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구겐하임 미술관에 일반 관람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18캐럿 황금변기가 설치됐다./마우리치오 카텔란 제공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일반 관람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황금 변기’가 설치됐다.
영국 BBC방송은 15일(한국시각)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중화장실에 18K 황금으로 만든 수세식 변기를 전시하고 관람객이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55)이 만든 작품이다. 카텔란은 28세까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채 시체공시소 직원, 간호사 등의 일을 하다 뒤늦게 미술계에 입문해 도발과 역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카텔란이 ‘아메리카(America)’라고 명명한 이 변기는 전체가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변기가 ‘경제 불균형’을 상징한다는 걸 내비치며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건 내 일이 아니지만 난 사람들이 이 작품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황금 변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변기 안에 소변을 보거나 대변을 보는 일이 작품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텔란의 황금 변기는 1917년 마르셀 뒤샹(1887~1968)이 발표한 작품 ‘샘(Fountain)’과 비교되고 있다.
뒤샹은 1917년 시장에서 산 평범한 소변기에 ‘R. Mutt’라고 사인한 뒤 가명으로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 작품은 결국 전시를 거부당했지만, 미술계에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 담론을 일으켰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황금 변기에 대해 "카텔란의 작품에는 세계 부자들의 부정축재 행위를 비롯한 21세기 '미친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