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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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단독 인터뷰 

 

  • ● “수상 순간 어쩔 줄 몰랐다, 울컥했다”
  • ● 케임브리지 출신…年 200권 읽는 독서광
  • ● “번역은 에고(ego)를 버리는 일”
  • ● “한강처럼 자극하고 방해하고 질문하고파”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서울의 아침은 런던의 밤이다. 시차는 8시간. 편리하고 현대적인 소통수단이 많다 해도 런던에 있는 사람에게 바로바로 연락하기란 쉽지 않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번역상을 받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28)는 런던에 산다(언론은 ‘데버러’라고 표기하는데, 그는 ‘데보라’로 써달라 했다. 그의 한국 이름이 ‘김보라’다).

시차 때문에 어렵게 그와 연락이 닿으면서 번역이란 게 결국은 ‘시차를 극복하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은 ‘저쪽 세계’의 작품을 ‘이쪽 세계’에 소개하는 일이다. 환경이나 시간대 같은 물리적인 것이든 제도나 문화 같은 정신적인 것이든 그 차이를 줄이는 게 관건일 것이다. 번역이 잘된 작품을 읽으면 독자도 그런 시차에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제 목소리’ 찾아주기

스미스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원작자와 시차를 두고 번역 작업을 하는 어려움 등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작가와 소통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밤늦게까지 눈을 뜨고 있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밤새 들어온 e메일을 확인하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한동안 하루 종일 일하기도 하고, 잠자리에 들어서야 작업을 멈췄다. 최근 작업 속도를 조금 늦췄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한 구절을 두고도 여러 번 생각한 뒤에야 진도가 나가기도 한다. 그런 부분은 표시해놓고 계속 번역해나갔다. 개별 단어보다는 여러 어구를 묶어서 번역하는 게 더 나았다. 글의 흐름을 따라가되 문맥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특정한 것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뒤 나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번역했다. 이 작품은 한국인의 삶을 잘 모르는 영국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작가와 훨씬 더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한강과 훨씬 더 많이 접촉하며 번역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은 그런 치밀한 노력의 결과다. 심사위원장 보이드 톤킨은 ‘채식주의자’가 “간명하고, 매우 아름다우며, 불온한” 책이라며 “데보라 스미스가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이하게 혼재된 이 책을 정확한 판단력으로 잘 번역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 상의 중요한 포인트는 작가와 번역가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낯설고 빼어난 책이 영어로 된 제 목소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미스는 6월 15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6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받았다. 그가 참석하는 한국문학 세계화 세션은 19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賞은 주관적인 것”

스미스는 ‘신동아’ e메일 인터뷰에서 “번역가는 번역하면서 에고(ego)를 버리게 된다. 문학 번역은 보수가 낮아서 그 자체를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어 실력이 궁금했지만, 질문도 답변도 영어로 오갔다. 

▼ 수상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던데….


“어쩔 줄 몰랐다. 가슴이 울컥했다. 가장 멋진 건, 이 상이 문학 번역계 전체를 위한 상 같았다는 점이다. 다른 번역가 친구들도 그렇게 말했다. 1차(13명) 및 최종(6명) 후보에 오른 번역가들 중에 내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진심으로 기뻐했다. 번역가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우호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의 충고와 격려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 ‘한국인들은 문학작품을 잘 읽지 않으면서도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받기를 크게 기대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강이 맨부커 상을 받은 뒤 상황이 조금 변하고 있지만, 그의 책을 사는 것과 그 책을 읽는 것엔 또 다른 간극이 있는 듯하다.


“한국엔 환상적인 작가가 많다. 그들이 꼭 상 같은 것으로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상이란 주관적인 것이고, (아무리 큰 상이라도) 작가가 쓴 작품의 단어 하나 바꿀 수가 없다. ‘채식주의자’는 한국에 열광적인 추종자들이 있는 ‘컬트 스테디셀러’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전에도 15쇄를 찍었고, 2부 이야기 ‘몽고반점’은 이상문학상도 받았다. 이런 성과는 맨부커상 수상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을 끌진 못했을지라도 그 가치는 결코 맨부커상에 뒤지지 않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나 출판인들은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기를 원한다. 그러나 문학작품은 대중문화의 일부가 아니어서 팝 음악이나 TV 드라마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중 어느 한쪽을 선호한다고 해서 비난하긴 어렵다”

 

세 권을 번역하는 느낌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육식에 얽힌 트라우마로 채식을 고집하는 여주인공이 주변의 삶에서 고립돼 나무로 변하기를 원하는 우울하고 도발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

“이 작품은 정말 놀라운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 이 책엔 한강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절제하되 냉담하지 않고, 극단적 폭력이나 성애 장면 묘사도 선정적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조절했다. 그가 사용하는 형식도 흥미롭다. 작품의 어조와 분위기가 섬세하게 투영된 트립틱(triptych, 3폭 제단화. ‘채식주의자’는 3연작이다)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와 시점에 변화를 줬다. 그러면서도 독자가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있도록 긴장감 넘치는 구성도 갖췄다. 

