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기억'시대에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은?

페이지 정보

관리자 작성일15-05-06 13:49 조회4,246회 댓글0건

본문

2015-05-06-1430872660-4475644-Socrates_Louvre.jpg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소크라테스의 두상(위키피디어).

문명의 발달은 중요한 지식을 기억하고 대를 이어 전승하면서 가능했다. 구성원들의 기억에 의존하던 지식이 문자의 발명을 통해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삶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문자와 필기의 대중화가 인간능력을 퇴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당시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신기술인 글쓰기가 영혼에 건망증을 만들고 사람들이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전한다. 소크라테스는 필기와 글을 통한 기억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도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지식을 자랑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자의 발명이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고양시킨 것처럼, 스마트폰도 비슷한 영향을 끼쳤다. 늘 휴대하는 또 하나의 두뇌인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상당량의 기억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지도나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날마다 자세하게 알고 있던 '오늘 해야 할 일'도 이제는 일정관리 소프트웨어가 알려주지 않으면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기억과 검색의 보조도구로 쓰이는 것을 넘어 우리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15-05-06-1430872720-179689-dfdse.jpg

평생을 해로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포스터.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1980년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들은 공통된 경험에 대해서도 특정한 기억을 분담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에 착안한 연구였다. 가족들의 생일은 아내가, 가족여행의 구체적 경로에 대해서는 남편이 기억을 맡는 방식이다. 부부가 함께 있으면 아는 게 많아지지만 혼자 있을 때는 지식이 크게 줄어드는 이런 현상을 웨그너는 '친밀한 짝의 사유 절차'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분산 기억'은 부부 사이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무리를 이뤄서 기억을 분산해 처리하면 그 집단의 능력은 크게 확장된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과 검색에 의존하는 것도 인류에게 익숙한 '분산 기억'의 일종이다.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베치 스패로 교수는 2011년 <사이언스>에 실은 '기억에 대한 구글 효과' 논문에서 하버드·컬럼비아대 학생 168명을 상대로 한 분산 기억을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다. 학생들은 컴퓨터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알려준 정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기억했지만, 컴퓨터에 저장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면 쉽게 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검색서비스에 익숙한 학생들은 정보 자체보다 정보가 저장된 파일이름을 더 잘 기억했다.

오랜 세월 많은 경험을 함께 하며 산 부부가 함께 있을 때처럼 우리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때 유식해지고 지혜로워진다. 우리 두뇌에서 이뤄져온 기억과 판단을 외부 기계에 의존하는 것은 기술 발달과 그에 적응하려는 자연스러운 인지적 변화다. 기계를 통한 분산 기억을 잘 활용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찾아낼 줄 아는 새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지난 시절 한문이나 영어를 스스로 학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사전 찾는 법을 익혀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정보 감별력이 더 중요해진다. 사전찾기만큼, 똑똑한 검색 활용법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Korea in US Articles 목록

