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쇼크… 한국은 '미사일 지침'이 우주로켓 개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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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2-12-14 00:00 조회4,437회 댓글0건본문
한국 14년 허송… 고체로켓은 美가 막고, 액체로켓은 보여주기 '쇼'만
美, 軍用로켓 민간 전용 불허… 한국, 러시아 액체로켓 도입으로
방향 틀었지만 나로호 계속 실패, 기술 이전은 못 받고 정치쇼로
北, 40여년간 미사일 성능 개선… ICBM 전용 가능한 로켓 개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세계 2위인 대한민국이 왜 장거리 로켓 분야에서는 세계 최빈국(最貧國)에 속하는 북한에 기술력이 뒤지는 것일까. 12일 북한이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하자, 55년 전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했을 때 미국이 받은 충격이 우리나라에 재현됐다.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기술을 우주로켓 개발로 전용하는 것을 막고 있는 한·미(韓美) 미사일 지침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로켓 강국은 하나같이 군사 분야와 우주개발이 사실상 연계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사일 지침에 발목을 잡혀 이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에 휘둘리면서 대(對)국민 쇼로 전락한 나로호 개발이 우주로켓의 꿈을 완전히 주저앉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 결과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후 14년간 우리는 시간을 허송(虛送)했고, 북한은 발사 시험 5번 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은하3호는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용이다. 로켓의 맨 꼭대기에 위성을 달았느냐 아니면 탄두를 달았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북한의 상용위성 주장은 허구에 가깝고, 북한도 이런 점을 반(半)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미 미사일 협정이 고체 우주로켓 개발 막아
북한은 1975년 중국과 이집트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을 들여왔다. 이를 분해해 똑같이 복제하는 역(逆)설계 방식으로 1984년부터 자력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사거리 2500㎞의 3단 미사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면서 다단 로켓의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과)는 "이번에 발사한 은하3호의 1·2단은 대포동 미사일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1978년 미군의 고체연료 미사일 나이키 허큘리스를 모방한 사거리 150㎞의 백곰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백곰은 사거리 180㎞의 현무 미사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총추력이 100만파운드(480t) 이상인 고체로켓을 우주로켓에 쓸 수 없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력 8t 고체로켓을 60초쯤 연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11년 만에 미사일 지침이 개정됐지만 우주로켓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공학과)는 "우리가 개발할 액체연료 로켓의 성능 향상에는 고체 로켓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력 우주로켓인 H2A는 액체연료를 쓰는 로켓에 독자 개발한 고체 보조 추진 로켓을 단 형태다.
◇액체 로켓으로 방향 틀었지만 대국민 쇼로 전락
한·미 미사일 지침 때문에 고체연료를 통한 우주로켓 개발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정부는 1990년대 말 액체연료를 쓰는 우주로켓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2년 추력 13t의 첫 액체 우주로켓 KSR3호가 탄생했다. 처음엔 KSR3호를 여러 개 묶어 1단으로 하고 2단은 고체로켓 KSR2호로 하는 초보적인 우주로켓을 개발해 2005년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용 우주로켓 발사는 2010년으로 잡았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렸다. 청와대에서 "2005년까지 무조건 우주로켓을 만들라"는 지시가 항공우주연구원에 내려왔다. 2002년 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액체로켓 기술을 도입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2006년 러시아는 기술 이전 대신 1단 로켓을 만들어 넘기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는 사이 발사 일정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나로호는 지난달 3차 발사 연기까지 실패 두 번과 발사 연기 열 번을 기록했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기계공학)는 "2006년에 러시아를 포기하고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더라면 지금은 1단 로켓을 만들어 시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연구 기관 관계자는 "처음부터 국산이든 러시아제든 무조건 발사해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내년에 발사에 성공해도 더 만들지 않는다. 계약이 끝나 러시아가 더는 1단 로켓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쓰지도 않을 우주로켓을, 그것도 시험 발사를 하면서 전 국민에게 TV 생중계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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