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 박지성, 다음 월드컵에서는 못 보나?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유쾌한 도전’이 멈췄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02년 4강 신화’ 재현의 꿈도 일단 멈추게 됐다.

박지성은 월드컵 시작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아시안컵 우승이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라고 말해 내년에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스스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게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보면 늦어도 박지성은 내년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3번의 월드컵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번 월드컵에서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시기나 나이 등을 고려해봐도 지금이 대표팀에서 은퇴하기에 적기일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바쁜 일정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박지성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 경기 후 “어린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보여준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배의 아쉬움보다 후배들의 기량에서 미래를 본 발언이다. 

이와 관련, 대표팀 선배인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팬들이 국가대표를 계속하길 원한다면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성이는 한국 축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라고 말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고려하면 대표팀 은퇴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절정에 달한 기량을 보여줬다. 1차전인 그리스전에서 멋진 추가골을 넣은 것 뿐 아니라 공·수 양면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 전체를 조율했다. 위기에서 상대방의 찬스를 차단하고, 공격에서 기회를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축구팬들은 ‘두개의 심장’이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뛰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