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사람들이 날 매국노라 했지만…과거 잘못을 부정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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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5-05-20 13:11 조회1,6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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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국에서 전쟁기념관을 갔을 때 경험담을 소개했다. “좁은 상자 안에 한국인을 일본군이 짓밟는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며 다리를 들어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니 어쩔 수는 없지만, ‘저걸 본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엄청난 증오심을 갖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제 앞에서 ‘너는 매국노다. 나라를 팔았다’고 비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보상할 필요가 있으면 보상하고, 잘못된 과거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의 어조는 91세 노인답지 않게 또렷하고, 강경했다. 20일 ‘제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에게 1995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그 뒤 사회적 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총리의 이름을 딴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를 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무라야마 담화는 ‘침략’ ‘통절한 반성’ 같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1994년 81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이듬해인 95년이 종전(終戰) 50주년이었습니다. 일본이 무언가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회의 사죄 결의를 추진했으나 논의를 거듭하다 결국엔 알맹이는 전부 다 빠지고 결의됐다. 그래서 내각의 방침으로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전에도 일본 총리가 아시아 국가를 방문할 때 나름대로 사죄를 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총리 개인이 한 것이지, 국가 차원의 사죄는 아니었습니다. 종전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한 만큼, 저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걸 못 하면 (진보적인) 사회당 대표인 제가 총리가 된 의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각 총사퇴를 할 각오로 분투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만장일치로 통과가 됐습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남부 오이타(大分)현 조그만 어촌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생선장수 홀어머니 밑에서 11남매 중 여섯째로 어렵게 성장했다. 메이지대학 졸업 후 전후 노동운동을 하다가 1951년 오이타 시의원에 당선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재산을 공개할 때마다 꼴찌를 도맡아 하고, ‘서민 재상’이라 불릴 정도로 검소하다.

작년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지금도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 체질이다. 오찬 기조연설과 별도로 열린 세션 ‘무라야마와의 대화’ 사회를 맡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올해 91세인 무라야마 전 총리의 건강 관리법은 체조”라고 소개하자, 관중석에선 “그 나이로 안 보인다”는 술렁거림이 일었다.

90세를 넘긴 전 총리의 마지막 염원은 동북아 평화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역사 문제로 이웃 나라와의 관계가 뒤틀어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해와 합리적 대화가 과거의 응어리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대립도 마찬가지다. “센카쿠는 과거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지역이었는데, 석유가 묻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중·일 모두 자기 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중국 인사에게 ‘전쟁을 하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과거엔 영유권 분쟁을 전쟁으로 해결했지만 지금은 전쟁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닙니다. 이익을 배분하는 식으로 타협을 볼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도 이웃 국가와 충돌·대립할 의제는 많을 겁니다. 그때마다 선의를 기반으로 협의를 한다면, 해결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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