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지막 TV토론서 '대선 불복 가능성 시사'…힐러리엔 "끔찍한 여자

미국 대선 후보 간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린 가운데,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따라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에서 열린 3차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다음 달 8일 나오는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이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불공정하고 부패한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으며,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린 클린턴이 대선 출마가 허용된 것만으로 선거 시스템이 조작된 것이라고 선거조작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소름 끼친다”며 "그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항상 조작됐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90분간 진행된 토론은 클린턴과 트럼프가 대선 기간 제기된 서로의 약점을 집중 공격하고 정책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난타전’ 이었다. 두 후보는 2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힐러리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공략했다. 그는 "한 4성 장군은 FBI(연방수사국)에서 한 거짓말로 5년이나 수감됐다"며 "그러나 힐러리는 3만3000 개의 이메일을 고의로 삭제하고, 수백 번의 거짓말을 했는데도 미국 대선에 출마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힐러리는 범죄자”라며 “대선 후보로 나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성추행 논란에 대해 ‘클린턴 배후설’을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성추행) 이야기들은 모두 가짜”라며 “난 이 여성들을 모른다. 그(클린턴)의 선거캠프가 한 일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클린턴은 "도널드는 여성을 비하하면 자신이 커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런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어떤지 모르는 여성들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두 후보는 외교나 정책 부분에서도 첨예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미국은 더는 사우디 아라비아, 일본, 독일, 한국을 방어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며 동맹국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했지만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지켜 왔다"며 "도널드는 우리 동맹을 파기하려 한다"고 트럼프 입장에 반대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는 "난 장벽을 건설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장벽이 필요하다"며 클린턴이 불법 이민자를 사면하고 난민과 테러 세력에게 국경을 개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클린턴은 국경 안보의 우선순위는 무차별적인 이민자 추방이 아니라 범죄자 단속이라며 불법 이민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채와 세금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클린턴은 부자 증세, 사회복지 기금확충을 약속했지만, 트럼프는 대대적 감세와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 철폐를 공언했다.

또 트럼프는 '사회보장신용기금' 공약을 설명하는 클린턴의 말을 자르며 "끔찍한(nasty) 여자"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두 후보는 토론이 끝나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진행자에게만 손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