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자동차일지도 모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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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4-01 12:21 조회6,106회 댓글0건본문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모터스가 마침내 ‘모델3’를 공개했다. 테슬라가 만든 네 번째 전기차이자, 두 번째 세단, 그리고 첫 번째 보급형 모델이다. 기본형이 3만5000달러(약 4000만원)부터 시작하는 모델3는 모델S(7만달러, 약 8000만원)나 모델X(8만달러, 약 9000만원)의 절반 가격이다.
그렇다고 얕보면 곤란하다. 모델3는 0-60mph(약 96km/h)를 6초 이하에 도달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소 215마일(약 346km)을 달릴 수 있다. 자동주행 기능도 기본 탑재된다. 중형세단 수준의 실내공간과 '별 다섯개' 수준의 안전도를 확보할 것이라는 게 테슬라의 설명이다. 그저 '저렴한 테슬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그것 말고도 ‘보급형’이라는 단어에는 정말 많은 뜻이 담겨있다. 모델3는 어쩌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테슬라에게도,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의 미래에도 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머스크는 이 자동차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모델3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 차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31일(현지시간) 모델3 공개 이벤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세계의 미래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테슬라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2003년 설립된 테슬라모터스는 지금까지 세 대의 전기차를 출시했다. 로드스터(2008), 모델S(2012), 그리고 모델X(2015).
먼저 로드스터. 로터스 엘리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실험적 모델은 단종될 때까지 30여개 나라에서 2500대 가량 판매됐다. 전기차 관련 특허를 라이선스했던 테슬라는 이 기간 동안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독자적인 파워트레인을 완성시켰다.
이어 풀사이즈 세단 ‘모델S’가 등장했다. 지금의 테슬라를 만든 기념비적 모델이다.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의 전기차 세제혜택과 지원금 등에 힘입어 럭셔리카 마켓에서 선전을 거듭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모델S P85D에 전무후무한 ‘100점 만점에 103점’을 주기도 했다. 4년이나 된 이 차는 여전히 근사하고,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 다음은 테슬라의 첫 번째 SUV인 모델X. 눈을 사로잡는 ‘펠컨도어’를 장착한 모델X는 ‘쿨한 전기차 SUV’의 시대를 알렸다. 전기차도 2.2톤에 달하는 무게를 끌 수 있고, 최대 7명이 탈 수 있으며, 0-60mph(약 96km/h)를 3.8초(P90D 모델, 일반모드)에 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어떤 럭셔리카 브랜드의 SUV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구성이다.
테슬라 로드스터. 2009년 1월13일. ⓒReuters
테슬라 모델S. ⓒAP
테슬라 모델X. 2015년 9월29일. ⓒReuters
테슬라는 전기차의 시대를 앞당겼다. 모두가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할 때, 테슬라는 모델S를 통해 전기차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세련된 디자인, 미친듯이 빠른 속도, 탁월한 안전성, 그리고 유해가스 배출·기름값 ‘제로’. 모델S는 전 세계에서 10만대 넘게 판매됐으며(2015년 말 기준), 각종 상을 휩쓸었다.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차는 아직도 ‘미래의 자동차’일 뿐이다. 인프라나 문화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격일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앞당기고, 심리적 거부감(?)을 허무는 데 성공한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너무 비싸다. ‘보급형’인 모델3는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테슬라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준비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2012년 6월22일. ⓒAP
이 모든 건 ‘마스터플랜’에 따라 진행된 일이다. 머스크의 2006년 블로그 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거의 모든 신기술은 최적화되기 전까지는 초기에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전기차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어 그는 이렇게 적었다. “테슬라의 전략은 고객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 하이엔드 마켓(=럭셔리카 시장)에 진출한 다음,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연속적인 모델로 최대한 빠르게 낮은(저렴한) 시장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이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고가의 럭셔리카 시장이야말로 ‘돈이 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고급차의 1대당 수익률이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자동차의 대당 수익률보다 2배 가량 높다고 본다. 테슬라는 모델3를 만들기 위해 모델S와 모델X가 필요했다. 머스크는 이날 “모델3 개발에 돈을 대준, S와 X 구매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살펴보면, 테슬라는 지금처럼 고급차 시장에만 머물 수도 있었다. 경쟁이야 치열하겠지만, 테슬라가 나름 선방할 것이라고 볼 만한 이유는 많다. 그러나 그건 처음부터 테슬라의 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머스크는 세계를 바꾸고 싶어한다. 솔라시티를 봐도 그렇고, 스레이스X도 마찬가지이며,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으로의 세계적 전환을 앞당긴다”는 사명을 내걸고 있는 테슬라모터스도 완벽히 그렇다. 팰로 앨토(1)나 로스앤젤레스, 스카스데일(2)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차를 팔아서는 세계를 바꿀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를 팔아야 한다. 모델3는 바로 그걸 위한 자동차다. (와이어드 3월31일)
(1) IT기업들이 몰려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북부의 도시
(2) 미국 뉴욕 북쪽의 부촌 지역.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모습. 2015년 5월9일. ⓒReuters
테슬라 충전소.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2015년 5월29일. ⓒReuters
‘모든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자동차’는 ‘저렴한 자동차’ 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차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고, 그에 맞춰 부품조달 체계와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야 하며, 충전시설, 판매·정비 네트워크 같은 인프라도 그만큼 확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 관건은 ‘스케일’이다.
