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 죽을힘으로 산다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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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3-31 23:50 조회6,3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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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

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

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

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

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

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

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

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



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

가장 외롭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가장 어리석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그 높이 그 깊이는

기다리며 갈망해야 차지하는 죽음뿐이니라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 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죽음 이상의 고독과 고통의 절정만이

부활의 희열을 안겨주느니라

싸잡아 죽음이라 해버리면 억울하지 않느냐

삶이 아닌 삶도

죽음보다 더한 죽음 이상도

또한 삶이니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문예중앙刊)에서
- 약력 : 1941년 경북 안동 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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