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남아공 월드컵 E조 네덜란드-덴마크 경기에서 오렌지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열광적으로 네덜란드를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광고 혐의로 FIFA의 조사를 받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응원하던 여성팬 30여명이 응원 도중 강제로 쫓겨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를 받았다.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제공한 옷을 입고 눈에 띄게 응원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지난 14일 본선 E조 네덜란드-덴마크 경기가 열린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발생했다. 오렌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네덜란드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여성팬 36명이 후반전 도중 갑자기 경찰과 FIFA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FIFA 측은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녀들의 ‘미니스커트’를 문제삼았다. 이 치마는 네덜란드의 맥주 업체인 바바리아(Bavaria)가 무료로 나눠준 것이다. 그런데 남아공 월드컵을 후원하는 맥주 회사는 버드와이저 뿐이라는 게 문제가 됐다.
FIFA 측은 사무실에서 이 여성들을 3시간 가까이 붙잡아 놓고 “당신들은 경기장에서 바바리아 광고판 노릇을 했다. 고용된 광고요원이냐”고 따졌다.
FIFA는 “비록 바바리아 맥주의 로고가 새겨져 있지는 않지만 (치마를 제공해) 여성들을 간접광고의 도구로 활용했다”며 “불법 광고 혐의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를 받고 나온 여성 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카스타인(Kastein)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앉아서 응원을 하고 있는데 유독 카메라가 우리의 모습을 자주 잡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은 “오렌지색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느냐”며 “어떤 규정에 의거해 우리 국민을 연행해 조사했는지 근거를 대라”고 발끈하고 있다. 바바리아 측도 “브랜드 로고를 새기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FIFA가 오렌지색에 대한 독점권이라도 있느냐”고 항의했다.
논란이 일자 FIFA 측은 “우리는 이 여성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한 적이 없다”며 “단지 불법광고 행위 여부를 물어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