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식 칼럼] 북·중·러는 우리의 약점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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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6-15 19:39 조회4,5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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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를 통해 북에 대해 '단호하게'와 '단호하지 않게'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한국의 약점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1차 북한 핵위기가 한창이던 1993년 말의 일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당시한국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가리켜 "단호하되, 너무 단호하지 않게(firm, not too firm)라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만 나오면 '단호한 대응'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 단호한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면서도, "북한 핵 저지에 무력 사용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북한 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 그 해결을 위해 '무력수단'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론 맞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무력'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도 쉽지 않다. 1차 북한 핵위기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민들이 심각한 안보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라면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천안함 대응 조치에는 무력의 '무(武)'자도 들어 있지 않은데도, 주가와 환율이 요동쳤고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었다. 이런 상태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단호하게'와 '너무 단호하지 않게'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한국 동서대학에 재직 중 인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의 글을 메인 칼럼으로 실었다. 동서대는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문영욱 중사의 모교(母校)다. 마이어스 교수는 "문 중사의 급우(級友)들이 성금 모금 운동을 벌였지만 대학 캠퍼스의 어느 누구도 북한 김정일에게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북 제재를 발표했는데도, 나라 전체가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한민족에 대한 의식은 강하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일체감은 약하다"며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 악화가 부른 사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마당에 (한국 내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북한에 벌을 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분위기를 볼 때 미국이 굳이 대북 강경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천안함 사태는 점차 한국의 약점을 세계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뒤바뀌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우물쭈물하고 내부가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를 대신해 북한에 벌(罰)을 주는 악역을 맡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 논의에 들어간 유엔 안보리(安保理) 분위기가 그렇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중국과 접촉해 온 우리 외교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은 천안함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해선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조사단이 내놓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놓고 한국과 다툴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중국의 이 말은 북한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힘든 존재이니 한국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일부 중국 인사들은 "한국이 정말 북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진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점점 태도가 애매해지고 있다.
북한도 한국의 이런 약점과 고민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며칠 전 북한 경비대가 중국인 밀수업자 3명을 사살(射殺)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관련자 엄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에 엄중 항의한다"고 나서고 중국 언론들이 들끓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백기(白旗)를 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 7월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이나,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우리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사과는커녕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분노' 앞에 금방 무릎을 꿇은 것과 달리 대한민국이 밝힌 '단호한 대응'에는 '더 큰 도발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한 나라의 외교와 안보가 이런 식으로 한 번 크게 약점을 드러내게 되면 두고두고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상대가 이 약점을 알게 된 이상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안함 사태가 불러온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다.
북한 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 그 해결을 위해 '무력수단'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론 맞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무력'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도 쉽지 않다. 1차 북한 핵위기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민들이 심각한 안보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라면 사재기'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천안함 대응 조치에는 무력의 '무(武)'자도 들어 있지 않은데도, 주가와 환율이 요동쳤고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었다. 이런 상태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단호하게'와 '너무 단호하지 않게'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한국 동서대학에 재직 중 인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의 글을 메인 칼럼으로 실었다. 동서대는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故) 문영욱 중사의 모교(母校)다. 마이어스 교수는 "문 중사의 급우(級友)들이 성금 모금 운동을 벌였지만 대학 캠퍼스의 어느 누구도 북한 김정일에게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북 제재를 발표했는데도, 나라 전체가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한민족에 대한 의식은 강하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일체감은 약하다"며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 악화가 부른 사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마당에 (한국 내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북한에 벌을 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분위기를 볼 때 미국이 굳이 대북 강경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천안함 사태는 점차 한국의 약점을 세계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뒤바뀌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우물쭈물하고 내부가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를 대신해 북한에 벌(罰)을 주는 악역을 맡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 논의에 들어간 유엔 안보리(安保理) 분위기가 그렇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중국과 접촉해 온 우리 외교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은 천안함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해선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조사단이 내놓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놓고 한국과 다툴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중국의 이 말은 북한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힘든 존재이니 한국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일부 중국 인사들은 "한국이 정말 북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진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점점 태도가 애매해지고 있다.
북한도 한국의 이런 약점과 고민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며칠 전 북한 경비대가 중국인 밀수업자 3명을 사살(射殺)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관련자 엄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에 엄중 항의한다"고 나서고 중국 언론들이 들끓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백기(白旗)를 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 7월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이나,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우리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사과는커녕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분노' 앞에 금방 무릎을 꿇은 것과 달리 대한민국이 밝힌 '단호한 대응'에는 '더 큰 도발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한 나라의 외교와 안보가 이런 식으로 한 번 크게 약점을 드러내게 되면 두고두고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상대가 이 약점을 알게 된 이상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안함 사태가 불러온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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