07:48   4383회     추천    비추천
  • 여성이 남성과 잠자리를 같이하는 이유는 뭘까. 상대방의 성적 매력이 철철 넘쳐서? 아니면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7일 외신이 소개한 미국 텍사스 대학의 신디 메스턴 교수와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최신 공저 '여자들이 섹스하는 이유'(Why Women Have Sex)에…
  • 선덕여왕 비담 효과 톡톡…시청률 50% 초읽기  
  • 관리자   2009-09-08 11:25:43   2730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청률 40%대를 넘어서며 ‘국민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선덕여왕’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 뛰어난 연출력,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리…
  • 자살 - 3개월내 재(再)시도 가능성 높아… 적극 관심을  
  • 관리자   2009-09-09 07:27:18   400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자살 시도자에 들어보니자살 시도한 사람의 27% 다시 시도해 사망가족도 엄청난 스트레스 함께 전문가 상담 받아야 "그날은 약을 먹고 며칠 아무 생각 없이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 남은 건 빚과 눈물뿐…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 관리자   2009-09-09 07:28:30   406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 과테말라 서부의 가난한 산악마을‘엘 로사리오’에서 윌리언 토흐(왼쪽)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 고, 옆에서 그의 어머니가 옷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PBS 방송 전재산 들여 美 밀입국… 과테말라人 수만명 단속에 걸려 강제 송환 과테말라 서…
  • 선덕여왕에서 배우는 인생 관리법  
  • 관리자   2009-09-09 07:46:00   2810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선덕여왕>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사고 방식과 신념을 갖고 행동하며 자신의 포부와 목표를 이뤄나간다. 미실, 덕만(선덕여왕), 천명 공주, 김유신 4인방의 ‘how to’는 21세기인 지금도 먹혀들까? 부모라면, 미실처럼표…
  •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이유  
  • 관리자   2009-09-10 10:48:05   3874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우리나라만큼 일본과 특수한 감정을 가지는 나라도 드물다.   인접국이지만 36년간의 식민지배, 그래서 가깝고도 먼 나라.   그동안 민족주의적 감정에서 한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려고 노력해왔다.   특…
  • 아프간 전쟁은 오바마 정부의 끔찍한 범죄다  
  • 관리자   2009-09-10 12:22:22   408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예술 및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따르면, 노엄 촘스키 교수(위)는 1980~1992년 생존해 있는 학자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 역대 인물 중에는 여덟 번째.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때부터 촘스키 교수는 미디어 비평과 정치적 행동으로 인해 대…
  • 3김(金)은 무슨?… 대통령은 2김(金)만 했는데  
  • 관리자   2009-09-13 13:57:37   312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3김(金)은 무슨?… 대통령은 2김(金)만 했는데   김종필 자민련 前 총재, 뇌졸중 퇴원후 첫 인터뷰"난 내각제하다 망했지만 대통령제 빨리 바꿔야 DJP연합 후회는 안해""세종시, 과천 등 4곳에 행정부 나누는건 문제지만 대통령이 한 약…
  • 미국 시민권 따려 군입대, 한국인이 제일 많아  
  • 관리자   2009-09-18 10:16:25   4428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군대에 입대하는 외국인 10명 가운데 3명이 한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6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미군에 입대하면 쉽게 시민권을 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육군에 입대한 특수 언어 구사자 중…
  • 그 남자, 일흔 잔치를 시작하다  
  • 관리자   2009-09-20 16:19:07   387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前인텔 CEO 배릿, 시골여관 주인으로 제2인생“평생 속도에 매달린 삶, 이젠 느림의 미학 찾을것”‘세계적인 대기업의 회장, 시골 농장의 여관 주인으로 제2 인생을 열다.’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을 퇴사한 크레이그 배릿 전 회장(70·사진)이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
  • 척수 손상 마비 “걸을 수 있다”  댓글1
  • 관리자   2009-09-21 10:56:27   195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美 쥐실험서 뇌신호 없이 걸어척수 손상으로 마비된 쥐가 뇌의 신호를 받지 않고서도 걸을 수 있는 실험이 성공했다. 척수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뇌와 온몸의 신경계를 잇는 역할이다. 말초신경계에서 받아들이는 자극은 척수를 통해 집합해 뇌로 올라가며, 마찬가지로 …
  • 신종플루 예방에 버섯이 효과  
  • 관리자   2009-09-21 11:13:00   5039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한국버섯산업연구회(회장 장현유 한국농업대학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신종 플루) 예방식품으로 버섯이 효과가 있다고 21일 발표했다.연구회에 따르면 대부분의 버섯류는 베타글루칸(Beta Glucan)이란 면역 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신종 플루 같은 바이러…
  • 오바마, 재떨이 안 비워 부부싸움  
  • 관리자   2009-09-23 09:33:07   448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결혼생활 다룬 책 나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고도 꽁초를 버리지 않는 간 큰 남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오르기 전까지의 모습이다.미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신간 <버락과 미셸: 미국 결혼의 초상>에서 오바마 …
  • 스승의 글씨와 제자의 난초  
  • 관리자   2009-09-25 13:05:37   2518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오늘 우리는 학통이 무너진 삭막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학통이 무너지는 것은 승승의 위엄과 자애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추사 김정희와 석파 이하응이 나눈 사제 간의 정리를 되새겨 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추사 김정희를 일러 사람들…
게시물 검색
2024년 07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07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35,7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