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전쟁 치른 어제의 적, 친구가 되어 中 겨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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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5-23 20:12 조회5,7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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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9년 전쟁 치른 나라서 의장대 사열 - 23일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함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면 풀기로 했다”며 양국이 과거 적국에서 안보 동반자로 탈바꿈했음을 밝혔다. /EPA 연합뉴스



[베트남 9년 전쟁, 히로시마 原爆… '2개의 응어리' 씻는 미국] 

美, 베트남 상대 무기 판매 전면 허용… 양국 관계 완전 정상화
베트남은 美 해군 기항 허용할 듯… 남중국해 中 패권 견제

- 베트남 다낭港 '격세지감'
41년前 미군이 처음 진격한 곳… 美군수물자 배치 장소로 논의 중
베트남, 보잉機 100대 등 구매도

- 오바마, 내일 일본으로
베트남 이어 히로시마 방문으로 
미국이 20세기에 치른 전쟁의 가장 고통스러운 章을 매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말 마지막 아시아 순방지로 베트남과 일본을 택했다. 먼저 들른 베트남은 1964년부터 9년간 계속된 베트남전 당시 초강대국 미국에 패배를 안겨준 국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서 52년 만에 살상무기(lethal weapon) 수출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남은 적대관계 유산을 완전히 청산했다. 오는 27일에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들을 위로한다. AF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방문은 20세기에 치러진 두 개의 전쟁(베트남전과 태평양 전쟁)에 따른 고통스러운 장(章)을 매듭지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의 두 적국을 방문해 '전쟁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은 베트남·필리핀 등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아시아의 기존 세력 균형을 흔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하노이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전면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베트남에 대한 해상방위용 비(非)살상무기 금수(禁輸)를 풀었지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완전히 해제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수 조치 해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긴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과 베트남이 군사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은 사안별로 검토하겠지만 양국 간 이념적 차이를 근거로 한 수출 금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꽝 주석도 "어제의 적이 이제는 친구가 됐다"고 했다. 공동 성명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은 미 해군의 깜라인만 기항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방문에 베트남전 참전 용사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포로가 됐던 노병과 동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하노이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우리는 싸우는 용기만이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용기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이 과거의 적국과 화해하고 미래를 열기 위한 여행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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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는 임기 중 계속해온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을 겨낭했다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너선 런던 홍콩시립대 교수는 "이번 방문은 과거 적대국이었던 두 국가 관계를 정상화하는 마지막 단계"라며 "두 나라는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1995년 수교했지만, 중국과 베트남 간에 남중국해 분쟁이 격화된 최근 2~3년 사이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베트남은 중국과 맞서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미국 역시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할 필요성이 컸다.

전면적인 무기 금수 조치 해제의 대가로 베트남은 미 해군의 깜라인만 기항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중심 기지였던 깜라인만은 수심이 깊어 항공모함과 잠수함까지 정박하는 천혜의 전략 요충지다. 영유권 갈등이 심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와도 가깝다. 중국 남해함대의 기지가 있는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는 남쪽으로 700㎞가량 떨어져 있다. 양국은 또 베트남 중부 지역의 중심지이자 전략 항구도시인 다낭에 군수물자를 사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다낭은 1965년 3월 8일 미국이 대규모 지상 전투부대로는 처음 제9 해병대 원정여단 소속 병력 3500여명을 상륙시켜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곳인 만큼 상징성도 크다.

양국은 베트남 등 12개국이 공식 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결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는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 베트남은 이날 무기 금수 전면 해제에 따른 선물도 마련했다. 베트남의 비엣젯항공이 미 보잉사로부터 여객기 737 맥스 기종 100대를 113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구매하고, 미 엔진 제조업체인 프랫 앤드 휘트니로부터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도 사기로 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이 같은 관계 개선이 미국에 의해 제3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고 심지어 피해를 주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을 포함해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권력 실세들을 모두 만난 뒤 25일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 방문은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이 목적이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첫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헌화하고, 태평양전쟁 당시 희생된 모든 이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일본인 외에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미군 전쟁 포로 등도 포함된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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