주인공 영혜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점이 비스듬히 교차하면서 묘사된다.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의 억압된 공포와 욕망을 영혜에게 투영한다. 영국에서 이 책이 갓 출간됐을 때 ‘영어권 독자의 식단에 추가된 상쾌하고 본능적이며 충격적인 메뉴’라는 서평이 나왔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심사위원장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과 독창성을 지닌 책’이라고 했다. 이런 점은 일반 독자뿐 아니라 문단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증명돼왔다.”

▼ 번역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부의 꿈속 독백 부분. 거기서만 영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독특한 독백들은 주요 화자의 시점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고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 중 하나는 트립틱 구성이다. 각기 목소리가 매우 달라 한 권이 아니라 세 권을 번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1부에서 영혜 남편이 자잘한 걱정이 많고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특히(particularly)’ ‘전적으로(completely)’ ‘특별히(especially)’ 같은 부사를 많이 썼다. 2부에선 성을 묘사하는 언어의 문제가 있었다. 영어는 특히 이 부분의 용어가 매우 취약하다. 냉랭한 의학용어와 번지르르한 에로틱 용어 말고는 별다른 스펙트럼이 없다.”

▼ ‘소년이 온다’ 도입부에서 “나는 요크셔 말을 조금 가져다 썼다. 이건 번역자의 특권이다”라고 썼다(스미스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지방의 돈카스트 출신이다).
 

Can I help you, love?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한국문학번역원을 방문한 데보라 스미스. [사진제공 ·데보라 스미스]

“일부에만 그렇게 했다. ‘소년이 온다’ 마지막 장에선 작가 자신이 화자로 등장한다. 화자가 5·18민주화운동 후 여러 해가 지나 고향 광주로 돌아왔을 때 현지 여성의 사투리에서 따뜻함과 친밀함을 느껴 가족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어릴 때 런던에 와서 지금은 서울말 같은 표준 영어를 사용하지만, 내가 요크셔 사투리에서 느끼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나는 이런 연관성을 찾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 여성이 ‘어떻게 오셨소?’라고 묻는 대목을 ‘Can I help you, love?’라고 번역했다(‘love’는 영국 일부 지역에서 모르는 여성에게 말을 걸 때 쓰는 말). 

물론 (현지화는) 그처럼 가벼운 터치여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현지화하는 번역은-가령 문화적 특수성을 생략하거나 배경 장소를 바꾸는 것 같은-정치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심미적으로도 어설플 수 있다.”

2015년 1월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세계 문학 네트워크 ‘펜(PEN) 아틀라스’ 기고에서 “번역은 의견이 담긴 해석이 아니다. 그보다는 새 독자들이 원작에 대한 다양한 유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독자가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 앞으로는 어떤 소설을 번역하고 싶나. 번역할 책은 어떻게 고르나.

“독자이자 번역가로서 매우 문학적이고, 스타일이 독특하며, 지적으로 도전적인 책을 좋아한다.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 내용이 어려운 것도 좋아한다. 독자로서는 구성과 배경, 인물에 관심을 갖는다. 번역가로선 영어로 바람직한 효과를 내기 위해 창의력이 더 요구되는 어조, 분위기, 스타일 같은 것에 고무된다. 이상적으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모든 문장이 하나의 목적을 갖는 장·단편소설을 번역하고 싶다. 

 ‘무엇’(내용)뿐만 아니라 ‘어떻게’(스타일)도 중요한 것이다. 세계를 다 뒤져도 이 정도 수준에 오른 작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한강과 배수아가 그런 세계적 수준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큰 감명을 준 더 젊은 세대의 작가들도 있다.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 틸티드악시스(Tilted Axis)는 황정은과 한유주의 책을 출판하는데, 나는 이 두 작가를 무척 좋아한다.”

▼ 번역하는 과정은 즐거운가.


“정말 멋진 질문이다. 당연히 즐겁다. 번역 과정엔 언어로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작품인 한국어 텍스트에 대한 정독과 그것에 깊게 개입하기, 혹은 (작가와) 평생의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포함된다. 창작은 종종 고독한 연습이고 외로운 일이지만, 번역가는 자신이 협업의 일부임을 느낀다.

“환상적인 한국 작가 많다”

한강, 데보라 스미스(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네 번째)가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 번역 자들과 함께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번역 문학으로 의식 넓혀”

물론 번역가도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외롭게 일해야 한다. 번역가는 번역을 하면서 에고(ego, 자아)를 버리게 된다. 번역에 푹 빠져 열심히 잘하고 있을 때 번역가는 원작자에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 그 후 책이 출판되면 번역가는 보이지 않는 직업이 된다. 문학 번역은 보수가 아주 낮아서, 번역 자체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나는 억세게도 운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걸로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매일 아침 일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 왜 번역가가 되고 싶었나.


