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10억 내놓고… 하늘로 간 야채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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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1-08-11 12:02 조회1,9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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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장사로 다섯 남매를 키우며 평생 모은 재산 10억원을 기부하고 떠난 홍용희·한재순씨 부부. /유가족 제공

[아낌 없이 다 주는 그대들이 천사]
지난달 이틀 간격으로 떠난 홍용희·한재순 부부 "우리 소원 다 이뤄 홀가분"


다섯 남매를 키우려면 늘 부지런해야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채소를 팔았다. 돈을 모으는 방법은 아끼고 또 아끼는 것뿐이었다. 해진 내의를 입고, 양말은 기워 신고, 한겨울에도 난방을 아껴 아이들을 키우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평생 모은 재산이 10억원. 하지만 마지막엔 아낌없이 기부하고 떠났다. 지난달 26일과 28일 선종(善終)한 홍용희(비오·82)·한재순(미카엘라·83) 부부 얘기다.

한재순씨는 지난해 12월 둘째딸 홍기명(레지나·55)씨와 함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찾아갔다. 한씨는 1억원짜리 수표 9장을 추기경에게 건네며 말했다. "저는 죄인입니다. 세상에 나와서 잘한 일이 없습니다. 좋은 데 써주세요. 옹기장학회(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장학재단)를 위해서도 써주세요." 한씨는 며칠 뒤 한 수도원에도 1억원을 기부했다. 통장에는 280만원이 남았다. 기부 사실은 당일 동행한 둘째딸 외에 친구는 물론 다른 자녀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느님께 드리는 예물이다. 우리 부부가 죽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게 한씨의 뜻이었다.

딸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아끼며 사셨어요…." 어머니는 답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면 하느님 앞에 가져갈 게 뭐가 있겠니."

딸 홍씨는 "기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머니가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보이셨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숙제'를 다했다는 안도감으로 노래를 부르셨던 것 같다"고 했다. 한씨는 정 추기경에게 기부금을 전한 뒤 남편 홍용희씨가 있는 요양원에도 들렀다. 딸 홍씨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손을 잡고 '평생 소원을 다 이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신 뒤에도 새벽 4시까지 감사 기도를 드리셨다"고 했다.

남편 홍씨가 지병으로 먼저 떠난 뒤, 아내 한씨는 남편의 빈소에서조차 "검소하게 치르지 꽃이며 이것저것 왜 이리 많이 준비했느냐"고 자식들을 타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남편의 죽음을 기도와 찬송으로 애도하는 것을 보며 "자식들을 잘 둔 덕분"이라며 흐뭇해했다고 한다. 남편이 숨진 이틀 뒤, 아내 한씨도 뇌출혈로 갑작스레 별세했다. 그래서 부부의 장례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성당에서 함께 치러졌다.

정진석 추기경은 동서울지역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그 돈은 자매님과 형제님이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이었고 기부 결정은 자녀들과 상의 없이 홀로 결정하셨다고 했다"며 "저는 그 기부금이 단순한 재물이 아니라 부부의 평생의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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