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비슷한 하이브리드 차 내놨더니...기아차 '환호', 현대차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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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야심차게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아차의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니로’가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반면, 앞서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니로가 SUV라는 차종(車種)을 선택한 게 결정적인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세단과 해치백의 경계에 있는 아이오닉은 모호한 정체성이 흥행에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한다.
기아차 친환경 소형 SUV '니로'. /조선일보DB
기아차 니로는 지난달 16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이후 3주 동안 3000여대가 계약돼 하루 평균 150대 넘게 팔렸다. 기아차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판매량이 4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쏘나타·K5·그랜저 등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틀어 판매량 1위를 넘볼 수 있는 수치이다.

반면 1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은 1분기 내내 총 3054대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의 첫 친환경 전용 모델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현대차는 임직원에게 30% 할인해주며 아이오닉 판매량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2월과 3월에 각각 1000여대를 파는 것에 그쳤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현대기아차가 만든 친환경 전용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 차량’이다. 신형 카파 1.6ℓ GDi 엔진과 고효율 영구자석 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가 조합된 파워트레인이 두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됐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선 “기본 사양이 거의 같기 때문에 SUV(니로)와 세단(아이오닉)이라는 차종 차이가 흥행 성적을 결정지었다”고 분석한다. 니로는 최근 시장에서 가장 인기인 소형 SUV 차종인 데다가 국내 출시된 SUV 중 가장 좋은 연비(공인 연비 19.5km/L)를 뽐낸다. 지난해 인기를 끈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등 경쟁차종보다 연비가 탁월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는 것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캠핑 등 여가 활동에 편리한 SUV 판매가 강세”라며 “니로는 하이브리드라는 이해하기 힘든 콘셉트보다 연비 좋은 소형 SUV임을 강조해 소비자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국산 최초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조선일보DB
반면 아이오닉의 판매 부진의 이유를 “트렁크를 포함한 차량 뒷모습 디자인”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아이오닉은 세단과 해치백의 중간 형태이다. 해치백은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을 없애 실용성을 높인 차종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인기가 낮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뒤쪽으로 갈수록 엉덩이가 경사지게 내려가는 모양의 아이오닉은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뒷좌석 천장 높이가 낮고 여유 공간이 작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니로보다 아이오닉이 연비 측면에서는 더 우수하지만, 소비자들은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SUV 차량인 니로를 선호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을 도요타 ‘프리우스’의 대항마로 내세운 것도 국내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프리우스가 친환경 차량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오닉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막길에서 멈추는 현상이 발생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뒤로가닉’이라는 오명을 얻은 점도 차량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오닉은 국내 시장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 성적에 따라 친환경 전용 플랫폼 차량 출시 전략이 바뀔 수 있다”며 “기아차는 니로의 흥행에 힘입어 세단보다 SUV 차종에 집중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두 차량 모두 각자의 차종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순탄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판매 초기이기 때문에 한 차량이 선전하고 부진하다고 섣부르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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