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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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3-06-19 20:11 조회4,0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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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잃은 손자의 위대한 용서 … 최연소 사형수 새 생명을 얻다

15세 때 성경 공부 돕던 할머니 살해한 소녀 … 사형선고 27년 만에 출소

1985년 5월 14일 점심 무렵. 미국 인디애나주 개리에서 성경 공부를 도와주던 루스 펠케(78) 할머니를 4명의 여고생이 찾았다. 성경 공부가 하고 싶다는 말에 할머니는 선뜻 학생들을 집안으로 들였다. 그 순간 15세 폴라 쿠퍼는 꽃병으로 할머니의 머리를 내리쳤다. 쓰러진 할머니가 주기도문을 외우자 쿠퍼는 준비해 간 부엌칼로 할머니의 팔과 다리를 그으며 고문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미친 듯 복부를 33차례나 찔렀다. 범행 후 네 소녀가 훔쳐간 돈은 단돈 10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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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사회는 경악했다. 앳된 소녀들의 잔혹한 살인에 치를 떨었다. 86년 7월 11일 선고 공판에서 공범 3명은 25~60년형이 내려졌지만 주범 쿠퍼에겐 사형이 언도됐다. 당시 인디애나주에선 10세 이상이면 사형 선고가 가능해 그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사형수가 됐다. 그러자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구명운동이 확산했다. 범행 당시 15세밖에 안 된 소녀를 전기의자에 앉히는 건 비인간적이란 서명운동에 200만 명이 참여했다고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87년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까지 인디애나주지사에게 쿠퍼의 감형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펠케 할머니를 기억하는 인디애나주는 요지부동이었다. 감옥에 간 쿠퍼도 말썽쟁이로 지역 언론에 오르내렸다. 심지어 간수들과 자신의 독방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임신 반응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삶을 포기한 쿠퍼에게 생각지도 못한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펠케 할머니의 손자 빌 펠케였다. 빌은 다른 여느 유족들처럼 처형을 원했었다. 하지만 쿠퍼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걸 보고 나서도 늘 악몽에 시달렸다. 할머니의 참혹한 시신이 떠올라서였다. 분노로 가득했던 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할머니였다.

그는 문득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쿠퍼를 용서하고 되레 품어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할머니의 시신 모습은 떠오르지 않고 살아생전 천사 같았던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 길로 빌은 쿠퍼를 찾아갔다. 그러나 쿠퍼는 차마 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8년 만에 마음 열고 대학 졸업까지

쿠퍼를 용서한 희생자의 손자 빌 펠케가 할머니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빌은 “할머니의 삶과 선행들을 생각해 보니 ‘폴라가 죽어선 안 되겠다.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용서의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은 내게 어마어마한 치유를 안겨 줬다”고 말했다.

빌은 현재 가해자를 용서하는 살인 피해자 유족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 매년 가을 ‘희망여행’이란 행사를 기획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한데 모여 함께 먹고 자면서 상처를 보듬는 자리다. 이 단체는 사형 폐지운동도 벌이고 있다.

 빌은 서두르지 않았다. 교도소 내 e메일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쿠퍼와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쿠퍼에게 단 한 번도 할머니를 왜 죽였느냐고 묻지 않았다. 쿠퍼 역시 빌에게 그날의 일을 설명하지 않았다. 8년이 흐르자 쿠퍼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어리석었던 청소년 시절을 후회했다. 말썽대장이었던 그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책도 잡았다. 고교 졸업 자격에 이어 2001년 대학 졸업장까지 거머쥐었다.

 마침내 88년 연방대법원은 범행 당시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사형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렸다. 이어 인디애나주 대법원도 사형 선고가 가능한 연령을 범행 당시 10세에서 16세로 올렸다. 그 덕에 89년 쿠퍼는 사형에서 60년형으로 감형받았다.

60년형 감형 뒤 선행으로 형기 채워

선행을 할 때마다 하루씩 형량이 감형되는 주법에 따라 쿠퍼의 형량은 계속 줄었고 17일 27년 만에 인디애나주 록빌 교화소 문을 나섰다. 쿠퍼의 친자매인 론다 래브로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이 폴라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세상 사람 누구나 두 번째 기회는 잘 쓰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를 기다린 빌은 “컴퓨터부터 사 주고 싶다”며 그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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