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평양 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아홉발의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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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6-08 19:00 조회4,5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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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책임' 박남기(노동당 재정부장)·김태영(노동당 재정부부장) 함께 공개처형
"간부들 때문에 인민들 고생" 北당국 경제위기 책임 전가… 조평통 간부 등 100여명 숙청
北간부들 "김일성 땐 이러지 않았는데…"

지난 3월 10일 무렵 아침, 북한 국방위원회는 예고 없이 노동당 부부장급, 각 성 부상급 이상 고위층들을 집결시켜 버스에 태운 뒤 평양 순안구역에 위치한 강건군관학교(우리의 육사에 해당)로 데리고 갔다. 군관학교 사격장에는 화폐개혁을 주도했던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박남기(76)와 김태영 부부장이 함께 묶여 있었다. 이 자리에 불려온 간부들은 공개처형이 진행되려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곳이 1970년대 말 북한 최고 여배우였던 우인희가 스캔들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한 목격자는 "박남기 부장은 보위부에 얻어맞아 얼굴이 부은 상태에서 앞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옆엔 화폐개혁 실무를 담당한 김태영 당 계획재정부 부부장이 입에 자갈을 물린 채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남기와 김태영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리한 화폐개혁을 단행해 당과 국가, 그리고 인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으며 이는 '민족반역죄'에 해당된다"고 발표하고 한 사람당 9발의 총탄을 퍼부었다고 한다.

북한 내 고위 소식통들에 따르면 박남기와 김태영의 공개처형 외에도, 통일전선부 산하 조평통 부국장 박경철이 직위 해제 당하는 등 고위 간부 100여명이 부패 등의 혐의로 최근 현직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간부들 비리 때문에 인민들이 못사는 것"이라고 선전하며 대규모 숙청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 간부 사회는 '박남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고위직 간부 중엔 "아무리 그래도 노동당 간부를 저런 식으로 죽이나", "김정일이 드디어 미쳤구나", "우리도 필요 없으면 저렇게 죽을 수 있다"며 흥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1997년에도 북한은 기아가 심해져 민심이 악화되자 노동당 농업담당비서 서관히를 미국의 간첩으로 몰아 공개 처형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서관히를 처형할 때는 사람들이 사태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뻔한 것을 가지고 생사람을 잡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많은 간부가 “자본주의 같으면 폭동이 열 번도 더 일어났다”는 말을 대놓고 떠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군량미 풀어 대규모 아사 막아

박남기 처형은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던 3월에 갑자기 집행됐다고 한다. 화폐개혁 후속 조치로 시장을 폐쇄하고 달러 사용을 금지하자 국가기관·기업소 등의 운영이 줄줄이 중지돼 경제 사정이 악화된 직후였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2월에 평양에 가보니 고려호텔과 양각도호텔을 제외한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굶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가는 “노동당 산하 기업들도 배급이 안 돼 대부분 가동이 중단되고 길거리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등장하자 국방위 명의로 특단의 조치가 하달됐다”고 말했다. 인민군은 군단별로 주둔지역 도(道)의 굶는 지역에 군량미를 풀도록 조치를 내렸고, 각 지역 당(黨) 기관도 지도원들이 군(郡) 단위를 책임지고 굶는 사람들을 살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조치에 따라 1군단은 황해남도 지역에, 2군단은 황해북도, 서해함대사령부는 평안북도 등을 책임지고 군량미를 풀어 극단적인 아사(餓死) 상황은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악화된 민심이 나아지지 않는 데다 달리 실패를 수습할 수단도 없자 북한 당국은 박남기 부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한다.

간부들 사이에서 ‘김일성 붐’ 일어

북한 당국은 박남기 처형 이후인 4월부터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총동원해 “지금 공화국은 간부만 잘사는 나라”라며 간부 비리를 고발하는 강연을 하는 동시에 간부 비리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감찰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올봄부터 간부들 사이에서 김일성 붐이 일고 있다. 많은 간부가 “김일성과 김정일은 어쩌면 저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며 “김정일이 김일성이 만든 업적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며 김정일 반대 명분을 김일성 시대에서 찾는 분위기라고 한다. 달력도 김정일과 그의 모친 김정숙과 관련된 것은 외면당하지만, 김일성 사진 달력만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북한 체제 지지자들 속에서도 김정일은 점점 외면당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일이 지난 7일 김일성의 책임서기(비서실장)를 세 번이나 역임한 최영림(81)을 신임 총리에 기용한 것도 간부들의 ‘김일성 향수’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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