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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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3-22 00:40 조회7,0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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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라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날 스므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이 피었다 시드는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 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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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감 - 박시하  
  • 최고관리자   2016-05-03 16:50:45   4624회     추천    비추천
  •  담벼락 위로푸른 감들이 매달려 있다골목은 비틀려 있다비틀린 골목에서는 판단과 구분을 잘해야 한다한곳만 보며 가면나오는 길이 지워진다감들은 한곳만 보며 익는다떫을 만큼 떫은 후에붉게나무에서 떨어져 나온다감들이 매달려 있다골목을 지우며 당도한곧은 햇빛이푸른 감을…
  • 밤 - 진은영  
  • 최고관리자   2016-05-03 16:50:27   4738회     추천    비추천
  •  술자리의 음란한 말들이 자꾸 흘러가네밤은 고양이의 울음으로 짠 검은 망사 속옷을 입었네얼빠진 도둑이 살찐 빈 보석함을 훔쳤다네녹색 씀바귀의 불빛에 술꾼들은 혀를 담그네달은 혼자 빠져나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텅 빈 광장의 축축한 구석들에 누워보네_________…
  • 새우젓 - 윤후명  
  • 최고관리자   2016-05-03 16:50:07   4760회     추천    비추천
  •  새우젓의 새우 두 눈알까맣게 맑아하이얀 몸통에 바알간 꼬리옛 어느 하루 맑게 돋아나게 하네달밤이면 흰 새우, 그믐밤이면 붉은 새우그게 새우잡이라고 배운 안산 사리포구멀리 맑게 보이네세상의 어떤 눈알보다도 까매서무색한 죽음지금은 사라진 사리포구삶에 질려 아득히…
  • 드라이플라워 - 문인수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9:36   4579회     추천    비추천
  •  마음 옮긴 애인은 빛깔만 남는다.말린 장미·안개꽃 한 바구니가 전화기 옆에놓여 있다. 오래,기별 없다. 너는 이제 내게 젖지 않아서손 뻗어 건드리면 바스러지는 허물, 먼지 같은 시간들……가고 없는 향기가 자욱하게 눈앞을 가릴 때찔린다. 이 뾰족한 가시는딱딱하…
  • 대관령 옛길 - 천금순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9:16   4388회     추천    비추천
  •  대관령 옛길을 걷는다아무도 없는 능선의 죽은 고목과세찬 바람만이 나를 반기는성산면 어흘리내 등 뒤로 죽은 나뭇가지가 뚝하고 부러진다가을은 아직 먼가, 가까운가어흘리 주막을 지나바람이 버들치 여울 따라 흘러 내려오다물소리와 함께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간다눈물로…
  • 일몰 - 임곤택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8:59   4712회     추천    비추천
  •  저녁 일곱시쯤의 자유는 착잡한 것수염이 짙어지고바람은 음탕해지고흩어진 비둘기들을 한 마리씩 정확히 불러들이는오래된 집의 기억력어미가 방금 낳은 듯버스는 버스 뒤에 바싹 붙어정돈된다어서 오라거나 멀리 가라는 손짓하는 수 없이사람들이 터벅터벅 빛을 흘릴 때---…
  • 포구에서 벚꽃의 시간에 젖다 - 김윤배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8:38   4543회     추천    비추천
  •  포구에 바람 분다오래된 숨소리가 파도 계단을 건너와너의 흰 목덜미 스치는 소릴 들었고이어서 짧은 탄성이 터졌으므로만개한 벚꽃 그늘을 지나수제 초콜릿은 뜨거운 몸이었다몸은 파도가 일렁이는 시간에 빛났다푸른 물결은 너를 놓아주지 않아서파도의 혀끝에서 목을 젖혔다…
  • 산다는 것은 - 오세영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8:16   4620회     추천    비추천
  •  산다는 것은눈동자에 영롱한 진주 한 알을키우는 일이다.땀과 눈물로 일군 하늘 밭에서별 하나를 따는 일이다.산다는 것은가슴에 새 한 마리를 안아기르는 일이다.어느 가장 어두운 날 새벽미명(未明)의 하늘을 열고 그 새멀리 보내는 일이다.산다는 것은손 안에 꽃 한…
  • 피뢰침, 죽을힘으로 산다 - 유안진  
  • 최고관리자   2016-05-03 16:47:55   4374회     추천    비추천
  •  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
  • <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 최고관리자   2016-04-19 11:50:01   2236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 봄의 연가  겨울에도 봄여름에도 봄가을에도 봄어디에나 봄이 있네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우리 서로 사랑하면살…
