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몰락, 그리고 여자들이 지배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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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06-12 15:06 조회5,3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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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현실에서 느끼고는 있었지만, 통계로 보니 충격적이네요. 우리 시대의 남성들은 여러 면에서 여성들에게 뒤쳐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교육 수준이 높아진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여성이 그저 남성들과 대등해진 게 아니라, 남성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건 쉽게 깨닫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고문을 맡았던 버슨마스텔러의 CEO  마크 펜은 이를 가리켜 "멧돼지를 사냥하는데 유용했던 남성의 장점은 위키피디아에서 정보를 사냥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여러 가지 통계를 들어 이를 증명하는데요, 예를 들어 미국 감옥에 갇혀 있는 남성 죄수는 150만 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60만 명이 지난 10년 동안 투옥됐다는 식입니다.(같은 기간 여성 범죄자는 11만5000명) 남성들 가운데 알콜중독자의 비율도 여성보다 훨씬 높고, 비만도 더 많으며, 심장병 사망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성의 두배에 이르는 데다, 마약중독도 두배가 넘는다는 것이죠.
 
통계는 계속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상황에 이르러 금융위기 이전까지 비슷해 보였던 남녀의 실업률이 크게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남성 실업률은 4.4%에서 7.2%로 급격히 늘었는데, 여성 실업률은 4.3%에서 5.9%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죠. 이들이 살아온 삶을 보면 이유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남녀의 교육 이력을 살펴보자는 얘기입니다. 어느새 미국의 대졸 여성 비율은 60%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겨우 40%를 넘길 뿐입니다.
 
남성들은 심지어 건강하지도 못합니다. 위의 사망률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평균 수명은 어떨까요? 남성들은 75세인데 비해, 여성들은 80세까지 삽니다. 똑똑하지도, 건강하지도, 오래 살지도 못하는 자, 그것이 남자인 것입니다. 남녀 구분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미국 사회는 확실히 여성이 우월한 사회라고 할만합니다. 그나마 아직 남성이 집단적 구분에서 우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재력 한 가지입니다. 수백만 달러 이상의 연간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확실히 남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건 남성이 우월했던 구시대에 한 몫 잡았던 나이 든 남성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젊은 여성들의 소득은 이미 남성 못지않습니다.
 
로스쿨이나 의학대학원 등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전문직 과정에는 이미 여학생의 숫자가 남학생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미국 뿐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법고시 합격생 비율부터 시작해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결정되는 판사 임용자 비율 등에서 '여학생의 독주'가 시작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우리가 지금같은 문명을 유지하며, 지금같은 방향의 발전을 계속하는 한 결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요직을 차지한 여성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날 테고, 여성들의 문화가 사회를 휩쓰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오래 사는' 여성들은 정치의 지형조차 바꿔놓을 수 있어요. 예. 여성들의 투표권이 남성 투표권보다 많아질 테니까요.
 
마침 뉴욕타임즈의 Economix 블로그에는 또 다른 인상적인 통계가 소개됐습니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다른 남성들을 Follow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죠. 트위터의 'Follow' 기능은 남이 쓴 글을 좇아가며 읽을 수 있는 기능인데, 여성들은 이 기능을 이용해 다른 여성을 Follow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이 기능을 이용해 다른 남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Follow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남성이 남성을 Follow하는 비율은 여성이 여성을 Follow하는 비율의 두 배에 이른다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쉽게 답을 내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수천년에 걸쳐 무리짓고 살아가며, '대세'를 따르고, 논리적인 분석보다는 자신의 강력한 본능에 따른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삶을 체득해 왔습니다. 그것이 남성들의 문화였죠. 그런데 이 정보화의 시대에서는 무리짓고 대세를 따를 일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또한 순간적인 판단보다는 논리적이고 정교한 분석이 실패를 줄여주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성들이 그동안 개발해 온 새로운 문화입니다. 남성보다 높은 교육수준과, 자기주도적인 의사결정 말입니다.
 
마크 펜은 조금 우울하게 현실을 진단합니다. '뒤떨어진 남자들'(Guys Left Behind)에게 들어갈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아마도 고령화의 문제처럼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부담이 되리란 거죠. 남성 죄수는 점점 늘어날 테고, 덜 배워서 덜 벌고, 결국 경제적 약자로 전락하거나 범죄자가 되는 남성들의 숫자도 늘어날 테며, 이들은 각종 병에 시달리고, 알콜과 약물 중독에 빠진 채 사회의 도움만을 기대하게 되리라는 얘기입니다.
 
반면 여성들이 사회 최고위층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성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사직에도 여성이 선출됐고, 점점 '여자라서 안 된다'라는 말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펜의 지적처럼 반대쪽에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은 바로 소외된 남성들의 문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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