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드라마 천추태후와 태양을 삼켜라의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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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0-02 07:06 조회2,4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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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있는 드라마 두 편이 연달아 끝났다. 지난 주말에는 '천추태후'가, 오늘은 '태양을 삼켜라'가 종영했다. '천추태후'의 후속은 현대극이고, '태삼'의 후속도 코믹물인 것 같다, 예고편으로는... 당분간 '대작' 드라마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리스' 방영 때까지...
 

'천추태후'는 흥미진진한 정통 사극이었다. 개인적으로 KBS '왕건' 이후 타사의 사극은 거의 보지 않는다. 스케일도 없고,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현대화시켰기 때문이다. '허준'이나 '대장금'처럼 정말 빼어난 스토리가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병훈 PD의 작품도 이후에는 기존 포맷을 답습하는 모습니다.

 

다른 히트작에 비해서 시청률이 낮기 때문인지 '천추태후'는 늘어지지 않았다. '세종대왕'은 구성 자체가 시츄에이션에 가까웠으니까 예외로 하고 기존 2TV 사극은 시청률이 좀 나오면 확실히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천추태후'는 목종의 난행을 보여주는 대목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그런 느낌이 없었다.

 

두 가지 면에서 '천추태후'는 의의가 있다. 첫째, 기존 대중들에게 낯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비교적 흡입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왕건'의 후속이었던 '제국의 아침'이 실패했던 건 이후 왕들은 너무 지명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후 KBS는 '무인시대', '이순신', '대조영', '세종대왕' 등 유명 인물 위주로 끌고 갔다. '천추태후'는 역사에 아주 관심이 많지 않으면 생소한 인물이었지만 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둘째, 기술적인 면에서 개인 전투신이 향상됐다. 사실 '천추태후'의 공성전 등은 '대조영'에 비해 퇴보했다. 하지만 강조(최재성) 등이 보여준 일대일 또는 일대다 전투신은 확실히 박진감이 넘쳤다. 중반부에 유난히 대련 장면이 많아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주었지만 마지막 거란과의 전쟁에서 보인 강조, 양규 등의 활극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대장끼리 빨리 붙으면 졸개들은 안 죽어도 되는데 왜 자꾸 졸개들과 먼저 싸우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태양을삼켜라(포스터).jpg

 

'태삼' 역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대작이다. 국내 최초 아프리카 현지 촬영에 최완규 작가와 지성 콤비가 뭉친... 여러가지로 '올인'을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아닐 것 같다. '올인'은 남지만, '태삼'은 깨끗이 잊혀질 듯 하다.

 

전반적으로 어설펐다.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정우(지성)의 다짐도 공감이 안 됐고, 수현(성유리)는 중반 이후 검사한테 민원 제기만 하고 다녔다.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무뎌졌고, 액션씬은 초반부터 어설펐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람보가 아프리카를 누비는지... 1회 소문만 듣고 보기 시작했던 입장에서는 25회까지 계속 속은 느낌이다.

 

천추태후(김소은).jpg

 

두 드라마에서 얻은 팁이라면 김소은의 발견과 전광렬의 확인이다. '천추태후' 성인역의 채시라는 이미 검증+공인된 배우로서 당연히 '천추태후'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사극에서 배우의 역량이 드러나는 출전 장면에서의 연설 역시 무리없이 소화했다. 지난 10년 간 사극에서 오직 김명민과 임동진만이 자연스럽게 소화했던 부분이다.

 

야역으로 초반에 나왔던 김소은은 어쩌면 '천추태후'의 이미지에 채시라보다도 어울렸다. 채시라는 강인했지만 여성스런 모습은 별로 없었다, 김석훈이 왜 좋아하나 싶을 만큼 ^^ 하지만 김소은은 최재성이 평생 마음에 둘 만한 매력을 가진 여인이었다. 귀여우면서도 당찬, 어쩌면 '꽃남'이나 '결못남'보다 더 맞는 배역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습시절 시작한 드라마였음에도 끝까지 본 것은 김소은이 나온 탓도 컸다.

 

태양을삼켜라(전광렬).jpg

 

전광렬은 이번에도 자신의 몫을 보여줫다. '허준'에서만 해도 주연이었던 그는 '주몽'에서부터 '주연보다 센 조연'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주몽'보다 선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캐릭터의 힘이 워낙 강했고, '태삼'의 주연들은 좀 심하게 약했다. 연기 좀 한다는 지성은 '이상한 캐릭터'에 갇혔고, 성유리/이완은 여전히 버거웠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광렬은 두 번 연속 '주인공의 아버지'역을 맡음으로써 다음 드라마에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

 

대작이 끝났다는 것보다는 정통 사극이 당분간 없다는 게 아쉽다. 돈은 돈대로 들고, 배우는 배우대로 힘든 게 정통 사극이다. '선덕여왕'도 사극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제작비의 3분의2를 스타급 주인공한테 쏟아붇는 드라마를 사극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제작비가 뻔한 상황에서 연기료로 그렇게 쓰고 나면 다른 제작비를 깎거나 엑스트라를 줄여야 하고, 그러면 '주몽'처럼 20여명의 매복군이 튀어나오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대하 사극을 기다린다. 어설픈 스타 탤런트들의 혀 짧은 소리보다는 농익은 중견 고수들의 여유로운 대화를 들을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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