  •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 김정한  
  • 최고관리자   2016-04-19 11:48:07   4788회     추천    비추천
  •    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 김정한 인생의 스승은책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했는데살아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언제나 나를 가르치는 건말없이 흐르는 시간이었다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정답도흐르는 시간 속에서 찾게 되었고…
  • 엄마의 집  
  • 최고관리자   2016-04-19 11:47:31   4982회     추천    비추천
  •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후회도 하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사는 동안 몇 번이고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다시 하는 거야.   - 전경린 / 엄마의 집 -
  • 더 좋은 날은 지금부터  
  • 최고관리자   2016-04-19 11:46:28   4940회     추천    비추천
  •    마음 먹기에 따라서 시작은비슷하지만 끝은 너무도 다르다 우리가 바라보며 걸어야 할 머나먼 별북극성은 희망과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그걸 바라며며 힘차게 걸어가는 길은멀어도 행복하지 않겠나그 최고의 순간을 위해우리는 멈추지 않고 그저…
  • 꽃과 침묵  
  • 최고관리자   2016-04-19 11:46:12   5427회     추천    비추천
  •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민들레꽃을 부러워 하지도닮으려 하지도 않는다 어디 손톱만한 냉이꽃이함박꽃이 크다고 하여기 죽어서 피어나지 않은 일이 있는가. 싸리꽃은 싸리꽃대로모여서 피어 아름답고산유화는 산유화대로 저만큼떨어져 피어 있…
  • 그래 하루 쯤은  
  • 최고관리자   2016-04-19 11:45:59   4554회     추천    비추천
  •  가자 때로는다 털고 가자 갈 곳 또는 가야 할 곳가면서생각하자 도착 하기 전 이라면어디든갈 수 있다. 빈 손으로 가서맨 몸으로 온다해도하루 쯤이야 그래 그래 가자   - 그래 하…
  • 피뢰침, 죽을힘으로 산다 - 유안진  
  • 최고관리자   2016-03-31 23:50:55   4602회     추천    비추천
  • 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가장 외롭…
  • 파꽃 - 이채민  
  • 최고관리자   2016-03-31 23:48:01   4859회     추천    비추천
  •     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있던가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꽂혀본 적 있던가한 아름 꽃다발이 되어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 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허…
  • <하루 시 모음> 이해인의 '마음이 아플 때' 외  
  • 최고관리자   2016-03-31 00:13:36   8166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하루 시 모음> 이해인의 '마음이 아플 때' 외 + 마음이 아플 때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만 살기로 했다.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 <꽃 시 모음>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 최고관리자   2016-03-31 00:11:03   1554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꽃 시 모음>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꽃의 선언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
  • 잊을 수 없는 일 / 전민서  
  • 최고관리자   2016-03-24 00:42:33   4734회     추천    비추천
  • 잊을 수 없는 일 지친 하루 속 네 생각에 잠시 빠져쓴 미소 짓다 하늘을 보았다 마치 저곳에서 널 찾으면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널 보지 못한다 해도네가 있을 그곳을 바라만 봐도충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넌 그 어디에도 &n…
  • 저 하늘 별아 / 소천  
  • 최고관리자   2016-03-24 00:40:34   4916회     추천    비추천
  •    저 하늘 별아있는 듯 없는 듯보이는 듯 안 보이듯 그렇게도 멀리에 있으면서한 번도 달라하지 않고 조건 없이 주면서수많은 생각을 만들어 내는 별아 그렇게 크고 크면서도스스로 작고 작게 은하수로 무리 지어 …
  • 안개 / 전민서  
