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이 '위대한 기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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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1-04-25 12:23 조회4,3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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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가와 유키코 日 와세다대 교수
매출·수익은 급성장했지만 영향력 있는 선도기업엔
도달하지 못한 한국 대기업… 국내외 협력기업 묶어
기술·정보 공유하는 '개방화'로 혁신나서야
'비열한 모방꾼'.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표현은 여전히 과격했다.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삼성이 모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맞서 삼성도 통신특허 등을 걸고 일본과 독일 등에 애플을 역(逆)제소, 공방이 본격화됐다. 애플은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진영으로부터 최대의 라이벌로 부상한 삼성의 '갤럭시'를 견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에서 방대한 양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기도 하다. 법정 공방전 자체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상호의존이 복잡한 업계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은 화해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뿐 아니라 단기간에 세계기업으로 대두한 다른 한국의 대기업들에 있어 이 사건의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급속히 매출과 수익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은 이제 명백히 '성공한 기업'이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만이라면 다른 신흥시장에도 자원관련 기업이나 국영기업 등이 많이 있다. 그에 더하여 선진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지닌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위대한 기업'으로서의 측면이 필요하며, 한국 기업에도 이것이 요구되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의 정의는 아마도 하나가 아닐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여러 점에서 전례가 전혀 없는 '혁신성'을 가지고, 동시에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배당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불릴 것이다. 미국 기업의 활력을 받쳐주는 것은 그 신진대사(新陳代謝)이며, 오늘날의 신흥국도 여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더 긴 산업사를 가진 일본이나 유럽에는 100년 단위의 역사로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기업군(群)이 있다. 이들은 반드시 대기업인 것도 아니고, 혁신의 속도도 느리며, 성장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문화에 깊이 침투해, 많은 기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대한 기업'이며, 실제로 극심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간단히 무너지지 않는다. 전통적 기술로부터 첨단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업도 많다.
그러면 '성공한' 한국 대기업은 어떤 '위대한 기업'을 목표로 해야 할까. 대답은 쉽지 않다. 사실 미국형의 혁신기업도, 유럽이나 일본식의 안정기업도 현재의 '성공한 기업' 구조와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을 추구하면 할수록 당연히 막대한 기초연구비가 필요해 사업화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고, 2등기업에는 없는 부담을 지게 된다. 한편 유럽·일본형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 사회와의 신뢰구축에 시간이 걸린다. 단기수익 지향을 버리지 않는 한 이것도 당장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한 한 기술을 자사(自社) 특허로 굳히고 폐쇄적인 수직통합 생산을 지향하는 그동안의 오랜 모델과 결별하고, 한국 기업 스스로도 진지하게 '개방화 전략'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떤 기업에도 혁신이란 그리 쉽지 않다. 다수의 혁신적 기업은 여러 가지 기술을 특허와 수직통합으로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뛰어난 개방화 전략으로 위험을 줄이고 시장확대를 노린다. 애플의 혁신은 스마트폰이라면 그 설계와 디자인에 있으며 하드웨어 부품은 개방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부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에까지 진출한 삼성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직통합 지향은 과거의 일본 기업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장기거래처와의 정보공유와 협력관계는 밀접했고, 한정적이지만 일본식의 기술 개방은 있었다. 한국 기업이 수직통합할 수 없는 부품이나 소재를 일본 기업이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 IT강국(强國)을 자임하는 한국에서 삼성은 기술을 오픈해서 획기적인 OS와 시스템 기업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세계에 예가 없는 고로(高爐)건설을 강행하고, 그룹 조달에 집착하는 현대자동차는 소재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가?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통화위기 후의 '선택과 집중'으로 한국 기업은 극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과 함께 수직통합 지향과 개방전략의 부재가 드러나면서 혁신은 더욱 곤란해진 것 같다. '성공한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아니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은 국내외의 협력기업을 묶어 전략적으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표현은 여전히 과격했다.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삼성이 모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맞서 삼성도 통신특허 등을 걸고 일본과 독일 등에 애플을 역(逆)제소, 공방이 본격화됐다. 애플은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진영으로부터 최대의 라이벌로 부상한 삼성의 '갤럭시'를 견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에서 방대한 양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기도 하다. 법정 공방전 자체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상호의존이 복잡한 업계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은 화해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성뿐 아니라 단기간에 세계기업으로 대두한 다른 한국의 대기업들에 있어 이 사건의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급속히 매출과 수익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은 이제 명백히 '성공한 기업'이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만이라면 다른 신흥시장에도 자원관련 기업이나 국영기업 등이 많이 있다. 그에 더하여 선진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지닌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위대한 기업'으로서의 측면이 필요하며, 한국 기업에도 이것이 요구되는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의 정의는 아마도 하나가 아닐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여러 점에서 전례가 전혀 없는 '혁신성'을 가지고, 동시에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배당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불릴 것이다. 미국 기업의 활력을 받쳐주는 것은 그 신진대사(新陳代謝)이며, 오늘날의 신흥국도 여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더 긴 산업사를 가진 일본이나 유럽에는 100년 단위의 역사로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기업군(群)이 있다. 이들은 반드시 대기업인 것도 아니고, 혁신의 속도도 느리며, 성장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생활문화에 깊이 침투해, 많은 기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대한 기업'이며, 실제로 극심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간단히 무너지지 않는다. 전통적 기술로부터 첨단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업도 많다.
그러면 '성공한' 한국 대기업은 어떤 '위대한 기업'을 목표로 해야 할까. 대답은 쉽지 않다. 사실 미국형의 혁신기업도, 유럽이나 일본식의 안정기업도 현재의 '성공한 기업' 구조와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을 추구하면 할수록 당연히 막대한 기초연구비가 필요해 사업화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고, 2등기업에는 없는 부담을 지게 된다. 한편 유럽·일본형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 사회와의 신뢰구축에 시간이 걸린다. 단기수익 지향을 버리지 않는 한 이것도 당장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닐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한 한 기술을 자사(自社) 특허로 굳히고 폐쇄적인 수직통합 생산을 지향하는 그동안의 오랜 모델과 결별하고, 한국 기업 스스로도 진지하게 '개방화 전략'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떤 기업에도 혁신이란 그리 쉽지 않다. 다수의 혁신적 기업은 여러 가지 기술을 특허와 수직통합으로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뛰어난 개방화 전략으로 위험을 줄이고 시장확대를 노린다. 애플의 혁신은 스마트폰이라면 그 설계와 디자인에 있으며 하드웨어 부품은 개방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부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에까지 진출한 삼성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직통합 지향은 과거의 일본 기업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장기거래처와의 정보공유와 협력관계는 밀접했고, 한정적이지만 일본식의 기술 개방은 있었다. 한국 기업이 수직통합할 수 없는 부품이나 소재를 일본 기업이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 IT강국(强國)을 자임하는 한국에서 삼성은 기술을 오픈해서 획기적인 OS와 시스템 기업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세계에 예가 없는 고로(高爐)건설을 강행하고, 그룹 조달에 집착하는 현대자동차는 소재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가?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통화위기 후의 '선택과 집중'으로 한국 기업은 극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과 함께 수직통합 지향과 개방전략의 부재가 드러나면서 혁신은 더욱 곤란해진 것 같다. '성공한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아니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은 국내외의 협력기업을 묶어 전략적으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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