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패배했지만, 야권은 승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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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4-16 09:13 조회1,7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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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단상 | 박근혜의 "현대식 독재"는 패배했지만, 야권은 승리하지 않았다

총선 결과를 접하고 어제 점심 무렵까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점점 기분이 찜찜해졌다. 밤늦게까지 곰곰이 생각했다. 정부여당이 참패한 것은 맞는데, 야권이 승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제 밤늦게 통화한 서해성선생님의 표현처럼 유권자들은 이번에 박근혜의 "현대식 독재" 또는 "박정희를 등에 업은 영정 통치"는 확실히 종식시켰다. 영남조차도 이제 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선거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권이 승리했는가. 현상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야권이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민심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승리했는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더민주당은 "문제는 경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그 슬로건에 걸맞게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들과 정책역량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국민의당도 현재로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 정의당은 여전히 소수정당으로 남았고, 녹색당 등은 이번에도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향후 대선에 대한 걱정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보자면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는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당장 유력한 야권의 두 대선 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매우 강하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기에 이번 총선에서도 "전략적 연대"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대선 국면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날까 두렵다. 그렇게 된다면 대선에서 민심은 찢어져 정말 어부지리로 다시 여권이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이간질하고 갈라치려 할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정부여당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럴 정부여당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오지도 않았다. 특히 박근혜대통령 부류의 사람들은 "마이웨이"를 고집할 것이다. 유신 말기에 박정희가 분출하는 민심의 이반을 억누르며 더더욱 철권통치를 강화했던 것처럼.

당장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어차피 새누리당"이었던 유승민 등 탈당파들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또한 검경을 동원한 당선자 조사와 수사에 발빠르게 나서겠다고 했다. 그 칼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뻔하다. 그와 더불어 두 야권 주자간의 반목으로 벌어진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적으로 원내 소수파인 국민의당을 회유하고 견인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생각할 때 야권 정당들이 해야 할 일들은 분명하다. 우선 각 정당이 국민의 민심을 훨씬 더 잘 받아아는 개혁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야권 정당들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해야 한다. 예를 들면, 테러방지법과 새누리당 총선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완화"를 저지하고, 세월호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은 세월호특별법을 제대로 개정해야 한다. 원내 소수파여서 못했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이런 일들을 못한다는 변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함께 어루만지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한다. 한편으로는 더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국민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처럼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할 정책들을 내놓으며 서로 경쟁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이기는 세력이 향후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제발 문재인, 안철수 두 분께 부탁한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서로에게 쌓인 깊은 감정의 골은 이해한다. 하지만 두 분이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부여받은 역사적 지위와 역할, 책무를 생각할 때 이제 그 감정은 가능한 한 접으시라. 두 분 앞에 놓여 있는 역사적 대의와 국민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시라. 역사적 대의를 받들고 국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일에 더 충실한 사람이 대권경쟁에서도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지만 민심의 눈썰미는 날카롭다. 어떤 정치적 결정이 사감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대의를 위한 것인지 국민들은 현명하게 알아차린다. 또한 서로 먼저 다가가고 더 넓은 포용력을 보이는 사람을 국민들은 눈여겨 볼 것이다. 특히 문재인의원은 왜 두 차례 광주행에도 불구하고 호남민심을 얻지 못했는지 처절히 돌아보시라. 문재인의원 스스로도 비슷하게 말했지만, 야권 후보가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고서 어떻게 야권을 대표해 대선에 나설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안철수의원도 너무 의기양양하지 마시길 바란다. 호남민심은 현대사에서 오랫동안 당해온 "고립과 배제의 트라우마"를 호남 정치인들이 더민주당에서 내쳐지는 과정에서 기시감처럼 떠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반감으로 이번에 국민의당에 높은 지지를 보냈지만, 그것이 안철수 개인이나 국민의당 전체에 대한 흔쾌한 지지는 아니었음을 역시 이해해야 한다. 그 마음의 방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는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이나 문재인 대표의 참모 또는 측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분들이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을 어떻게 견인해갈지에 따라 반목과 질시, 분열에 따른 대선 패배가 되풀이될지 아니면 "각자의 독자성을 확보한 연대"를 통해 대선 승리를 가져올지가 결정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당부하건대, 두 세력이 오로지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이 나라 장래를 위해 건전하게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 이번 총선이 여권 패배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야권의 승리, 그리고 국민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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