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선언 vs 아베 독트린… 新안보노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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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4-05-22 07:47 조회3,912회 댓글0건본문
한반도 주변 4국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빠지고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대 강국의 신(新)안보노선이 서로 격돌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기조연설에서 “CICA를 아시아 안보 대화 협력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지역안보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의 제안은 미국을 배제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 독자 안전보장 체제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회귀 정책에 맞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자마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 중국 주도 독자 안보·경제 체제 구축
CICA는 1992년 카자흐스탄의 제안으로 결성된 지역안보협의체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가운데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아시아의 안보는 결국 아시아 인민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자신의 안보를 도모해선 안 된다. 카자흐스탄 속담에 ‘남의 촛불을 불어서 끄면 자기 수염이 타버린다’는 말이 있다”며 일본도 겨냥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지역 맹주를 꿈꾸는 중국의 외교 노선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이미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구성해 반테러 군사훈련 등을 벌이며 블록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이 이날 회의장인 상하이 세계박람회센터의 대형 홀 중앙에 선 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46개 국가 및 기관 대표와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중국 황제에게 주변국이 조공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해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상을 주려 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신안보 노선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일부터 동중국해에서 실시된 대규모 군사훈련을 참관함으로써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협력을 과시했다. 특히 두 나라는 10년 넘게 끌어온 천연가스 협상도 타결했다. 30년간 연간 380억 m³의 천연가스를 4000억 달러(약 410조2000억 원)에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이다.
하지만 CICA 회원국에는 한국 이스라엘 등 미국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등이 포함돼 있어 중국의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 아베 독트린으로 재반격 나서는 미일
상하이의 두 정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상하이 우쑹 군항에서 열린 중-러 연합해상훈련 개막식에 참석해 러시아 해군 장병들과 악수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 상하이=신화 뉴시스
중국의 세력 팽창에 맞선 자유 항행권과 비행권 보장, 분쟁지역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범위 확대 등이 아베 독트린이 노리는 목표다. 일본은 중국에 대항해 지난해 필리핀에 경비정 10척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아세안 국가들과 안보협력을 다지고 있다. 일본이 공들이는 국가는 중국과 해양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때 군사기지 공동 사용을 뼈대로 하는 방위협력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연말에는 북한을 타깃으로 했던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18년 만에 개정해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방침이다. 미국은 19일 사이버범죄 혐의로 중국 군인 5명을 기소하는 등 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 동맹과 중-러 결속을 통한 양대 진영의 대결은 대립과 협력이 중첩된다는 점에서 과거 냉전구도와는 구별된다는 분석이 많다. 아세안 국가들도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對)중국 노선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중견 국가들은 강대국의 새 노선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잘못 발을 들여놓았다가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미중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며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신냉전구도는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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