Total 1,152건 1 페이지
Korea in US Articles 목록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전문  
  • 최고관리자   2018-04-27 17:17:27   2635회     추천    비추천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 KTV 캡처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
  • [판문점 선언] 美ABC "얄타회담·오슬로협정에 비견될만"  
  • 최고관리자   2018-04-27 17:15:10   6720회     추천    비추천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얄타회담, 파리평화조약, 캠프데이비드협약, 오슬로협정에 비견될 만한 역사적 만남이다."미국 A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두 정상의…
  • 미 보수파 "총기협회에 등 돌린 기업 세금우대 없애겠다"  
  • 최고관리자   2018-02-27 17:09:04   6781회     추천    비추천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 총격 참사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선 미국총기협회(NRA)에 일부 기업들이 등을 돌리자, 이번에는 보수성향 정치인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를 없애겠다며 '역공'을 취했다.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 미국 최대 규모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2배로 커진다  
  • 최고관리자   2018-02-27 17:08:36   6668회     추천    비추천
  •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최대 규모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 또다시 초대형 확장 공사가 추진된다.2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주요 항공사들과 향후 8년간 총 85억 달러(약 9조 원)가 투입될 오헤어국제공항 신규 확장 및 첨단화…
  • 미국, 내년까지 러시아 넘어 세계 최대 산유국 된다  
  • 최고관리자   2018-02-27 17:08:01   6530회     추천    비추천
  • IEA 전망…올해 말 미국 원유 생산량 하루 1천100만 배럴 돌파할듯 미국 텍사스의 오일 펌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7일 미국이 늦어도 내년까지 러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에 등극할 …
  • 미 전문가 대북 코피 전략 부작용 경고…"파급 효과 심대할 것"  
  • 최고관리자   2018-02-27 17:07:34   6808회     추천    비추천
  •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을 일컫는 이른바 '코피 전략'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미 전문가들이 코피 전략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코피 공격을 가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할 위험성이 크며 이는…
  • 반이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NIW를 통한 영주권 취득은 쾌청  
  • 최고관리자   2018-02-27 17:03:22   7024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플로리다 주 고교 총기 참극 이후 '총기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는 학생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최근 몇마디 않다가 오랜만에 3분 넘게…
  • 美 FCC, '망 중립성' 원칙 결국 폐기  
  • 최고관리자   2017-12-14 15:50:13   7982회     추천    비추천
  • "인터넷은 공공서비스 아닌 정보서비스…시장 원칙 따라야"비판론자들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파괴"  미 연방통신위원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
  • 디즈니, 21세기폭스 인수…세계 미디어시장 '지각변동'  
  • 최고관리자   2017-12-14 15:49:20   8126회     추천    비추천
  • 57조원 빅딜 성사…美정부 승인 여부가 '최종 관문'마블 캐릭터 한데 모은 디즈니,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왕'으로(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김정은 기자 = 월트디즈니가 14일(현지시간)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 중 일부인 21세기폭스의 영화·TV 사업…
  • 뮬러 특검, 트럼프家 금융거래 정조준  
  • 최고관리자   2017-12-06 11:46:03   5534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독일 도이체방크 간 커넥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캠프 인사·측근 등을 기소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에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블룸버그통신 등 …
  • 트럼프, 중동 화약고에 기어이 불붙이다  
  • 최고관리자   2017-12-06 11:45:26   5656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 트럼프, 공인 연설 예고 美대사관도 이전할 방침 국제사회 70년 합의 파기 중동 각국 격렬하게 반발 동맹 사우디 등 철회 요구마크롱, 트럼프에게 “반대” 교황·러·中도 반대 입…
  • CIA,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국어’ 요원 채용…연봉은 억대  
  • 최고관리자   2017-12-06 11:44:22   6056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억대 연봉의 ‘한국어 요원’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지난 28일 CIA는 SNS를 통해 “중앙 정보부 언어 담당관으로서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진실을 밝히는 일입니다”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이어 ‘한국어 구사 유무…
  • 트럼프 "北 타락한 국가…美 위협시 北 완전 파괴"  
  • 최고관리자   2017-09-19 11:50:58   609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제72차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미국 abc 방송 화면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북한…
  • “미국 땅에서 나치 깃발이 휘날릴 줄이야…”  
  • 최고관리자   2017-08-17 10:20:16   8491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극우 백인민족주의자들의 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나치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트위터  샬러츠빌 난동, 신나치주의자들 커밍아웃 “나치와 싸우다 20만명 전사한 나라에서…”독일 정부도 “극도로 역겨운 행태” …
  • 미 국가안보보좌관 "백인우월주의 유혈 사태는 테러행위"  
  • 최고관리자   2017-08-16 09:48:32   721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의 유혈 사태를 ‘테러’로 규정했습니다.맥매스터 보좌관은 어제(13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이…
  • 트럼프 대통령 “인종주의는 악”...백인우월주의 비난  
  • 최고관리자   2017-08-16 09:47:34   5689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지난 12일 유혈 사태를 일으킨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를 비난했습니다.트럼…
  • 이란 "미국의 새 제재 시 핵 협상 파기할 것"  
  • 최고관리자   2017-08-16 09:46:56   5740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면 몇 시간 안에 핵 협상을 파기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로하니 대통령은 오늘(15일) TV로 생중계된 의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게시물 검색
2024년 11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11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0 48,9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