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엿본 사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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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0-10-19 12:54 조회4,426회 댓글0건본문
Clint Squints at the Afterlife
신작 ‘히어애프터’에서 죽음에 관한 신비하고 도발적인 질문 던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50년대 서부영화 ‘셰인’을 리메이크한 ‘페일 라이더’(1985)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긴 했다. 하지만 사후 세계를 그린 그의 최신작 ‘히어애프터(Hereafter)’는 이전의 어떤 작품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과감하고 신기하며 섬뜩하다. 이스트우드는 8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뜻밖의 시도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는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장르를 마다하고 죽음과 외로움,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구조의 영화를 만들었다.
게다가 이전의 어떤 작품에서보다 극적인 액션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해 관객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한 열대섬을 덮치는 오프닝 장면은 어떤 대형 재난 영화의 액션보다도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런 오프닝이 무색하게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개인적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잔잔하게 전개된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 첫째 주인공이 쓰나미로 죽음의 세계를 경험한 프랑스 TV 프로 진행자 마리(세실 드 프랑스)다. 그녀는 쓰나미에 휩쓸려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사후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 그녀는 파리의 유명인사였던 이전의 삶에 다시 적응하지 못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경험했던 사후 세계 이야기를 소재로 책을 쓰기 시작한다. 지식 수준이 높은 그녀의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책 출판을 맡은 출판업자의 말마따나 이런 주제는 미국 시장에 더 적합하다.
둘째 주인공은 죽은 사람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닌 조지(매트 데이먼)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그는 이 능력을 저주로 여긴다. 야심이 큰 그의 형(제이 모어)은 동생이 이 능력을 이용해 한밑천 잡기를 원하지만 조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외롭게 살아 간다.
그리고 무대는 영화의 셋째 주인공 마커스(프랭키 맥라렌)가 사는 런던으로 옮겨 간다. 마커스는 비극적인 사고로 사랑하는 쌍둥이 형을 잃은 뒤 마약중독자인 어머니마저 재활시설에 들어가는 바람에 양부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그는 죽은 형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런던의 온갖 돌팔이 텔레파시 연구가를 찾아 다닌다.
시나리오를 쓴 피터 모건은 이번 영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프로스트 vs 닉슨’ ‘더 퀸’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로 이름을 얻었다. ‘히어애프터’에서 관객은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강점은 모건의 플롯 전개 기교에 있지 않다. 관객은 영화가 제기하는 신비하고 도발적인 질문(이스트우드와 모건은 이런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에 이끌린다.
80세라는 이스트우드의 나이를 감안하면 죽음의 문제가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만도 하다. 우리는 그가 영화 속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들은 죽음의 세계를 경험한 후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듯한 느낌을 갖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된다. 절제됐으면서도 깊은 감동이 전해지는 연기를 보여준 데이먼과 변화무쌍한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한 드 프랑스는 이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이스트우드는 감상적인 헛소리로 들리기 쉬운 주제를 시종일관 정직하고 진지하게 다뤘다. 그는 죽음과 그 너머의 세계를 호기심이 가득하면서도 또렷하게 열린 눈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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