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된 로마 불법점유건물, 교황청 추기경이 맨홀 들어가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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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난민촌을 방문한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청 자선소장 크라예프스키 "고통받는 주민 위해 행동"

反난민 살비니 부총리 "교황청이 밀린 전기료 대신 납부하라"

 

교황청 고위 사제가 수개월 간 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된 로마의 불법 점유건물의 전기를 복구하기 위해 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맨홀로 내려가 전기를 직접 복구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교황청 사회복지 기관인 교황청 자선소를 이끄는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지난 11일 노숙자와 난민 등 400여 명이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국가 소유 건물 인근의 맨홀로 뛰어들었다.

 

미성년자 약 100명을 포함해 450명이 살고 있는 이 건물은 공과금 약 30만 유로(약 4억원)가 미납돼 지난 6일자로 단전됐다.

 

노숙자들을 돕고 있는 한 수녀로부터 전기와 수도가 끊겨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주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고, 경찰이 봉인해 놓은 맨홀에 들어가 전기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ANSA통신]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ANSA통신]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ANSA통신에 "전기를 복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개입했다. 이것은 필사적인 몸짓"이라며 "어린이들을 위해 이번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측근은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번 일에 수반될 법적인 결과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으나,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확신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귀띔했다.

 

'빈자들의 추기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전기 복구 이후 발생한 이 건물의 전기세를 사비로 납부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사회 질서 확립을 강조하며,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내각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불법 거주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교황청이 밀린 전기 요금 30만 유로를 납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기 회사 직원들은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에 의해 이 건물의 전기가 복구된 직후 현장을 방문해 다시 전기를 끊으려 했으나, 추기경이 남긴 쪽지를 발견한 뒤 전기가 그냥 공급되도록 놔둔 채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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