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로랜드(lowland) 고릴라 우리로 떨어진 세 살배기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450파운드(204kg)의 수컷 고릴라 ‘하람비’를 사살한 조치에 대해, 미국에선 “적절한 조치” “과잉 대응”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과거 똑 같은 상황에서 로랜드 고릴라가 우리 속으로 떨어진 아이를 보호했던 두 케이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1. 1986년 8월 31일 부모와 함께 영국 채널제도 저지 섬의 저지 동물원(Jersey Zoo)을 찾았던 당시 다섯 살의 레반 메리트는 로랜드 고릴라 우리에 다가갔다가, 6m 아래 우리 안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힌 충격 탓에, 팔과 머리를 다치고 의식을 잃었다.
이 아이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이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 ‘잠보.’ 잠보는 바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메리트의 티셔츠를 건드렸지만, 아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이로부터 2m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 다른 고릴라들이 호기심을 갖고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얼마 뒤 의식을 되찾은 메리트는 고통과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고, 뒤늦게 도착한 사육사들은 막대기를 휘두르며 아이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제 35세가 된 메리트는 이번 사건에 대해 “동물원이 하람비를 쏜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처사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고, 영국 일간지 더썬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메리트는 “내가 우리에 떨어졌을 때 나를 지켜준 고릴라 잠보는 다른 고릴라들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멀리 떨어져서 나를 지켜줬지만, 이번엔 하람비가 아무리 아이를 지켜주려고 했다 해도 인간의 아이와 자신의 새끼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던 하람비의 행동은 아이의 몸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 1996년 8월19일 일리노이주의 한 동물원에서도 세 살짜리 아이가 6m 아래 로랜드 고릴라 우리로 떨어졌다.
그때 우리 안에는 모두 8마리의 고릴라가 있었지만, 여덟살짜리 암컷 ‘빈티 주아’는 의식을 잃은 아이를 이 아이를 허리로 잡아 안은 뒤, 사육사들이 노심초사 기다리는 우리 입구까지 데리고 갔다. 이 광경은 전세계에 소개돼 감동을 줬다.
암컷 빈티 주아는 150 파운드(68kg)의 암컷으로, 등에는 17개월 된 ‘쿨라’라는 새끼를 업고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빈티 주아가 마침 새끼를 데리고 있어, 더욱 모성애를 발휘해 의식을 잃은 인간의 아이를 구조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하지만, 이번에 450 파운드(204kg)짜리 수컷 로랜드 고릴라 ‘하람비’를 죽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 측은 “개입하지 않았으면, 고릴라가 결국 아이를 죽였을 것”이라며 같은 상황이 되풀이돼도 대처법은 똑같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17세된 이 고릴라의 힘은 일반 성인 남성의 6배로, 해머로도 부수기 힘든 코코넛을 그냥 으깨서 먹을 정도의 괴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사살하기 전에, 하람비가 아이를 대하는 그의 행동은 “변덕스러웠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동물원의 명예원장인 잭 해너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인간이냐 동물의 생명이냐를 선택한다면, 취할 길은 매우 간단하다”고 고릴라 사살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