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은 지금 나이 논란이 한창이다. 대선 경선 유력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동맥 폐색으로 입원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고령 후보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의 건강 적신호가 민주당의 대선 가도에도 적신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동요의 목소리가 확산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은커녕 나이 논란으로 동력을 잃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본지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 전까지는 미국 진보 진영에서도 ‘트럼프 재선은 거의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며 “문제는 민주당이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지 여부인데, 후보들이 약해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 샌더스 입원에 전전긍긍
현재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군은 모두 70대다. 샌더스 의원은 78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76세로, 당선될 경우 재임 중 80대에 접어든다. 다른 유력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역시 올해 70세다. 이번 대선 후보들을 묘사하면서 미국 매체들엔 70대를 격식을 갖춰 부르는 표현인 ‘septuagenarian’이란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단골 헤드라인으로는 ‘대통령 되기에 너무 늦은 나인 대체 몇 살인거야(How Old Is Too Old to be a President?)’ 또는 ‘대선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맞을까?’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2일(현지시간)자에서도 후자의 헤드라인이 또 등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건강 이상으로 선거운동까지 중단한 상태다. 그는 2일 트위터에 “건강은 괜찮다(feeling good)”며 “누구나 갑자기 아플 수 있다”고 적었다. 그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보려는 의도지만 큰 효과는 못 내고 있다. NYT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샌더스 의원은 ‘내 선거 유세장에 나와봐라, 그런 걱정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그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70대(septuagenarian) 트리오(바이든ㆍ샌더스ㆍ워런)를 보며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나이 문제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이번 경선을 지배하는 질문은 ‘대통령 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몇 살인가’가 됐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뭐라고 할까. 단순히 70대라고 해서 대통령이라는 격무를 못 할 거라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NYT는 노인학(gerontology) 전문가인 마크 락스 의학박사의 말을 빌려 “대통령직 수행이 몇 살부터 어렵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락스 박사는 “70대인데 60대보다 정정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고, 의학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YT는 “지금의 70세는 과거의 50세와 같다”거나 “나도 70대이지만 테니스도 치고 건강이 아주 좋다”고 주장하는 70대 뉴요커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관리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9세다. 유력 후보 셋 모두가 70대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NYT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고령으로 갑자기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문제”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내심 가장 큰 걱정은 경선이 끝난 뒤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고령을 빌미로 공격해 올 경우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 진영은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해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는 비디오를 퍼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잠꾸러기 조(Sleepy Joe)’라는 별명을 붙이며 체력을 문제 삼고 나섰다. NYT는 “(2020년) 대선에선 후보들의 건강 문제가 본격 정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중앙일보] "대통령 하기엔 너무 늙었나?" 美 대선 나이 논란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