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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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대까지 심리학계는 '정신분석'과 '행동주의'가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었다. 이 두 심리학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등장한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프로이트 이후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꼽힌다. 그의 시각으로 봤을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인간을 성적 충동과 무의식에 사로잡힌 비합리적 존재로 묘사하고 있으며, 행동주의의 시각도 인간을 고작 환경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에 국한시킬 뿐이었다.

매슬로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며 인본주의 심리학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현대 경영학과 IT 분야에서 갈수록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후예들은 수없이 많다. 셀리그만이 주장한 '긍정심리학'이란 용어도 매슬로가 처음 사용했으며 ' XY이론'을 만든 경영학자 맥그리거는 대놓고 이론의 저작권자가 매슬로라고 했다. 저커버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중요한 아이디어를 대학 시절 읽은 매슬로 책에서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도 했다.

... 동기를 유발하는 마음의 발전기

매슬로의 많은 후예 중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은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다. 데시는 매슬로가 세운 인본주의 심리학의 토대 위에 당근과 채찍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뒤집으며 1970년대 심리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바로 현대 동기이론의 모태가 된 '자기결정성이론'이다. 이론의 골자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데시는 자율성과 더불어 유능성, 관계성을 세 가지 심리적 욕구로 제시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유능성은 무언가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이 욕구가 주말에 악기를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이전보다 잘하게 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관계성은 남과 어울리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욕구다. 위키피디아에 자신의 지식을 쏟아붓는, 경제학적으로 이해 안 가는 행동도 바로 관계 욕구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에드워드 데시가 가장 강조한 자율성은 자기 삶을 주도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이것은 '무엇을 하면 무엇을 주겠다'는 식의 인센티브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 데시는 "동기를 유발시키려고 보상을 이용하면 동기는 급격히 하락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타고난 심리적 욕구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종종 이 욕구를 억압하는데,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기업일수록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주려고 한다.
에드워드 데시는 세 가지 욕구 중 하나 이상 갖고 있으면 내재적 동기 수준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욕구를 다 갖출 수 있을까?

와튼 스쿨의 교수인 케빈 워바흐는 그의 저서 《게임하듯 승리하라》에서 게임이야말로 '자기결정성이론'의 교훈을 분명히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했다. 아무도 강요하는 사람이 없고(자율성), 게임에도 전해 성공하고(유능성), 나의 성취를 친구들과 공유(관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 게임은 바로 우리가 어릴 때 친구들과 놀던 방식과 정확하게 똑같다. 최근에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acation 이라고 하는데 뿌리는 자기결정성이론에서 나왔다.

... 자기 선택의 힘

네 살 된 딸아이가 떼를 쓴다. 저녁 먹을 시간인데 TV에서 하는 만화를 보겠다고 울며 바닥에 눕는다. 나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지금 목욕할래? 밥 먹고 목욕할래?" 아이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는다. "밥 먹고 목욕할래요." 밥 먹기보다 목욕하기가 더 싫은 거다. 아이는 아빠의 꾀에 낚였다.

이 선택 전략은 내가 아이에게 자주 쓰던 수법이다.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유아들은 끊임없이 "싫어"를 외친다. 뭐든 자기가 하려 들고 엄마 아빠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때 지시를 하는 것보다 선택해야 할 대상을 만들어주면 다툼의 이슈가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 발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유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옷과 가방을 골라주고, 숙제의 순서도 정해주고, 가까이 지낼 친구들도 정해주는 등 선택권을 박탈하면 된다. 아이들은 선택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민을 해결하는 능력, 친구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도 덤으로 놓친다.

창의성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 대학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는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콜라주 만들기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게는 실험자가 재료를 나누어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재료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섞어놓고 평가한 결과, 재료를 스스로 고른 아이들의 콜라주가 더 창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권은 처벌과 보상보다 효과가 강력하다. 본능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택을 할 때 자신이 하는 일에 더 책임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선택 실험했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 절반에게 화초를 하나씩 주고 돌보라고 말했다. 화초에 물을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어디에 둘 것인지 등도 스스로 선택하라고 지시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화초를 주면서 간호사가 그 화초를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3 주간의 실험이 끝난 뒤, 일명 '선택 집단'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 요양원 내 활동성 등이 비교 집단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18 개월 뒤, 선택 집단은 건강이 호전되어 있었고, 비교 집단은 악화되어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결과는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스스로 화초를 돌본 실험 집단 중 사망한 사람은 15 %인데 비해, 비교 집단은 30 %나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업체 픽사의 힘은 직원의 재량에서 나온다. CEO인 에드 캣멀이 고수하는 경영의 제1원칙은 상명하달식 의사결정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픽사의 직원들은 결정을 할 때 누구에게도 허락을 받지 않는다 . 심지어 예산 문제까지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진다. 제작 스태프들의 모임에 사장은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 결과물로 나온 영화가 얼마나 탁월한지만 본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성공률은 15%, 그에 반해 픽사의 영화는 100 %에 가깝다.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애니메이션 14 편으로 전 세계에서 약 10 조 원을 빨아들였다. 기적의 비결은 선택권, 바로 에드워드 데시가 '자기결정성 이론'의 제1원칙으로 강조한 '자율성'이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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