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가 바닥에 누워서 뭘 하고 있는 거죠?”
1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IBM의 기자회견장.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에 맞춰 춤을 추다 넘어진 나오미(Nao-mi)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이어 사회자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 뒤에는 “이제 다시 일어섰습니다. 기분이 훨씬 낫네요”라고 말했다.
나오미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이 로봇에는 2011년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퀴즈왕을 꺾었던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돼 있다.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로봇에 왓슨을 넣고, 인간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내도록 한 것이다. IBM은 이날 나오미를 한국에 처음 공개했다.
나오미와 인간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시연했다. 발표자로 나선 IBM의 제이슨 레오널드 전무가 “한국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나오미는 “모두 반갑습니다”라고 영어로 답한 뒤 다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허리를 숙였다. “왓슨이 어떤 산업에 활용되는지 말해달라”고 묻자 “대표적인 분야가 헬스케어(의료) 산업”이라며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처방을 찾아낼 수 있다”고 답했다.
왓슨은 의료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미국 장난감 회사 ‘코그니토이’는 왓슨을 탑재해 어린이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룡 인형을 지난해 선보였다. 미국 조지아공대 컴퓨터공학과 아쇽 고엘 교수는 올 초 왓슨을 ‘조교’로 활용하는 실험도 했다. 학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질문에 왓슨이 답하도록 한 것. 인공지능이 답을 달아준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학생들은 이 조교의 ‘정체’를 한 달 넘게 눈치 채지 못했다.
IBM은 클라우드(cloud)를 통해 왓슨을 고객사에 판매한다. 초대형 컴퓨터에 왓슨 기능을 넣어 놓고 다른 기업이 인터넷으로 접속해 사용하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SK C&C와 손잡고 경기도 판교에 ‘왓슨 클라우드 센터’를 짓기로 했다. 레오널드 전무는 “올해 말까지 왓슨 한국어 버전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왓슨 서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