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등 韓 배터리업체들, 테슬라 전기車 '모델3' 대박에도 속 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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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4-04 11:48 조회5,7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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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모터스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인기에 삼성SDI와 LG화학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테슬라 차량에는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일본(시장 주도권)과 중국(빠른 추격)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일까지 모델3 사전 주문 대수가 27만60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3일 만이다. 예약 물량대로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하면 매출액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日 배터리 제조사, 美 테슬라 바람타고 ‘대박’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협력 관계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설립한 테슬라는 2008년 첫 양산차 로드스터를 출시하면서 파나소닉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후 파나소닉 배터리는 고급세단인 테슬라 ‘모델S’에도 들어갔다. 특히 파나소닉은 5조원을 투자해 테슬라와 함께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기가 팩토리(Gigafactory)’를 건설 중이다.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는 기가 팩토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기지다. 공장 규모는 미국 센트럴파크의 3배 수준. 이 곳에서는 2020년까지 전기차 50만대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3월 테슬라의 판매량은 9020대로 북미 시장 전체(2만6555대)의 40%에 달했다. 올해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4대가 테슬라였다.
이러한 테슬라의 성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의 입지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총 5562MWh(약 5만~6만대 규모) 용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출하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부문에서 점유율 35.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3339MWh보다 무려 66.6% 늘어난 실적이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S 1대에는 85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유통시장에서 팔리는 교체용 배터리(RE) 공급 건이었다. 테슬라의 신차가 출시될 때 장착되는 신차용 배터리(OE) 공급의 경우 파나소닉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상위 10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중 4곳이 일본 업체다. 1위 파나소닉을 비롯해 3위 PEVE(토요타와 파나소닉 합작사), 4위 AESC(닛산과 NEC 합작사), 7위를 LEJ(미쓰비시와 GS유아사 합작사) 등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65%에 육박했다.
한국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은 17.7%(2478MWh) 수준에 머물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업체가 배터리를 공급하는 차량의 판매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 배터리를 쓰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Volt)’는 지난해 1만5393대 판매됐다. 이는 2014년(1만8805대)보다 18% 줄어든 수준이다. 그 결과 지난해 전기차 중에서 볼트의 판매 순위는 2위에서 3위로 한단계 떨어졌다. GM은 지난해말 2세대 볼트를 투입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테슬라에 밀리는 형국이다. 볼트 2세대는 올해 1월 996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전기차 1위를 차지했지만 2월 들어 테슬라 모델S에 역전당했다.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BMW ‘i3’ 상황도 마찬가지다. i3는 지난해 월 평균 900여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링 전기차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인 월평균 300여대에 그치며 상위 10권 밖으로 밀려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를 장착하는 신규 전기차 모델이 없어 당분간 일본 업체들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한국 업체들 입장에서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되는 테슬라 모델3의 인기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 메인무대 된 中…삼성SDI·LG화학 “아~ 꼬이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급성장도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면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만3357대로 2014년에 비해 무려 251% 증가했다. 반면 북미 지역에서는 지난해 11만5261대가 판매돼 2014년보다 시장규모가 4% 줄었다. 유럽 역시 매년 판매량이 3~4배 늘었던 것과 달리 성장폭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내려왔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메인 무대라고 평가받던 북미와 유럽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비와이디(BYD), 리센(Lishen), 위나(Wina)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총 2509MWh 용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출하했다. 이는 2014년(568MWh)보다 341%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 점유율은 18%를 기록해 한국(17.7%)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자국 업체 보호 정책도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주로 생산하는 전기버스용 삼원계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삼성SDI와 LG화학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비관세장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원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삼원계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지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조치는 결국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어려운 환경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등 여러 기술 시장과 비슷하게 일본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게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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