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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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4-19 11:50 조회22,356회 댓글0건본문
<봄 시 모음> 이해인의 '봄의 연가' 외
+ 봄의 연가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나른한 봄날
봄 햇살에 나무들이
기지개를 켠다
전봇대에 참새들도
하품을 하는지
짹짹거린다
바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신이 났는지
새싹 하나를 잡고
춤을 춘다
(남혜란·아동문학가)
+ 봄이 온다네
어둠이 주눅들고
굳은 마음이 녹고
세상이 따뜻해지는
봄이 온다네
땅엔 희망이 일고
나무엔 소망이 돋고
구름엔 사랑이 실려있는
봄이 온다네
산골의 처마야
제비 맞을 준비하여라
희망의 들판아
봄의 아름다움을 펼쳐라
새싹에서 삶을 찾고
햇살에서 힘을 찾아
기쁨의 봄노래 부르세
랄라라 랄라라
희망의 봄노래
랄라라 랄라라
봄이 온다네
(김태현·태안중 1)
+ 봄
봄이 온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밥 그런대로 먹으면 되고
빚도 늘면 늘지 줄지 않겠고
꽃 피기 시작한다고 소문 돌면
저승꽃 화창하게 만발할 테고
진작 귀먹고 그리운 사람은 불러도
딴전 부릴 테고
다아 지금처럼도 괜찮습니다
다만, 길거리에서 오줌 마려울 때
항상 굳게 잠긴
정류장 앞 건물 화장실만이라도 열려
시원하게 일 볼 수 있는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춘화·시인)
+ 봄날은 간다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시인, 1947-)
+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시인, 1930-1969)
+ 아내의 봄
아내의 이름 끝 자는
맑을 숙(淑)
한자 모양이 예쁘고
어감도 참 좋다
그래서일까
나이 쉰을 훌쩍 넘고서도
여전히 영혼이 맑고
소녀같이 꽃을 사랑한다
같이 길을 걷다 꽃을 만나면
반갑다며 한참 들여다본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 아내가
봄이면 달라진다
열 개의 손톱
열 개의 발톱마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다
너무 예쁘다
꼭 진달래꽃 같다
아내는 꽃의 영혼을
제 몸에 새기고 싶은가 보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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