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창립된 영국 스피커업체 B&W(바워스 앤 윌킨스)가 팔린다. B&W를 인수하기로 한 곳은 직원 40명에 불과한 설립 3년차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B&W의 주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CEO 조 앳킨스는 이날 1100명의 직원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2014년 창업된 에바 오토메이션(Eva Automation)에 넘기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을 이 작은 기업은 아직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출시한 적이 없다.
에바 오토메이션은 전 페이스북 CFO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인 기드온 유(1)가 설립한 곳이다. 그는 미국 프로축구팀 샌프란시스코 49ers 공동구단주이기도 하다.
(1)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 이름은 유기돈이다. 국내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오래되고 큰 회사가 역사가 짧고 갑자기 뜬 회사를 인수해 혁신적인 요소를 접목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지, 그 반대 방향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이번 인수 계약이 특이하다는 얘기다.
인수 금액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엔가젯은 B&W의 전체 가치가 1억7500만 달러(약 20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인수계약이 발표된 직후 B&W의 주주 칼레도니안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20%를 매각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인수자금은 에바 오토메이션의 기존 투자자들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에바 오토메이션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다만 홈페이지에 올라 온 회사소개를 보면,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비디오·오디오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직원의 4분의 1 가량은 애플에서 근무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수 계약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B&W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앳킨스 CEO는 B&W가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누구든 상당히 비싼 프리미엄 스피커를 판매하려면 하이엔드 하드웨어와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에바 오토메이션의 유는 이르면 2017년 중반에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5월3일)
B&W는 인수된 뒤에도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제품도 그대로 판매한다. 조 앳킨스는 CEO 역할을 계속 수행하며, 유 기드온이 회장을 맡는다. 현재 B&W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앳킨스는 새 회사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
유는 에바 오토메이션 홈페이지에 띄운 공지문에서 "때가 되면 우리의 비전과 제품에 대해 발표할 게 훨씬, 훨씬 더 많다"며 "우리는 매우 특별하고, 고도로 통합되며, 사용하기 간편한 홈 A/V 제품 개발에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