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개정·재협상 차이일 뿐… 트럼프, 어떻게든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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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7-07-13 16:04 조회5,2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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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는 8월 16일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며 보낸 서한. 뉴시스
미국이 1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 철학’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향후 방식이 일부 개정이냐, 재협상이냐의 차이일 뿐 미국 측은 어떻게든 한·미 FTA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고, 특히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무역장벽 해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정 개정 시도는 한·미 FTA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국이 가입된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취임 100일이던 지난 4월 29일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를 비롯한 14개 FTA 전체를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NAFTA도 당초에는 탈퇴하려 했지만 국내외 반대를 고려해 재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8월부터 본격적인 재협상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이 체결한 FTA 14개 중에는 NAFTA와 한·미 FTA가 가장 덩치가 크고 또 무역적자가 두드러진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한동안 NAFTA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다가, NAFTA 재협상이 굳어진 뒤부터는 한·미 FTA로 타깃을 바꾼 양상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통상장관들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한·미 간 무역적자 문제를 성토했다. 그만큼 한·미 FTA를 개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 FTA는 비단 경제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 내부 정치와도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더욱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인 2012년에 체결됐고,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수시로 “역대 FTA 가운데 최고의 결과”라고 자랑해온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또 자신의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가 국무장관이던 시절에 한·미 FTA가 체결된 점을 들어 자주 ‘지독하게 나쁜 협정’이라고 비난해 왔다.
내년 말 미국 중간선거도 한·미 FTA 개정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바꾸게 된다. 단순히 의원 선거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정치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한·미 FTA 적자 문제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러시아 유착 스캔들’ 문제가 부각될수록 시선 분산 차원에서 FTA에 화살이 쏠릴 수도 있다.
미국의 한·미 FTA 때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말 아시아 순방에 즈음해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순방에서는 무역적자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각될 수 있고, 미국은 그때까지 한·미 FTA나 무역적자 해소 문제가 일정 수준 이상 논의가 돼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켜 온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반대급부로 무역문제에서 보다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계속 거세지고 있는 점은 향후 FTA 개정 또는 재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에 유리하도록 FTA를 개정하겠다는 것은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에 해당된다. 보호무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계속 커질 경우 미국도 일방적으로 재협상이나 개정을 밀어붙일 수 없고, 최소한의 ‘수정’에 그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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