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사설] ‘말문 막기’ 나선 검찰,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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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작성일09-01-09 11:24 조회2,993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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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런 조처는 지나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지금껏 미네르바는 경제위기의 징후를 경고하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 잘못을 비판하는 글을 써 왔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환율 급등,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등 그의 분석과 예측의 상당수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의 글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의 여러 반응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토론과 문제 제기가 활성화하는 등 사회적 반향도 컸다. 이는 민주사회의 정상적 여론형성 과정이다. 검찰이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말을 했다고 처벌하려 덤비는 꼴이기도 하니, 국민의 말문을 막는 것이다. 왕조시대나 전체주의 경찰국가에서나 있음 직한 이런 일들이 지금 우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한다.
법률적으로도 검찰의 법 적용은 억지스럽다. 검찰은 지난해 말 미네르바의 ‘긴급 업무명령’ 관련 글이 주된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글에 대해선 미네르바 스스로 ‘과실’이라고 자인하며 곧 글을 삭제했다. 글 내용에서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위험을 경고하려는 뜻 말고, 형사처벌에 필요한 ‘공익을 해치려는 확실한 고의’를 찾긴 어렵다. 지난 세밑 정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그동안 여러 경로로 미네르바를 처벌할 뜻을 내비쳤다. 검찰이 한 편의 글을 문제 삼아 기다렸다는 듯 ‘표적·보복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체포된 이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민간의 경제예측까지 처벌하는 꼴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주가 3000 돌파’ 발언 등도 같은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나오는 것 역시 피하기 어렵다.
검찰 조처는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검찰이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는 이전엔 거의 사용되지 않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촛불집회 참여 누리꾼들을 처벌할 때 내세워진 조항이다.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어서 수사기관이 제맘대로 적용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위헌 위험도 크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란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니 걱정은 더 커진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이를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헌법은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 원칙을 분명히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기준에 어긋나면 위헌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한 표현 매체다. 헌재도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작에 경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이버수사 강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으로 오히려 인터넷 여론을 잡도리하려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서두를 태세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비판을 틀어막으려 한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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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님의 댓글
언론의 자유 작성일언론의 자유가 뭔지 생각하게 하는군요.. 경제나 정치 뭐든지 자기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할수 있는게 민주주의 아닌가요? 한 개인의 생각을 장삿속으로 요란하게 만든 포털이나 신동아 같은 사람들은 괜찮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