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의 자부심' 건드린 트럼프, 대선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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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8-03 09:57 조회5,8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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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부모 비하 발언 역풍… 힐러리, 지지율 9%p 앞질러]
- 與野 할 것 없이 집중포화
매케인·젭 부시·오바마까지 "참을 수 없는 무례한 짓" 비난
언론도 "이번엔 너무 나갔다… 과거 매카시즘 몰락 보는 듯"
- 여전히 멈추지 않는 '입'
트럼프 "힐러리는 악마" 샌더스의 지지 선언도 비판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순조롭게 출발했던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대선 초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폭탄 테러에 사망한 무슬림계 전쟁 영웅 후마윤 칸 대위의 부모가 민주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것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무슬림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자기 무덤을 팠다. 그는 당시 후마윤의 아버지인 키르즈 칸만 연설하고, 어머니는 연단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막말을 했다가 거센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전사자 가족을 비난한 데 대한 비판은 정당을 가리지 않았다. 우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나섰다. 키즈르 칸 부부에게 연설을 부탁한 건 바로 오바마였다. 그는 1일(현지 시각)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열린 '상이군인회' 연례행사에서 "그 누구도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미군 전사자 가족)'만큼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위해 기여한 사람은 없다"며 "미국의 힘을 상기시킨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고, 이들을 존중하고 이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부글부글 끓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연방 상원 의원은 "내가 트럼프의 말에 얼마나 동의하지 않는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윌리엄 코헨 전 국방장관은 "아무리 정치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에 경악했다. 그를 잠재적인 미군 최고사령관으로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경쟁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가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무례한 짓"이라고 했고,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칸 대위는 영웅이다. 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도 병역 의혹을 제기하며 트럼프를 몰아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4년부터 학업을 이유로 4번, 1968년에는 발뒤꿈치 돌기 때문에 징병 면제를 받은 점을 재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대학 시절 미식축구와 테니스, 스쿼시를 즐길 정도로 신체 건강한 남성이었다"며 고의 기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논란이 트럼프의 대권 가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까지 무슨 발언을 해도 괜찮던 '무적의 후보(Teflon Candidate)'가 이번 칸 부부 대응에서는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많다"며 이번 사태를 1950년대 매카시즘 몰락과 비교했다. 공산주의자 색출에 앞장서며 인기몰이를 했던 매카시가 '품위 없는 행동'으로 몰락을 자초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막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메카니스버그 유세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의 힐러리 지지를 비판하며 "샌더스는 악마와 거래를 했다. 힐러리는 악마"라고 했다. 오하이오 유세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이 (나에게) 불리한 쪽으로 조작될 우려가 있다"며 선거 조작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지지자인 로저 스톤은 트위터에 "(후마윤의 아버지인) 키즈르 칸은 힐러리를 돕는 '무슬림형제단' 요원"이라고 비방해 논란을 키웠다.
☞골드 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
미국에서 전투 중 혹은 군사 관련 임무 도중에 사망한 군인의 가족을 일컫는 말. 미국 국방부는 전사자 가족에게 보라색 바탕에 황금 별 모양의 단추를 배포하는데, 전사자 가족이 옷에 이 단추를 달거나 가정·학교·회사 등에 이 모양의 깃발을 걸어 그 안에 전사자가 있음을 알리는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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