“독서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매년 200권 정도의 책을 읽으니 ‘중독’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번역된 책을 주로 읽어왔다. 이것은 일부분 내 출신 배경 때문이다. 나는 잉글랜드 북부의 옛 탄광촌 출신이다. 17세 때까지 그곳엔 서점도 없었다. 나는 우리 집안에서 처음 대학에 간 사람이다(케임브리지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문학은, 특히 번역된 문학은, 내 의식의 지평을 넓혀준 문화적 교육 도구였다. 문학 번역은 창작과 정독을 결합한 것인데, 내가 잘하기도 하고 정말 흥미를 느낀 유일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다른 언어를 배울 구실이 생겼다. 22세에 하나의 언어밖에 못 한다는 게 사실 좀 당혹스러웠다. 영국에선 흔한 일이지만.”

스미스는 이때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가디언에 “내가 한국어를 선택한 것은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한국에 생생한 문학적 세계(literary scene)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전엔 한국문학을 전혀 읽지 못했다. 번역된 한국 작품을 영국에서 못 찾았기 때문이다”고 썼다.

스미스는 열정적으로 언어를 익혔고, 많은 책을 읽고 쓰며 번역가의 자질을 길렀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앞길을 스스로 열어젖히는 스미스의 적극적 성향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이 먼저 책을 골라 읽고 재미있다며 일부를 번역해서 출판사에 보냈다. 그쪽 편집자와 우리는 그의 번역이 맘에 썩 들었다”는 것. ‘채식주의자’를 펴낸 포토벨로북스 수석편집자 맥스 포터는 YTN 인터뷰에서 “데보라가 보내온 번역문 20쪽을 받고 첫 문장을 읽었을 때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100% 출판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독자가 스스로 답 찾도록

‘채식주의자’는 스미스의 첫 번역서다. 문학 번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도 모르던 그였다. 재능과 열정으로 책 전체를 번역한 뒤에야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강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데보라의 번역문과 그가 준 노트와 질문들을 읽으면서 언어의 미묘함과 또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었다. 나는 데보라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답을 했고, 내 궁금증에 대해서도 쓰면서 e메일을 교환했다. 때로는 한 구절에 대해 거의 한 페이지를 적어보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짧고 즐거운 의견 교환이었다.”

연재훈 영국 런던대 SOAS 한국학과 교수는 ‘주간동아’에 “데보라의 번역에도 오역은 있다. 그러나 한국어 원문에 얽매이거나 한국 문화 관련 어휘에 구속되지 않고 영어 사용자가 읽었을 때 문학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원작 효과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채식주의자’가 세계 무대에서 거둔 성취는 수준 높은 원작과 훌륭한 번역자가 만났기에 가능했다. 문학의 변경(邊境)에 있던 번역이 새삼 주목받게 된 상황이다.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스미스는 요즘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Recitation)’을 번역하고 있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10월 레터북스, ‘서울의 낮은 언덕들’은 내년 1월 딥벨룸 출판사에서 나온다. 스미스는 자신의 번역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한강은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자극하고, 방해하고, 질문하기를 원했다. 나 역시 내 번역이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펜 아틀라스) 
 

맨부커 인터내셔널 賞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은 2005년 시작됐다. 상의 시초는 1968년 유통기업 맨그룹이 제정한 부커상. 2002년 맨부커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원래는 영연방 국가들과 아일랜드 등의 작가들이 영국에서 출판한 영어 소설만을 대상으로 했다. 존 쿳시, 필립 로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2005년 국제 부문이 추가됐는데, 첫 수상자는 ‘부서진 사월’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2013년엔 작가의 국적 제한을 없앴고, 올해부터는 ‘원작이 비영어권 작품이면서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판된 소설’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그래서 번역자의 위상이 높아졌고 5만 파운드의 상금을 원작자와 번역자가 절반씩 가져간다. 

 

‘채식주의자’ 원문과 스미스의 영역(英譯)

#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까지 나는 늘 그녀가 모든 면에서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해왔다).


# 각질이 일어난 노르스름한 피부

jaundiced, sickly-looking skin(황달에 걸린, 병약해 보이는 피부)


# 그러면 안돼?

Have I done something wrong(내가 뭘 잘못했어)?


# 그때마다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이하고도 불길한 예감이었다.

After this first time, it was easier for me to do it again, but each time, I would be seized by strange, ominous premonitions(처음 그 일이 있은 후, 다시 그렇게 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때마다 나는 낯설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Can only trust my breasts now. I like my breasts, nothing can be killed by them(지금은 내 젖가슴만 믿을 수 있어. 난 내 젖가슴이 좋아. 그것으론 아무것도 죽을 수 없으니까).


# 아내는 웃지도, 얼굴을 붉히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채

But the demure, apologetic smile that was the only reasonable response never came, and without even having the grace to look embarrassed(마땅히 보여야 할 얌전하고 미안한 웃음은 보이지 않았고, 예의상 당황한 듯 보이려 하지도 않으며).


#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Surely the dream isn’t all there is? We have to wake up at some point, don’t we? Because… because then…(확실히 꿈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지? 어느 순간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야 해, 그치?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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