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가 달렸지만 일반 승용차 3분의 1 크기이다 앞·뒤로 한명씩 밀착해 앉을 수 있는 모양새는 꼭 오토바이 같다. 차체 앞뚜껑을 여니 충전을 위해 가정용 콘센트에 꽂을 수 있는 플러그 선이 나온다. 주차가 쉽도록 양 문이 스포츠카처럼 위로 열리며 범퍼는 따로 없다. 최대 시속은 80㎞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선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가 모습을 드러냈다. 르노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질 노만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에 잠재력이 큰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상반기에 들여온 뒤 대중의 눈에 띌 만한 행사장 등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위지는 유럽시장에서 지난 2012년 출시됐으며 지난달까지 1만5천대가량 판매됐다. 주로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쉐어링 서비스, 노약자의 근거리 이동, 배달물 운반 차량 등의 용도로 인기가 높다고 르노삼성 쪽은 설명했다. 유럽에서 판매 가격은 6990유로(약 842만원)부터 8490유로(약 1023만원)였다.
트위지 같은 1~2인용 초소형 전기차는 전기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등과 함께 멀지 않은 거리를 오가는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Vehicle)으로 불린다. 1인 가구의 증가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교통 혼잡 문제가 심화하면서 이런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 2013년 말에 내놓은 보고서 ‘향후 10년 자동차산업의 3대 키워드’에서 “(고령화 시대에) 은퇴 뒤 소득 감소 등으로 차 구입이 줄고 대형차보다는 소형차, 자가운전보다는 대중교통 이용 경향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보고서는 또 “인구 1000만명 이상 대도시가 2010년 21개에서 2025년 33개로 늘어나는 등 도시화가 급진전하고 있어, 교통혼잡·주차 문제에 유리한 개인형 이동수단과 대중교통을 연계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은 개인형 이동수단을 차세대 자동차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정하고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도요타는 세 발로 달리는 초소형 전기차 ‘아이로드’를 개발해, 도쿄와 유럽 지역에서 ‘대여’ 서비스에 활용한다. 아이로드는 차량 길이 2.3m에 차폭은 1m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위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은 승용차일까, 이륜자동차일까? 유럽연합 지침에 따르면 트위지는 이륜차로 분류된다. 국내법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와 법 개정을 순조롭게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트위지를 어떤 차종으로 분류할지 아직 고민중”이라며 “일본은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한 차종 구분이 모호한 상태이긴 해도, 개인형 이동수단의 속도를 제한하거나 운행가능 도로를 지정하는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