테슬라가 최근 몇 년 동안 준비해온 게 바로 그것이다. 네바다주에 거대한 배터리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고,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여력을 늘리는 작업에 매달렸다. 머스크는 생산공장 신설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판매망과 충전시설도 내년 말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날 좀 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3가 시판되는 2017년 말까지 전 세계 슈퍼차저(급속충전소) 숫자를 72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의 두 배 규모다. 또 판매 및 서비스망도 현재의 215곳에서 441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브라질과 인도, 아일랜드,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에도 추가로 진출한다.
모델3 : 테슬라의 미래, 자동차의 미래…?
모델3는 테슬라의 미래를 좌우할 자동차다. 그들은 고작(?) 연간 1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팔던 회사에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회사로의 전환을 꿈꾼다. ‘마이너’에서 ‘메이저’(3) 무대로 올라서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쓰러지고 팔려나간다는 바로 그 무대 말이다. 모델3는 그 원대한 구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기획이다.
(3) 물론 완전한 ‘메이저’는 아닐지 모른다. 판메량 세계 1위인 도요타 는 연간 약 100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BMW(12위)는 연간 200만대를 팔았다. (2013년 기준)
와이어드는 “관건은 수요에 부응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생산규모를 늘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테슬라보다 먼저 ‘주행거리 200마일-3만달러’ 전기차(=쉐보레 ’볼트’, 2016년말 출시 예정)를 만드는 데 성공한 GM을 사례로 들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GM은 주행거리와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과 돈과 자원을 쏟아부었고, 이 작업은 10년 넘게 걸렸다. GM은 곳곳에 뻗어있는 인프라와 기존의 서플라이 체인을 활용했고, 그 덕분에 대량생산과 판매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테슬라가 모델3를 들고 진입하려는 세계는 그런 곳이다. (와이어드 3월31일)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9억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 때문이다. 리서치회사 에드먼즈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제시카 콜드웰은 “오랫동안 테슬라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며 “모델S나 모델X 같은 니치 모델로는 지속가능한 수익을 가져다줄 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테슬라가 바라는 ‘대량생산’ 자동차의 출시는 테슬라가 피스커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에서 본 것처럼, 그저 몇 개의 쿨한 자동차를 내놓은 다음 몰락해버리는 그런 회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자동차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보여줄 것이다.” (BBC 3월31일)
다른 한편으로 모델3는 자동차의 미래를 좌우할 자동차가 될지도 모른다. 만약 테슬라의 구상대로 모델3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 소문으로 떠도는 것처럼 ‘모델Y’ 같은 보급형 전기차가 연달아 등장해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면 말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모델3가 자동차 역사의 거대한 변곡점을 알리는 서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의 역사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또 타고 있는 자동차는 하나였다. 연료가 연소하면서 내는 열에너지로 기계를 작동시켜 운동에너지를 일으키는, 즉 기름을 넣고 엔진을 돌려 굴러가는 내연기관 자동차다. 머스크는 이게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전기차가 이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BBC에 따르면, 자문회사 레드스파이의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기차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으며, 전기차가 바로 미래라고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차도 있지만, 현재까지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여겨지는 건 전기차라는 얘기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테슬라의 공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BBC의 표현대로 BMW나 포르쉐, GM 같은 회사들이 전기차에 들이는 노력을 ‘부차적인’ 것에서 ‘메인’으로 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 그러나 이제 테슬라와 모델3 주어진 과제는 그보나 훨씬 크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선구자가 전기차 시대의 지배적인 자동차업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전기차 역사의 각주에 기록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BBC 테크 담당 기자의 말이다.
모델3는 바로 그런 자동차다.
Why the Model 3 Is Tesla's Most Important Car Yet -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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