  • 최고관리자   2016-03-24 00:40:04   4775회     추천    비추천
  •  너와 함께 나누던 이야기내 귓가에 새겨지고 너의 집 가는 걸을내 발에 익은 지 오래 그렇게 새겨지고 익숙해지다내게서 사라졌다너는 흔적도 없이    
  • 그대에게 띄우는 가을 편지 / 박현희  
  • 최고관리자   2016-03-24 00:39:30   5038회     추천    비추천
  •   살랑이는 갈바람에 몸을 맡겨코스모스 물결 치듯이리저리 한들거리는 청명한 가을 아침곱디고운 빨간 단풍잎 편지지 위에그리운 그대에게 사연을 띄웁니다.잘 지내시나요?하고픈 말 많지만,안부 한 줄 적어놓고목이 메어와 쓸 말을 잊었네요.가슴 속 깊이 고이 …
  • 가을처럼 미친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 장숙영  
  • 최고관리자   2016-03-24 00:39:09   5027회     추천    비추천
  •  버릴 수 없다면 아프단 말도 말아야하는데숨삼키며 사는 인생에 쉬움이 어디있기나 할까? 그냥 사는 것이겠지…비바람 불평없더니 시절마다 꽉채운 나무들 사이에서단풍이 들때쯤이면 또 다시 삶을 생각합니다짧디 짧은 가을은 해마다 제대로 미쳤다 가는구나…무엇에건 제대로…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최고관리자   2016-03-22 00:40:23   7010회     추천    비추천
  •   저녁 숲에 내리는황금빛 노을이라기 보다는구름 사이에 뜬별이었음 좋겠어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버드나무 실가지가볍게 딛으며 오르는만월이기보다는동짓날 스므날빈 논길을 쓰다듬는달빛이었음 싶어꽃분에 가꾼국화의 우아함보다는해가 뜨고 지는 일에고개를 끄덕일 줄 아…
  • 메아리 / 전민서  
  • 최고관리자   2016-03-22 00:40:03   4775회     추천    비추천
  • 내 웃음소리가다시 메아리쳐 돌아오고아무도 없는 빈방에홀로 남아 하는 혼잣말그것마저도 메아리가 돼서돌아오는데모든 소리가 빗소리로고양이 울음소리처럼애달프게 들려왔다 
  • 겨울사랑 / 문정희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9:44   4983회     추천    비추천
  •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머뭇거리지 말고서성대지 말고숨기지 말고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감사의 행복 / 이해인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9:21   8193회     추천    비추천
  •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그리고 내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되도록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습니다.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감사하면 행복하리라.감사하면 따뜻하리라.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 빈틈투성이 / 전민서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8:58   4566회     추천    비추천
  • 빈틈은채찍질로 메우는 것이 아니라너그러이 안아줘야 하는 것너도 그렇게안아줘야 하는데 
  • 그를 보내며 / 한용운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8:39   4929회     추천    비추천
  •    그가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오, 내가 보내고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그의 붉은 입술, 흰니,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 같은 발꿈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 어느날 / 김상옥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8:19   5109회     추천    비추천
  •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 춘설(春雪) / 정지용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7:56   5965회     추천    비추천
  •   문 열자 선뜻!먼 산이 이마에 차라.우수절(雨水節) 들어바로 초하루 아침,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어라.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아아 꿈같기에 설어라,미나리 파릇한 새순 …
  • 초봄이 오다 / 하종오  
  • 최고관리자   2016-03-22 00:37:34   4789회     추천    비추천
  •  산수유 한 그루 캐어 집에 옮기려고산에 가만가만 숨어들었다.나무는 뿌리를 밑으로 밑으로 내려놓았겠지.자그마한 산수유 찾아 삽날을 깊숙이 꽂았다.이제 한 삽 뜨면 산에게서 내게로 올 게다.겨울 내내 집안은 텅 비고 날 찾아오는 이 없었어.이제 마당귀에 산수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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