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여성들 “트럼프 반대”… 300만명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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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0:51 조회6,3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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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의 행진 시위에서 팝 가수 마돈나가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의 행진 시위에서 팝 가수 마돈나가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혐오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지 않는다.’ ‘나는 1950년대로 순순히 돌아가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전 세계 여성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전례가 드문 연대의 동력은 여성이나 다른 종교, 인종 등에 대한 혐오가 초래할 분열과 갈등에 대한 우려와 분노였다.

트럼프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워싱턴DC 보스턴 뉴욕 등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명이 트럼프에 반대하는 ‘여성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여성 행진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 시위 경험이 없는 백인 여성들 주도로 SNS에서 시작됐다. 흑인, 무슬림 여성들이 합류했고 여성 문제뿐 아니라 노동권, 환경, 이민권 등 트럼프 탓에 위기에 처한 다른 의제들을 포용키로 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비꼬는 분홍색 ‘고양이 모자(pussyhat)’가 드레스코드가 됐다. ‘pussy’는 여성 성기를 뜻하는 은어로도 쓰인다.

백악관이 소재한 워싱턴DC가 행진의 중심축이었다. 할머니부터 유모차를 탄 손녀까지 가족 단위로 참석한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어머니와 아내, 딸과 누이를 지지하는 남성들도 동행했다. 시민들은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벽 대신 다리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행진을 위해 상경한 사람도 많았다. 아내와 미시간주에서 9시간 동안 차를 몰고 온 존 피셔(34)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명 인사들은 연사로 등장했다. 가수 마돈나는 “우리는 여성으로서 폭압의 새 시대에 저항한다”고 선언했다. 에미상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 수상자 아메리카 페레라는 “우리의 존엄, 개성, 권리가 공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이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트럼프가 정권을 잡았다’는 헤드라인이 실린 WP 사본을 반으로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위터로 행진을 지지했다. 그는 “우리 가치를 위해 나서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고 했다. 배우 스칼릿 조핸슨, 엠마 왓슨, 애슐리 주드도 행진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개의 다른 미국이 같은 곳에서 이틀에 걸쳐 펼쳐졌다”고 전했다. 트럼프와는 다른 미국을 꿈꾸는 사람들이 바로 다음 날 취임식이 열린 공간을 완전히 차지한 것이다. ‘가장 높은 유리천장 깨기’의 저자 엘런 피츠패트릭은 이번 행진이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친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의 행진과 역사적으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1913년 헬렌 켈러를 비롯한 서프러제트 5000명은 투표권을 요구하며 우드로 윌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워싱턴DC를 행진했다.

워싱턴DC 여성 행진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예상치인 20만명의 배를 넘어 5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지하철 이용객만 59만7000명에 달했다.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는 참가자들의 고양이 모자 때문에 분홍색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장관이 펼쳐졌다. 로스앤젤레스(LA) 시내 대로에서는 ‘트럼프가 증오하는 것을 사랑한다(love trumps hate)’는 외침이 메아리쳤다. 시카고와 보스턴에서도 각각 15만명, 12만5000명이 도심 구석구석을 휩쓸었다.

연대는 국경을 넘어섰다. 주최 측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스라엘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670개 행사에 총 30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위는 규모에 비해 평화로웠다. 워싱턴DC에서는 자극적인 물질이 든 스프레이를 시위대에게 뿌린 남성 한 명만 검거됐다. 취임식 당일인 지난 20일에는 반(反)트럼프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워싱턴DC에서만 200여명이 연행됐었다.

백인 우월주의를 내포하는 신조어 ‘대안 우파(alt-right)’를 만들어낸 리처드 스펜서(39)는 공격을 당했다. 복면을 쓴 한 남성이 워싱턴DC에서 호주 ABC방송과 ‘네오나치’에 관해 인터뷰하던 스펜서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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