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리스만의 "군중속의 고독" - the lonely cro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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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07-28 19:11 조회9,030회 댓글0건본문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1909~2002’)은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 (The Lonely Crowd 1950)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업사회 속의 현대인은 자기 주위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 이유는 그들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즉 겉으로 들어난 사교성과 다른 내면적인 고정감과의 충돌로 번민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고독하다.”
산업화가 사회 전 분야에서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1차산업과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반면에 사무직 계통의 일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인구는 늘어난다. 노동시간이 짧아지고 교육, 여가, 서비스업 등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매스미디어에서 나오는 말과 이미지의 소비도 증가한다. 개인과 외부 세계의 관계는 점차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매개로 한다.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가족과 육아법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규모는 더 작아지고, 엄격했던 예전의 훈육방식이 응석을 받아주는 육아방식으로 대체된다. 또 학교와 동년배집단(peer group)의 영향력은 훨씬 더 커진다. 여기서 출현하는 사회의 모습이 ‘타인지향형’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위와 바람에 대해 몹시 민감해지고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적 욕구가 커진다. 타인지향형 사회의 구성원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한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 싸여, 마치 주변의 신호를 포착해내는 레이더(radar)마냥 다른 사람의 동향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는 데 주의를 집중한다.
리스먼은 앞에서 말한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각기 상이한 인간유형이 탄생되고, 그 인간유형을 적응형, 아노미형, 자율형이라는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이것이 그의 유명한 인간유형의 삼분법이다.
적응형은 전형적인 전통지향형, 내적지향형 및 타인지향형의 사람들로 사회의 요구에 잘 순응하는 인간형이고,
아노미형은 사회의 규범을 깨뜨리는 범죄자와 같이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을 따를 능력이 없는 인간형이며.
자율형은 사회의 행동규범에 동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간형이다.
리스먼은 이책에서 전통지향형 사회의 구성원은 전통을 엄격히 따르도록 요구된다. 사회생활의 중요한 관계는 주로 엄격한 의식과 예절에 의해 통제된다.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씨족집단과 같은 혈연집단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며 이때 개인의 창의력이나 전통에 어긋나는 이질적인 목표의 추구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자본축적과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일어나고 분업과 사회의 계층화가 촉진된다. 전통의 힘은 약해지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타인향형 사회다. 타인 지향형 사회에서는 대열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주위를 살피고 그에 순응하려 한다. 그러나 고독하다. 이렇게 점차 타인지향적으로 변해 가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자율형 인간이 나타날 수 있는가하는 것이 문제다. 리스먼은 직장에서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억지로 미소를 짓는 등의 행위(거짓인격화)와 사회가 분업화되면서 교제하는 사람의 폭이 좁아지는 현상(강요된 사생활화) 등이 사람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타인지향적인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점은 그들의 동시대인이 개인에게 있어서의 지향(志向)의 원천이며 추구하는 목표는 그 지침과 함께 바꾸며 살아간다. 또한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는 신호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뿐라고 지적했다.
리스먼이 ‘고독한 군중’을 쓸 당시의 미국 사회가 반드시 타인지향형의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젊은층과 대도시, 그리고 중간계급 사람의 성향을 토대로 타인지향형이 미국 사회 전체에서 주도권을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았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 같은 유형의 사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고도로 발전한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의 예상이 옳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대중소비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생활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타인지향형’이 사회적 성격에서 지배적인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리스먼이 해법을 찾고자 고심했던 문제가 이제 시공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우리의 문제가 된 것이다.
리스먼은 타인지향적인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놀이와 여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놀이 속에는 다양한 능력개발의 기회가 있으며 거기서 개발되는 능력은 창조적이면서도 유토피아적인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놀이란 가장하고 싶은 것, 가장 즐거운 것,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현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놀이를 찾아야 한다. 남이 이런 놀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나 또한 그 놀이가 좋다라는 방식은 않된다. 여러 가지 놀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나름의 성격을 형성할 수 있는 자율성을 얻어야 한다. 결국 현대인은 고독하다, 그러나 고독과 더불어 즐거움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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