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林高手를 찾아서] "이소룡처럼… 덤비기도 전에 끝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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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08-12 08:15 조회2,2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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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나무를 연타하는 박정수 사범의 손은 카메라 렌즈에 담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근거리에서 쉴새없이 상대를 가격해 순식간에 싸움을 끝내버리는 영춘권의 진수였다. 
 

[武林高手를 찾아서] 영춘권 고수 박정수
덴마크에 입양 돼 살다 13세부터 영춘권 수련
거구들도 한방에 눕히는 전광석화같은 몸놀림… 한국 온 뒤 제자 양성

명말청초(明末淸初) 소림사는 명을 지지한 탓에 청의 공격 대상이 됐다. 소림 승려들이 거세게 저항했지만 한 승려의 배신으로 소림사는 잿더미가 됐다. 많은 승려들이 청의 군사들을 피해 소림사를 떠났다.

약자를 위한 실전 권법의 탄생

중국 남부 후난 마을에서 지내던 오매선사는 강호(江湖)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소림 고수(高手)였다. 어느 날 그는 거리에서 목 놓아 우는 두부장수 딸 엄영춘(嚴詠春)을 만났다. 포악한 불량배가 그 미색을 탐낸다는 것이었다.

오매선사는 영춘을 구하려 했다. 문제는 시간. 그는 소림 무술의 정수(精髓)를 뽑아내 나약한 여성이 최소한의 힘으로 극강의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전 권법을 만들어 영춘에게 전수했다. 영춘권(詠春拳)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영춘권이 점점 알려졌고 1972년까지 활동했던 무술가 엽문(葉問)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의 이름을 딴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엽문이다. 세계에 수십만 수련자를 만든 게 엽문이다.

1970년대 괴성(怪聲)을 내뿜으며 주먹질과 발길질로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은 전설적 홍콩 액션스타 이소룡(李小龍)도 엽문의 제자였다. 이소룡은 영춘권을 뿌리로 자신만의 무술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절권도다.
 
버려진 소년의 선택

서울 마포에서 영춘권 수련원을 하는 박정수(37) 사범은 생후 7개월 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수산물도매업을 하는 한 부부에게 입양됐다. 자라면서 그는 무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박 사범은 "나는 남들과 달랐다. 강해져서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3세 되던 1986년 영춘권과 만났다. '핏줄'에 이끌려 태권도도 배워봤지만 그에겐 도(道)나 예(禮)가 아닌 강력한 실전 무예가 필요했다.

1주일에 도장에 나가는 3일이 가장 행복했다. 엽문의 제자로 서양에서 이름을 날리던 양정에게서 영춘권을 배운 독일인이 그의 스승이었다. 소년은 밤낮으로 연습했다. 도장에 가지 않는 날엔 동료를 불러 대련했다.

박 사범의 실력은 20세가 되던 1992년부터 코펜하겐 일대에 퍼져 나갔다. 그는 3년간 나이트클럽의 경비원으로 일했다.

술과 약에 취한 불청객들을 쫓아내는 것이 일이었다. 2m에 가까운 거구들이 박 사범을 우습게 봤다. 그의 키가 1m64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사범은 오래되지 않아 동료들의 입을 딱 벌리게 하였다.

깨진 병을 휘두르는 불량배가 그의 한 방을 맞고 콘크리트에 입을 맞췄다. 아무리 거구라도 박 사범이 나타나면 꼬리를 내렸다. 박 사범은 1999년부터 도장을 운영했고 덴마크의 '영춘권 실력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엔 덴마크의 도시 놀스옐란드에서 6개 도장을 책임지며 수십명의 제자를 키워냈다. 2002년 그는 한국에 들어왔다. 1988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덴마크 부모들과 한국을 여행하며 뿌리 찾기에 나섰던 그였다.

박 사범은 "한국 말과 한국의 문화로 영춘권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세대, 경희대 어학당 등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며 영춘권 교습으로 돈을 모았다. 2007년에 자신의 도장을 세울 수 있었다. 현재 '제자'는 40명이다.

싸움은 시작되기 전에 끝내라

박 사범이 말하는 영춘권의 핵심은 '속전속결'이다. 영춘권은 상대 공격을 막고 때리지 않는다. 대신 상대의 공격을 최소한의 힘과 동작만 사용해 흘려보냄과 동시에 전광석화같이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단순히 스피드가 빨라서는 안 된다. 빠르기 그 이상의 절묘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박 사범은 "감각과 본능의 무술"이라고 했다.

영춘권은 간략하고 빠른 수기(手基)로 주된 공격이 이루어진다. 영춘권의 '펀치'는 상대 중심, 명치, 코를 향해 건배하듯이 쭉 뻗는다. 펀치 반경이 짧아도 무게중심을 옮기는 보법(步法)으로 체중을 주먹에 싣기에 위력적이다.

날아차기 등 큰 움직임은 쓰지 않는다. 발차기도 상대 하체, 특히 오금을 기습적으로 걷어차는 방식이다. 대신 영춘권은 온몸이 무기이다. 근거리 공격을 위해 팔꿈치, 무릎, 어깨 등으로 상대의 허점을 찌른다.

박 사범은 "어떤 무술의 고수가 와도 근거리에서 진행되는 영춘권의 빠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사범은 "싸움을 앞두고 한번도 긴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긴장감이 찾아오기도 전에 끝냈다는 것이다. 

☞ 중국 무림계는 '九派一幇'

중국 무림(武林) 세계는 '구파일방(九派一幇)'으로 설명된다. 구파는 최고 권위의 아홉 개의 문파를 가리킨다. 여러 설(說)이 있지만 소림·무당·화산·아미·점창 등 다섯 문파는 항상 속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머지 네 자리는 곤륜·해남·공동·청성·종남·모산파 등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소림은 496년 허난성 쑹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소림사를 뜻한다. 자타공인 최고의 권법 문파이다. 무당은 소림사에서 나온 장삼봉이 무당산에서 득도해 만든 문파다. 대표적인 도가(道家) 문파로, 불가(佛家) 문파 소림과 함께 양대 정파를 이룬다. 화산파는 화산검(劍)파로 불릴 만큼 검술로 유명하다.

아미파는 아미산 여승들로만 구성된 문파다. 점창은 쓰촨성 점창산에서 태어나 검법을 특기로 한다. 그 외 다른 문파들도 모두 시작된 지역명을 따 이름이 지어졌으며 각기 특색있는 무술을 지니게 됐다.

일방은 거지들의 집단인 개방을 말한다. 거지의 단일방파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우수한 정보망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무공의 특징도 예의와 격식 대신 실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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