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말처럼 - 사랑이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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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1-17 12:23 조회2,9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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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이 그 말을 하기 전에 어떤 책에선가 읽었던 말이었다.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랑을 할 때마다 내내 마음 속에서 끄집어 내어 떠올렸던 말이었는데, 아마도 선덕여왕 작가들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제 선덕여왕 즉위식에서 유신은 "폐하,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드릴 것이옵니다"라고 했고, 비담은 "폐하,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비담의 사랑은 비뚤어진 것일까? 다크 비담으로 변모한 것인가? 혹은 간교한 미실이 아들을 조종하기 위해 남긴 주술같은 말이었을까?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드릴 것이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 배운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같은 동화를 보면서 감동에 젖는다. 그래, 사랑은 이래야 한다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의 짝사랑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천 마리의 학을 접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세상에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란 존재할까?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다.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베푸는 사랑. 그러나 그것도 부모 나름이고... 많은 부모들은 베푼만큼 욕심을 가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는 이렇게밖에 못하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왜?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사랑 또한 근접하다. 사실 성직자나 자원봉사자들의 베푸는 사랑의 근간에는 '나 자신이 희생을 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희열감이 바탕이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좀 더 도(?)를 닦은 사람인 경우, 정말 인간의 욕망을 억눌러 살신성인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기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는 건, 일반적인 남녀관계에서는 불가능한 사랑이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옵니다"
어느 순간, 나는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심장이 나를 향해 뛰었으면, 그 사람의 시선이 항상 내게 머물렀으면, 그 사람의 머릿 속에는 항상 내가 가득했으면 좋겠더라 이거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은 것, 그것이 솔직한 마음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주는 사랑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갖고 싶고, 뺏고 싶고, 내 품안에 넣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갖고 싶지 않은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가? 내 대답은 NO이다. 솔직하기 그지 없었던 미실 또한, 살면서 깨달은 삶의 진실을 아들에게 전해준 것이 아닐까.
그러나 모든 것을 빼앗기만 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다.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서는 그만큼 주어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유신이 말한 '모든 것을 드리겠다'는 의미는 그렇게 함으로써 사실은 덕만의 사랑과 신뢰를 얻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비담이 말한 '모든 것을 빼앗겠다'는 의미는 그렇게 하기 위해 덕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결국 표현은 다르지만 두 사람이 덕만에게 바라는 것은 같은 것이다. 단지 모든 것을 빼앗고 싶다는 감정이 더 솔직하고 직접적일 뿐이다. 멋진 말로 포장된 유신의 말보다는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비담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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